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7년 에베레스트 원정대장 김영도 전 의원 별세…향년 99세

'2023년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특별공로상에 선정된 산악인 고 김영도 전 국회의원. 고인은 별세 하루 전인 20일 열린 시상식에 불참하고, 아들이 대리수상했다. /울산울주세계산악영화제

1977년 고(故) 고상돈 대원(1948~1979) 등을 이끌고 세계 8번째(국가 기준)로 최고봉 에베레스트산(8848m)을 정복한 김영도 전 의원이 21일 별세했다. 향년 99세.

아시아산악연맹은 이날 김 전 의원이 오후 5시쯤 경기 의정부 자택에서 노환으로 세상을 떠났다고 밝혔다. 고인은 한국 산악계의 원로로 꼽힌다.

고인은 1924년 10월18일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났다. 평양고보, 서울대 철학과를 졸업했다. 중학생 때 일본의 오시마 료키치가 쓴 ‘산-연구와 수상’이라는 책을 접한 뒤 취미로 영어·일본어·독일어로 적힌 등산 서적을 읽었다. 6·25 전쟁 중 학도지원병으로 입대해 통역장교로 복무했으며, 1956∼1963년 성동고 교사로 일했다. 1963년에는 민주공화당에 참여해 정치에 입문했다. 1973∼1979년 제9대 국회에서 유신정우회 소속으로 국회의원을 역임했다.

1971∼1976년 대한산악연맹 부회장, 1976년 10월∼1980년 12월 제7대 회장을 지냈다.

1977년 9월 15일 에베레스트 정상에 선 고상돈. 왼쪽 아래에 눈에 파묻힌 삼각대 끝이 보인다. ‘8848+1m’에 올랐다는 증거다.

고인은 대한산악연맹 회장이던 1977년 9월15일 18명으로 꾸린 한국 등반대를 이끌고 세계 8번째(국가 기준)로 에베레스트산 등정에 성공했다. 1977년은 한국이 처음으로 수출 100억불을 달성한 해이기도 하다.

1977년 6월16일 선발대, 7월2일 본대가 네팔로 향했다. 1차 공격조인 박상열 부대장과 셰르파 사디앙 푸르바는 설벽인 힐러리 스텝(8790m) 앞에서 산소가 떨어지면서 등정에 실패했다.

2차 공격조로는 고상돈 대원과 셰르파 펨바 노르부가 나섰다. 이들은 9월15일 낮 12시50분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았다. 산악인으로는 세계 55번째, 국가로는 8번째로 세계 최고봉 등정에 성공한 것이다.

고인은 1978년 그린란드 탐험에 나서 북위 80도2분7초(북극은 북위 66도33분)까지 진출했다. 한국인 최초이자, 동양에선 2번째, 세계에선 8번째의 북극권 원정이었다.

대한산악연맹이 창립 50주년을 맞아 2012년에 선정한 ‘대한산악연맹을 빛낸 50인’에 포함됐고, 별세 하루 전인 20일 울주국제산악영화제에서 특별공로상을 받았다. 고인은 건강상 이유로 불참, 아들이 대리수상했다.

저서로는 ‘나의 에베레스트’(1980), ‘우리는 산에 오르고 있는가’(1990), ‘산의 사상’(1995), ‘에베레스트 ‘77 우리가 오른 이야기’(1997), ‘우리는 왜 산에 오르는가’(2005), ‘서재의 등산가’(2020)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