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BBC 백기 들었다…하마스 ‘무장세력’ 아닌 ‘테러조직’으로 표기
영국 공영방송 BBC가 이스라엘을 기습한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를 ‘무장세력’이 아닌 ‘테러리스트’라고 표기하기로 했다. ‘중립’ 원칙을 내세우며 하마스를 ‘무장세력’이라고 칭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다가 항의 세례가 이어지자 결국 ‘백기’를 든 것이다.
20일(현지시각)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BBC는 이날 “하마스를 지칭하는 ‘기본 용어’로 더 이상은 ‘무장세력’을 사용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을 ‘영국 정부와 기타 국가에 의해 테러 조직으로 금지된 그룹’으로 묘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텔레그래프는 “하마스에 대해 무장세력이라는 표현이 앞으로도 사용될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는 그렇게 표현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BBC 대변인은 “BBC는 테러리스트라는 용어를 출처 없이 사용하지 않고, 해당 단어의 사용을 금지하지도 않는다”며 “우리는 최근 며칠 간 하마스에 대한 기본 설명으로 ‘무장세력’을 쓰지 않았는데, 이는 상황이 변함에 따라 ‘무장세력’이라는 표현이 덜 정확하다는 것을 알게됐기 때문이다”라고 전했다.
팀 데이비 BBC 사장은 이날 영국 유대인 대표단을 만났다. 그들은 하마스 묘사 방식을 바꾸기로 한 BBC의 결정을 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데이비 사장은 오는 25일 보수당 의원들로 구성된 위원회에 소환돼 보도 편향성에 대한 질의도 받을 예정이다.
BBC는 지난 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이후부터 이날까지 하마스를 ‘무장 세력’으로 표기해왔다. BBC는 ‘어느 쪽의 편도 들지 않고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보도 원칙에 따라 이 같은 표현을 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를 두고 영국 내 유대인 커뮤니티 등의 비판이 이어지자, 존 심슨 국제뉴스 에디터는 지난 11일 “BBC가 하마스 무장세력을 ‘테러리스트’라고 부르지 않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홈페이지에 게재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심슨은 “장관들과 언론인, 독자들 모두가 ‘왜 BBC가 남부 이스라엘에서 끔찍한 잔학 행위를 자행한 하마스 무장괴한’을 테러리스트라고 하지 않는지 묻고 있다”며 “그에 대한 대답은 BBC의 창립 원칙에서 찾을 수 있다”고 썼다.
그는 “사람들에게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비난해야 하는지, 즉 누가 좋은 사람이고 누가 나쁜 사람인지 알려주는 것은 BBC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그건 다른 사람들의 몫이다. 우리는 동시에 하마스를 테러리스트로 묘사하는 기고자, 취재원과의 인터뷰를 진행한다”며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것을 우리 자신의 목소리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의 임무는 청중에게 사실을 제시하고 그들이 스스로 결정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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