10.29 참사 1년···경찰은 핼러윈 악몽 극복할 수 있을까 [경솔한 이야기]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간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가 코앞으로 다가왔습니다. 당시 참사로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큰 충격과 슬픔에 빠졌습니다.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경찰 역사에서도 고통스럽고 뼈아픈 사건으로 남게됐습니다.
당시 경찰 대응은 시민의 초기 112 신고에 안이하게 대처하고, 지휘부 보고 체계도 붕괴되는 등 '총체적 부실' 그 자체였습니다.
경찰은 참사 이후 뼈를 깎는 쇄신을 약속하며 인파관리 대응책 마련에 고심해왔습니다. 경찰대혁신 테스크포스(TF)를 통해 개선책을 만들고, 인파관리 시범훈련도 여러차례 실시하는 등 지난 1년간 경찰의 노력이 이번 핼러윈 데이 관리로 시험대에 오르게 됐습니다. ‘핼러윈 데이 악몽’을 극복하고 다시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경찰로 거듭날 수 있을지 경솔한 이야기가 알아봤습니다.
“사람이 밀려와 압사당할 것 같다.”
2022년 10월 29일 오후 6시 34분. 사고 위험을 알리는 다급한 112 신고가 경찰에 최초 접수됩니다.
이후 참사가 시작된 오후 10시15분까지 위험을 알리는 112신고가 모두 11건 접수됐음에도 경찰이 출동한 것은 4건에 그쳤습니다. 이중 최소 8건은 경찰력이 출동해야 하는 ‘코드0'과 ‘코드1’ 단계로 분류됐습니다. 출동한 경찰관마저도 적극적으로 인원을 해산하거나 개입하기보다 신고자를 확인하고 주의를 주고 돌아오는 등 소극적인 대처를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112신고 초기 경찰이 적극적으로 대응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대목입니다.
경찰의 지휘보고 체계도 뒤죽박죽이었습니다.
당시 용산경찰서장이었던 이임재 총경은 참사 2분 뒤인 오후 10시17분에 이태원 참사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하지만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은 이 총경에게 사고 발생 1시간19분 뒤인 11시34분 처음 보고를 받습니다. 경찰 최고수장인 윤희근 경찰청장은 김 청장보다 48분이 늦은 다음날 오전 0시 14분에 첫 보고를 듣습니다. 이때는 참사가 발생한 지 2시간이 지난 시점입니다. 이날 경찰 지휘부의 늑장보고는 경찰의 늑장대응으로 이어져 참사를 키운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됐습니다.
비판이 거세지자 윤 청장은 그해 11월 1일 '이태원 압사 참사' 전후 경찰의 미흡한 대응을 인정하고 대국민 사과를 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당시 윤 청장은 대국민 사과에 이어 "국민안전을 책임지는 관계기관들의 유기적 대응에 부족한 점이 없었는지 원점에서 면밀히 살펴보고 구조적 문제점을 찾아내겠다"며 "향후 범정부 차원의 재발방지 대책 논의에도 적극 참여해 다시는 이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경찰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참사 이후 거센 비난을 받은 경찰은 지난 1년간 땔깜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쓸개를 맛보며 ‘와신상담’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경찰청은 지난해 11월 9일 이태원 참사 재발 방지를 위해 '경찰 대혁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한다고 밝혔습니다.
TF는 인파관리 개선팀, 상황관리·보고체계 쇄신팀, 조직문화 혁신·업무역량 강화팀 등 3개 분야로 출범했습니다.
인파관리 개선팀은 주최자 없는 다중운집 상황을 포함한 경찰 안전관리 매뉴얼을 정비하는 방안을 마련했습니다. 상황관리·보고체계 쇄신팀은 지휘 역량 강화와 함께 현장 상황이 지휘관까지 신속히 보고될 수 있도록 보고 체계를 정비했습니다.
조직문화 혁신·업무역량 강화팀은 직무·역량 기반 교육 등 현장경찰관의 현장대응능력 강화에 포커스를 맞췄습니다.
TF를 통해 나온 내용은 올해 4월 서울경찰청 기동대가 공개한 인파안전관리 참고자료를 통해 공개됐습니다.
경찰은 경찰특공대와 12개 경찰부대 및 DJ폴리스 차량 등 각종 인파관리 장비를 총동원해 경찰의 인파관리 전술 교육 및 훈련을 진행했습니다. 인파 밀집상황에서 현장 상황을 조망하고, 시민을 대상으로 홍보・설득할 수 있는 현장대응 장비 도입을 통한 인파관리 역량 강화도 추진됐습니다. 실제 경찰은 방송・조명・전광판 기능이 탑재된 중형승합차 26대를 올해 조달했습니다.
경찰은 2024~2028년 까지 매년 스카이워치 1대씩을 구매할 계획입니다.
자료 내용을 보면 경찰은 소방 등 현장 대응기관과 소통협력도 강화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은 112와 119 영상신고 활성화와 기관 간 신고 영상을 공유할 것이라고 했습니다. 경찰과 소방 등이 긴급신고통합시스템을 통해 공동대응 요청에 신속 대응하도록 제도 및 시스템이 개선될 지도 주목됩니다.
경찰은 앞서 지난 3~4월에 인파관리 집중훈련을 실시하고 사고 우려 상황에서 필요한 현장조치 기동훈련을 체득화해 왔습니다. 당시 훈련 내용을 고려하면 교통경찰은 인파밀집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서 일반차량이 골목 근처를 우회해 지나가도록 안내하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현장에 출동한 기동대는 인파가 유입되는 각 골목 끝부분에 배치돼 폴리스라인 등 장애물을 설치해 군중밀집도를 분산하는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습니다. 관할 경비과장은 승합형 방송조명차와 스카이워치 등 현장대응 장비를 총동원해 행인들의 이동을 관리할 것입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인파끼리 부딪혀 안전사고가 발생할 경우 경찰 경비부대는 군중의 좌우측 뒷쪽에 배치돼 추가 인파가 들어오는 것을 차단한 뒤 골목길의 좌우측과 상하단에서 뒷쪽부터 인파를 강제로 이동시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다만 지역별로 배치되는 경력 규모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습니다. 경찰은 핼러윈 데이처럼 주최자 없는 행사의 안전관리 계획을 세우는 주체가 지자체인 만큼 투입할 경력 규모에 대해 용산구청과 강남구청, 중구청과 협의를 이어가고 있습다.
현장 대응기관 간 초기대응 협력도 강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10.29 참사 당시에도 경찰과 소방의 부실한 초기 공동대응이 골든타임을 놓친 원인 중 하나로 지적된 바 있는 탓이죠.
경찰청 관계자는 “이번 핼러윈데이 대책이 지난해와 비교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경찰과 행안부, 소방, 지자체 등 유관기관 간 협업체계를 공고히 했다는 점”이라며 “최근 여의도에서 열렸던 세계불꽃축제 당시에도 10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렸지만 서울시를 중심으로 안전 관리 책임이 있는 모든 기관이 합동상황실을 운영해 안전하게 행사를 마무리 한 바 있다”고 말했습니다.
민관경 총력 대응으로 이번 핼러윈 데이는 안전하게 끝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화재·구조 요청 등 타기관 관련 112신고 건수가 최근 5년 동안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고려할 때 지속가능한 안전 관리를 위해선 경찰의 인력 확대와 처우개선, 시스템 개선 등 중장기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실제 재난안전법상 긴급구조 주무부서는 소방당국임에도 긴급구조지원기관인 경찰의 타기관 업무가 증대되면서 일선 경찰관의 피로가 누적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에는 이상 동기 범죄 대응이 기승을 부리며 경찰관의 출동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일선 경찰관은 “이태원 참사 이후 사건사고만 발생하며 모든 책임을 경찰에 돌리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며 “경찰이 모든 일에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볼멘소리를 했습니다.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5년 112신고 현황’ 자료를 보면 2018년 605만 9073건이었던 타기관 신고는 2019년 614만 8543건, 2020년 615만 2862건, 2021년 652만 9983건으로 해마다 늘었습니다. 경찰 본연 업무인 치안 관련 중요범죄와 기타범죄 합산 신고가 275만 9385건에 불과한 점을 볼 때 현재와 같은 내부 인사를 통한 조직개편으론 치안과 재난안전 ‘두 마리’ 토끼를 놓칠 것이란 경찰 안팎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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