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안은 유인촌 "강남서 박씨 물고 온 제비같은 기분"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이 광주를 방문해 옛 전남도청 복원 사업을 끝까지 살피겠다고 말했다. 20일부터 전북 남원을 시작으로 21일 전남 신안 자은도에서 열린 문체부 주최 '문화의 달' 개막식에 참석하기 위해 호남을 방문한 유인촌 장관은 광주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에서 '옛 전남도청 복원 지킴이 어머니'와 면담하면서 이같은 뜻을 밝혔다.
'지킴이 어머니'는 5.18사상자를 가족으로 둔 여성 15명으로 구성된 단체로 전남도청 복원활동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다. ACC 회의실에서 이들과 만난 유 장관은 "10여년 만에 어머니들을 만났는데 얼굴이 다 기억이 났다. 오랫동안 고생을 하신 것 같다"며 이날 참석한 11명과 일일이 인사를 나눴다. '지킴이 어머니' 대표는 인사말을 통해 MB정부 시절인 2009년 ACC건립 공사 중 도청 별관 철거여부로 갈등이 시작됐을 때 '별관 보존'을 유 장관이 합의해줬던 사실을 강조하며 반가움을 표시했다. 이어 "복원 후에 안에 채워넣을 콘텐츠에 대해서도 의미있는 것들로 잘 될 수 있도록 장관께서 특별히 신경을 써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지킴이 어머니' 회원들이 반기며 다시 만나길 기다렸다고 말하자 유 장관은 "마침 착공식도 곧 하고 오래 전 만났던 이 어머니들이 절 기다렸다고 하니 강남에서 박씨 물고 돌아온 제비 같은 기분"이라며 웃기도 했다.
이날 저녁 취재진과의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협의를 잘해서 어머니들 요구도 충분히 반영해 복원하는 게 중요하다"며 "공간을 채울 콘텐츠를 어떤 내용으로 할지는 회의를 한참 더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ACC 건물의 지상층과 연결된 옛 전남도청은 오는 30일 복원 착공식을 열고 2025년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이뤄진다.
이날 ACC 현장 점검을 마친 유 장관은 강기정 광주시장을 만나 지역 문화예술 정책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MB정부 문체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뒤 배우로 활동하던 시기인 2016년 9월 광주지역 배우들과 함께 연극 '홀스또메르'를 ACC 예술극장 무대에 올렸던 경험을 예로 들며 지역에서의 문화예술 활동이 쉽지 않단 점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국제 규모의 시설을 갖춘 ACC의 인프라를 광주시민 등 국민들이 제대로 누릴 수 있도록 콘텐츠를 더 강화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유 장관은 "앞으로 문체부 소속 국립공연단체와 기관들이 지방 곳곳을 바쁘게 돌아다니며 공연을 하도록 할 것"이라며 "지방에 계신 분들도 수도권에 비해 소외되지 않고 문화예술을 제대로 즐기고 향유할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최대 규모의 아시아문화전당에서도 다양한 공연과 전시가 계속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살피고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광주방문에 앞서 이날 유 장관은 전북 남원 국립민속국악원을 찾아 2010년 해외 공연에 참가했다가 말라리아에 걸려 사망했던 고(故) 김수연, 고은주 단원을 추모하기도 했다.
언론 간담회에서 유 장관은 지역균형발전에 대해 "과거에는 맡겨놓고 지자체가 알아서 하도록 하는게 좋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런 방식으론 해결이 잘 안 되는 것 같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이어 "조금 더 챙기고 조금 더 섬세하게 해야겠다"며 "과거에는 보조금 주고 '알아서 하세요'였다면 이제는 컨설팅도 하고 마지막 결과까지 잘 들여다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국립극단 서계동 부지 등을 직접 찾고 국방부 등 관계부처를 직접 설득하고 국회를 찾아다닌 과정을 소개하며 "나중에 비하인드 스토리는 모아서 책으로 내려고 아껴두고 있다"며 웃기도 했다.
유 장관은 이번 호남 방문을 두고 "15년전 '문화의 달' 행사를 목포에서 하고 전국체전을 여수에서 했다"며 "참 인연이 있는 거 같다"고 말했다. 올해 '문화의 달'은 신안, 전국체전은 목포에서 열렸고 두 행사 개막식에 유 장관은 참석했다.
지역 방문에 대해 유 장관은 "문체부 소속 산하 기관들을 계속 다녀야 한다"며 "다음달엔 부산에 지스타도 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문체부 소속 기관장 회의도 월 1회 정례화해서 세종에서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문체부 우선 현안 가운데 가장 급한 분야로는 문화예술 지원 정책을 꼽았다. 유 장관은 "이미 예산도 다 끝났고 사업공고도 내서 내년 신청을 받고 있는데 바꿀 부분에 대해 다 주문을 했다"며 "최대한 맞춰서 바꿔보라고 했고 그게 제일 시급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은 21일 신안 퍼플섬을 방문해 관광 인프라를 점검하고 자은도 '문화의달' 개막식에 참석하는 것으로 호남 방문 일정을 마무리했다.
유동주 기자 lawmaker@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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