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권, 카이로 평화회의에서 이스라엘 맹비난…돌파구 마련할까(종합)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스라엘-하마스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자리에 모인 아랍권 국가 정상들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을 비난한 가운데 이스라엘과 미국의 불참 등으로 실질적인 돌파구를 마련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2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평화 정상회의에는 34개국 대표와 유엔과 유럽연합(EU) 대표가 참석했다. 요르단,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카타르, 쿠웨이트 등 아랍 국가 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페인, 이탈리아, 독일, 영국 등 정상들도 자리했다.
미국은 베스 존스 이집트 주재 미국 대사를 보냈고, 이스라엘은 이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아랍권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향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요르단 압둘라 2세 국왕은 "가자와 서안 지구, 이스라엘에서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자행된 폭력 행위에 분노하고 비통해한다"며 "가자 지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무자비한 폭격은 모든 면에서 잔인하고 비양심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완전히 포위한 지 2주가 지났다. 그러나 여전히 전 세계는 침묵하고 있다"며 "아랍 세계가 듣고 있는 메시지는 크고 분명하다. 팔레스타인의 생명은 이스라엘의 생명보다 덜 중요하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흐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은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며 우리 땅에 남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가자지구에서 우리 국민을 쫓아내려는 모든 시도에 대해 경고하며, 또한 팔레스타인인을 집에서 추방하거나 예루살렘이나 서안 지구에서 쫓아내려는 시도에 대해서도 경고한다"고 덧붙였다.
아랍권에서는 '두 국가 해법'을 통해 사태를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압바스는 "국제적 정당성에 따라 두 국가 해법을 이행함으로써 안보와 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며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을 강조했다.
압둘라 국왕도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우리를 정의롭고 지속 가능한 평화로 이끌 수 있는 의미 있는 정치적 과정을 다시 시작하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하는 것은 국제사회로서 우리의 의무"라며 "중동 사람들과 전 세계, 즉 유대 민족, 기독교인, 무슬림 모두가 안전으로 향하는 유일한 길은 모든 인간의 생명이 평등하다는 믿음에서 시작된다"고 말했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 역시 "마지막 단계는 두 국가 해법으로 이어지는 평화 과정을 부활시키고 국제적 정당성을 바탕으로 이스라엘과 나란히 사는 독립 팔레스타인 국가 설립을 위한 협상을 재개하는 것"이라고 언급했다.
또 엘시시 대통령은 시나이반도 등으로 팔레스타인인을 이주시키는 것은 정당한 해결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정당한 해결 없이 팔레스타인 문제를 청산하는 일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며 "(다른 지역으로의 이주는) 독립 국가의 꿈의 종말일 뿐이며, 팔레스타인 대의명분을 위한 아랍과 이슬람 민족의 투쟁의 낭비일 뿐"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약 240만 명이 거주 중인 가자지구에서 수천 명이 사망하고 100만 명이 넘는 이재민이 발생해 인도주의적 위기를 겪고 있다며 "끔찍한 악몽을 끝내기 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의 발언은 이집트 북부 라파 통행로를 거쳐 가자지구 첫 구호품이 전달된 후 나온 발언이다. 그는 가자지구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지원을 신속히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날 현지시간 기준 오전 구호품 트럭 20대분이 라파 통행로를 거쳐 가자지구로 진입했다.
다만 이번 회의가 구체적인 성과를 낼지에는 물음표가 남는다.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UCLA) 버클 국제관계센터의 달리아 다사 케이 선임연구원은 CNN에 "매우 즉각적이고 구체적인 결과가 나올지는 의문"이라며 "이집트인들과 그 지역에 있는 다른 사람들이 모종의 외교적 지평을 보여줄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설명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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