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논평] 제도와 행정 운용의 중요성 재고 - 조주희 목사

종교사회학에서 제도화의 딜레마라는 말이 있습니다. 한 공동체가 탄생하고 그 공동체가 무엇인가를 추구한다면 효율성을 확보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제도가 불가피합니다.

그러나 제도가 경직성을 가지면 공동체가 본래적으로 추구하던 방향성을 잃을 수 있습니다. 제도가 그 공동체의 본질을 삼키는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공동체가 존재하고 그 공동체의 존재 목적을 이루려면 제도화는 불가피한데, 오히려 제도화가 존재 목적을 이루는데 방해를 할 수 있으니 딜레마라고 합니다.

여기서의 문제는 제도의 경직성입니다. 제도가 경직되면 제도는 그 본래 목적을 상실합니다. 따라서 제도가 수정되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제도의 유연성입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제도의 운영과 유연성에 있어서 문제를 지적하는 소리가 적지 않습니다. 제도는 도구입니다. 제도가 본질은 아닙니다. 도구가 본질이 되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 한국 교회는 이 시대 속에 복음을 제대로 담아 내는 제도를 가지고 있는 가를 질문해야 하는 시점에 놓여있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 교회는 지금의 시대를 담을 수 없는 과거의 시대를 살아갈 것입니다.

[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

행정 또한 그렇습니다. 지금 한국 교회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특징 중의 하나가 총회, 노회, 교회의 결정이 사회 법정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나타나고 있다는 점입니다. 여기에는 제도의 문제와 행정의 문제가 물려 있습니다.

교회는 하나님의 백성 공동체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효율적인 행정이 필요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한 사람이 지배하는 공동체는 아닙니다. 초기 교회 시대만 해도 예수님의 제자들이 교회에서 구제에 있어서 갈등이 생기자 집사라는 행정 절차를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교회 갈등의 심각성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갈등을 분석해 보면 교회 행정의 부재의 측면을 도외시할 수 없습니다. 교회 행정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는 행정의 이해와 운용입니다.

행정은 소통과 사업의 효율성과 갈등을 방지하는 중요한 기능을 가집니다. 이제는 교회 공동체가 행정을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해야 합니다. 그래서 교회 공동체의 일원 각자가 어떤 사역을 참여할 때 행정 절차를 잘 이해함으로 불필요한 에너지가 소모되거나 갈등이 유발되지 않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러나 한 가지 숙제는 있습니다. '행정은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제도나 행정을 운용하는 주체인 사람이라는 존재를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제도나 행정에 대한 무지와 무시, 그리고 악용을 막아내려는 공동체의 노력 없이는 한국 교회의 건강을 담보하기는 어렵습니다.

[조주희 목사 / 성암교회, 기윤실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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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오요셉 기자 aletheia@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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