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신뢰도 1998년 이후 최저”... 외국자금 대탈주 두가지 이유 [최유식의 온차이나]
”부동산 위기 장기화, 반간첩법 등 투자 환경 악화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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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들면서 중국 경제의 3분기(7~9월) 성적표가 속속 나오고 있습니다.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3분기 성장률은 4.9%를 기록했어요. 2분기(6.3%)에 비해서는 떨어졌지만, 시장 예측치(4.4~4.5%)보다는 높았습니다. 수출과 투자가 부진했지만, 소비와 산업생산은 살아나는 조짐이에요. 부동산 시장이 여전히 침체의 늪에 빠져 있지만, 경기 자체는 바닥을 쳤다는 분위기입니다.
하지만, 중국 경제를 바라보는 해외 투자자들의 시각은 더 나빠지고 있어요. 외국인들은 3분기 3개월간 중국 증시에서 109억 달러 어치의 자금을 빼갔다고 합니다. 2014년 홍콩 증시를 통해 중국 상하이증시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하는 후강통(滬港通) 제도가 도입된 이후 최대 규모의 순유출이라고 해요. 2분기(4~6월) 외국인직접투자 규모도 49억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87%가 줄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투자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건 중국 경제의 장래를 그만큼 어둡게 본다는 뜻이겠죠.
외국 기업의 탈중국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광저우자동차와 합작회사를 운영해온 미쓰비시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고 해요.
◇8월부터 불붙은 ‘셀 차이나’
글로벌투자자들의 중국 증시 자금 이탈이 본격화된 건 지난 8월이었습니다. 8월 한 달에만 124억 달러의 순유출을 기록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가 보도했어요. JP모건도 “8월 한 달간 외국인 투자자들이 120억 달러 어치의 중국 주식을 팔아치웠다”면서 “월 단위 신기록을 갱신했다”고 했습니다. ‘셀 차이나’가 시작된 거죠.
중국 입장에서 뼈아픈 대목은 외국인직접투자(FDI)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일 겁니다. 2분기 FDI는 49억 달러로 작년 2분기(381억 달러)에 비해 87%가 감소했어요. 1998년 이후 분기 기준 최대 감소폭이라고 합니다. 같은 기간 미국의 728.5억 달러, 일본의 154.5억 달러보다 크게 낮았어요.
해외 투자자들이 중국에서 이탈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단기적으로는 미국 금리 인상이 한 요인이에요. 미국은 금리를 올리는데, 중국은 금리를 내리고 있으니 금리가 높은 곳으로 자금이 몰려가는 겁니다.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가 계속 떨어지다 보니 환율 손실을 막기 위한 측면도 있을 겁니다.
◇“신뢰도 1998년 이후 최저 수준”
더 큰 것은 중국 경제에 대한 신뢰가 없어졌다는 점이에요. 성장률은 계속 떨어지는 추세인데다 부동산 위기에서 벗어날 길도 보이지 않고 미중 갈등이라는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중국 경제의 미래를 확신할 수 없게 된 겁니다.
스위스 GAM인베트스먼트의 아시아담당 투자책임자는 닛케이 인터뷰에서 “중국 주식에 대한 신뢰도가 1998년 금융위기 이후 최저까지 떨어져 있다”면서 “중국 증시가 저평가돼 있지만, 국제 투자자들은 이 점에 전혀 주의를 기울이는 분위기가 아니다”고 했어요. 레이먼드 청 스탠다드차타드은행 북아시아 투자책임자도 “중국 당국이 부동산 시장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단호한 조치를 내놓지 않는 한 투자자들은 투자를 보류할 것”이라면서 “지금은 조금이라도 주가가 오르면 보유 주식을 팔아버리는 상황”이라고 했습니다.
중국이 7월1일 반간첩법을 도입한 것도 외국인 투자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어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중국 내 외국기업을 압수수색하고, 간부들에 대해 출국 금지 조치를 잇달아 내려 외국인 투자기업 임직원들이 중국 출장을 꺼릴 정도라고 합니다.
◇미쓰비시 자동차도 중국 철수
중국은 올해 미국 컨설팅회사 베인 앤드 컴퍼니, 조사업체 민츠그룹 등을 잇달아 조사했어요. 또 최근에는 미국 컨설팅업체 크롤의 홍콩법인장인 마이클 찬, 일본 노무라 그룹 산하 투자은행인 노무라인터내셔널의 중국투자은행 부문 회장인 왕중허 등에 대해 출국금지 조처를 내렸습니다. 중국 출장을 갔다가 공항이나 호텔에서 경찰에 끌려가 몇 시간 씩 조사를 받았다는 경험담도 속속 외신이 올라오고 있어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되도록 외국기업 고위 임원들은 중국 현지 출장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합니다. 중국 출장을 갈 때는 평소 쓰는 건 놔두고 사용한 적이 없는 노트북컴퓨터나 휴대전화를 들고 가야 한다는 권고까지 나오는 상황이에요. 타이완 난화대학 쑨궈샹 교수는 VOA 인터뷰에서 “개혁개방기 중국은 세계 곳곳에서 투자를 끌어들여 세계의 공장으로 발돋움할 수 있었다”면서 “반간첩법 같은 안보 법률 때문에 외국인 기업가들이 중국을 외면한다면 투자 유치에 문제가 생기게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9월말에는 일본 미쓰비시 자동차가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보도가 나왔죠. 2012년 광저우자동차와 합작으로 중국에 진출한지 11년 만입니다.
한때 한국과 일본은 중국 시장의 주요 투자자로 많은 기업인이 중국에 체류했지만, 지금은 빠른 속도로 체류 인구 숫자가 줄고 있죠. 일본은 2012년 15만명에 이르렀던 중국 체류인구가 작년 10만명으로 감소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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