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소주의 공통점 [명욱의 술 인문학]
‘소주’라는 어원은 참 매력 있다. 구울 소(燒), 술 주(酒). 바로 ‘구워낸 술’이다. 발효주에 열을 가하면 끓는 점이 낮은 알코올(78도 정도)이 먼저 올라와서 물과 분리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술을 소주라고도 하지만, 정확하게 따지면 ‘증류주’다. 영어로는 스피릿(Spirit). 발효주의 영혼, 즉 알코올만 뽑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소주는 고려시대 몽골을 통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고 한다. 당시 몽골은 동유럽까지 정복해 세계 최대의 제국을 이루는데, 이때 중동의 연금술사들에게 배웠고, 그것이 우리나라에도 전해졌다는 것이 일반적 견해다.
스코틀랜드의 위스키가 본격적으로 소비가 된 것은 1714년 이후라고 본다. 이때 잉글랜드와 통합되기 때문이다. 스코틀랜드는 증류주에 과세하는 금액을 잉글랜드와 똑같이 맞췄다. 잉글랜드하고 가까운 로랜드 지방은 신교도들이 많아 협조가 잘 이뤄졌지만, 북쪽의 하이랜드 지방은 가톨릭 신도가 많아 협조가 어려웠다. 또 대외적으로 크고 작은 전쟁이 많은 잉글랜드는 세수를 확보하기 위해 몰트, 증류기, 증류액까지 모두 과세대상으로 포함시켰다. 그 결과 스코틀랜드에서는 밀주가 많이 생겼고, 이러한 밀주를 동굴의 오크통에 저장했다가 나중에 발견해 오크통 숙성 위스키가 탄생하게 된다.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 제조업자들에게 더욱 가혹한 제재를 가했다. 증류소에 갑자기 들이닥치기도 했는데, 이에 밀매업자들은 세수 공무원을 암살하거나 술을 주고 세금을 줄이기도 했다.
지금이라도 하나씩 우리 전통주와 한국술을 브랜딩해 간다면 당장은 아니라도 10년, 20년이 지나면 달라진다는 것이다. 급히 생각하지 말고 긴 호흡으로 갈 필요가 있다. 좋은 문화는 당장에 이뤄지는 것이 아닌, 세월이 만들어 준다. 그 세월 속에 우리가 하나씩 문화를 채워 나가면 된다. 기회는 우리가 생각지도 못했을 때 도둑처럼 찾아온다. 그 누구도 생각 못 했던 한류의 도약처럼 말이다.
주류 인문학 및 트렌드 연구가. 연세대 미식문화 최고위과정 교육 원장, 세종사이버대학교 바리스타&소믈리에학과 겸임교수. 넷플릭스 백종원의 백스피릿에 공식자문역할도 맡았다. 저서로는 ‘젊은 베르테르의 술품’과 ‘말술남녀’가 있다. 최근에는 술을 통해 역사와 트렌드를 바라보는 ‘술기로운 세계사’를 출간했다.
명욱 주류문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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