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폐지` 한동훈 "교정 공무원 갑질문화 정당화 `예절 규정` 없애라"

한동훈(가운데) 법무장관. 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교정공무원의 갑질문화를 정당화하는 '예절 규정' 폐지를 지시했다. 예절규정은 상사를 부를 때 님자를 붙이고 상사가 요청할 때만 차렷자세로 악수를 하는 등의 수직적 조직문화를 담고 있다. 평소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강조해온 한 장관이 이 내용을 알고 즉각 폐지하도록 지시했다는 것이다.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최근 '교정공무원 예절 규정 폐지 훈령'을 내렸다. 지난 1985년 규정이 제정된 지 38년 만이다. 교정공무원 예절규정은 교정직 공무원이 지켜야 할 예절을 상황별로 명시한 총 3개장 17개 조로 이뤄졌다.

규정에 따르면 부하 직원이 상사를 부를 때는 반드시 '님'자를 붙이고, 상사를 수행할 때는 상사의 왼쪽 또는 한발짝 뒤에서 뒤따라야 한다.지휘·감독 업무를 맡은 상급자가 근무지에 방문했을 때는 여섯 발짝 앞에서 지휘자의 구령에 따라 일제히 경례해야 한다. 상급자가 방문을 마치고 떠날 때는 탑승한 차가 대열을 완전히 빠져나갈 때까지 경례해야 한다. 악수하는 경우에도 상사가 요청할 때만, 상사의 한발짝 앞에서 차렷 자세로 오른손을 내밀어 악수해야 한다.

법무부는 "상급자와 하급자의 상호존중 분위기 조성이라는 제정 취지와 다르게 '갑질의 정당화 논리'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며 "존경을 강제해 경직된 조직문화를 조성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폐지 훈령에 '갑질의 정당화'·'존경의 강제' 같은 표현이 쓰인 것도 한 장관의 지시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작년 5월 취임 이후 수평적 조직문화를 강조하며 불필요한 의전을 없앴다. 취임 직후 장·차관을 포함한 간부를 호칭할 때 '님' 자를 쓰지 말라고 했고, 출퇴근 시 직원들이 관용차 문을 대신 여닫는 의전도 금지했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