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섭이 형 신경 써" "얘기 들었다 해줘" 이재명 공소장 보니

송주원 2023. 10. 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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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증교사·백현동 배임 혐의 잇따라 불구속기소
"李, 로비스트에 성남시장 출마 도움 요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채 상병 특검법안 패스트트랙 표결을 마친 뒤 국회를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백현동 개발 특혜 의혹과 위증교사 혐의로 잇따라 불구속기소한 검찰은 이 대표가 '로비스트'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에게 이익을 몰아주기 위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백현동 사업 특혜를 부탁했다고 판단했다. 이밖에 검찰은 김병량 전 성남시장의 수행비서를 지낸 김모 씨에게 자신의 주장을 반복적으로 설명하는 구체적인 정황을 파악해 공소장에 적시했다.

◆"백현동 개발 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김용식 부장검사)는 지난 12일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39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김 전 대표의 관계 형성 과정이 자세하게 담겼다.

<더팩트>가 살펴본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1995년경부터 경기 성남에서 시민단체 활동을 하며 김인섭 전 대표, 정진상 전 실장과 가깝게 지냈다. 특히 김 전 대표의 인맥을 활용해 정치 입문 계획을 세웠고, 2005년 중반경에는 김 전 대표에게 "내년 선거에 성남시장으로 출마를 해보려고 합니다"라며 이듬해 5월 실시 예정인 전국동시지방선거를 도와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김 전 대표는 처음에는 "시민운동을 하는 사람이 무슨 시장선거냐"며 반대했지만 이 대표의 부탁이 거듭되자 힘을 보탰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이 대표의 선거대책본부장으로 선거캠프 제반 사무를 총괄했다. 정 전 실장 역시 자원봉사자로 선거에 참여했다. 이 대표는 해당 선거에서 낙선했지만 세 사람의 관계는 유지됐다. 여러 차례 낙선 끝에 2010년 7월 성남시장으로 취임한 이 대표는 정 전 대표를 성남시 정책비서관으로 임용했다. 김 전 대표 역시 이 대표의 '형수 욕설 파문'이 터지자 대응방법을 조언하는 등 이 대표를 적극 지원했다.

검찰은 백현동 개발 사업 과정에서 이처럼 장기간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한 김 전 대표에게 이익을 극대화하려 했다고 적시했다. 이 대표는 2010년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에 '주거용도 불허 및 공영개발을 통한 이익환수'라는 방침을 정하고 2014년 구체적 실행 방안을 담은 '2020 성남도시기본계획'을 변경해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민간업자 정바울 아시아디벨로퍼 대표는 백현동 부지에 아파트를 건설·분양하는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김 전 대표가 이 대표와 친분이 각별해 성남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보고 영입했다.

정 대표는 성남시에 "백현동 부지를 아파트를 건설할 수 있는 2종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해 달라"라고 요청했으나 거절당하자 김 전 대표의 조언 아래 "공공성 확보를 위해 민관합동으로 개발하겠다"며 두 번째 용도변경을 요청했다. 성남시는 이후 두 차례 민간업자의 용도변경 허가를 반려했다. 당시 시 정책실장이던 정 전 실장은 김 전 대표에게 "잘해 주려고 반려한 것"이라고 말하고 시 관계자에게 "사업자 측에서 요구하는 대로 잘 처리해 줘라"라고 지시했다.

정 대표는 시 관계자에게 "아파트 용지 비율을 60%로 해 용도변경을 신청하라"는 말을 듣고 1000억 원 상당의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판단해 이를 따르는 한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민간합동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했다. 공사는 민간제안대로 사업에 참여하면 1230억~2635억 원의 수익이 발생하는 것으로 전망하고, 당시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에게 사업에 참여하면 200억 원의 확정익을 확보할 수 있다고 보고했다. 이에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에 "백현동 개발사업은 인섭이 형님이 끼어 있으니 진상이하고 잘 이야기해서 신경 좀 써줘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공소장에 적혔다.

이 대표 측은 백현동 부지의 용도변경 등은 김인섭 전 대표의 로비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 정부에 요청에서 비롯됐다고 반박한다. 매각이 8차례 유찰되자 박근혜 전 대통령이 3차례 용도변경을 지시했고 국토교통부도 5차례 공문으로 요구했다는 것이다.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혐의를 받는 김인섭 전 한국하우징기술 대표가 지난 4월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남윤호 기자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검찰은 이 대표를 백현동 관련 혐의로 기소한 지 나흘 만에 위증교사 혐의로 추가 기소했다. 17쪽 분량의 공소장에는 이 대표가 김병량 전 시장의 수행비서 출신 김 씨에게 거짓 증언을 요구한 내용이 담겼다.

2018년 경기지사에 당선된 이 대표는 선거 방송 토론회에서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다. 이 대표는 2002년 변호사 시절 KBS PD 최모 씨와 '분당 백궁 파크뷰 특혜 의혹'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검사를 사칭해 김 전 시장에게 전화를 건 혐의로 벌금형을 확정받은 바 있다. 하지만 경기지사 선거 토론회에서 관련 질문을 받자 "검사 사칭을 하지 않았다"라고 부인했다.

공소장에 따르면 이 대표는 2018년 12월 22~24일 김 씨에게 여러 차례 전화해 김 전 시장이 성남시장 재선을 위해 검사 사칭 사건의 책임을 이재명에게 몰아 강하게 처벌하고자 KBS와 최 씨에 대해서만 고소를 취하하기로 협의한 사실이 있는 것처럼 허위 증언을 해줄 것을 요구했다.

김 씨는 이 대표의 요구에 '2002년 당시 상황이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도 잘 안 난다', '외부에서 선거캠프 활동을 해서 잘 모르겠다'는 의사를 5차례 이상 밝혔다. 그런데도 이 대표는 "그런 얘기를 들었다고 해주면 되지 뭐" 라며 자신의 주장 내용으로 증언할 것을 지속적으로 부탁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반복적인 요구에 결국 김 씨는 이 대표가 원하는 내용대로 증언을 해주겠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감사하다. 큰 힘이 된다"라고 감사 인사를 했다.

김 씨는 애초 예정된 2019년 1월 24일 증인신문기일 당일 불출석했다. 검찰은 김 씨가 '자신이 모셨던 김병량 전 시장의 명예를 실추시킬 수 있다는 죄책감에' 재판에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현직 도지사의 직접적인 요구에 상당한 중압감을 느껴 한 달여 뒤 잡힌 증인신문기일에 출석해 이 대표가 요구한 대로 허위 증언을 했다고 검찰은 적시했다.

이 대표 측은 "진실을 증언해달라고 했을 뿐 위증을 요구한 게 아니다"라는 입장이다. 법원은 이 대표의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도 위증교사 혐의는 어느정도 소명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ilraoh@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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