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이 전장에"…마음 졸이는 이스라엘 한인 다문화 가정
[앵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간 전쟁이 격화하면서 희생자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과 가정을 꾸린 한인들 가운데도 가족이 전투 중 목숨을 잃어 망연자실하거나 참전을 앞두고 마음 졸이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쟁 속, 이스라엘 한인 다문화 가정의 사연을 명형주 리포터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가족과 전우들의 흐느낌 속에, 이스라엘 국기로 덮인 관이 땅속으로 천천히 내려갑니다.
스무 살 아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부모는 미처 상복도 준비하지 못한 채 비통함을 삼킵니다.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맞서 싸우다 전사한 이스라엘 군인, 이타이 나흐미아스 씨의 마지막 길입니다.
[아비브 나흐미아스 / 한국-이스라엘 다문화 가정 : 좋은 사람이었고 좋은 동생이었습니다. 집과 가족, 이웃을 지키려고 했던 거였어요. 이 슬픔은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겁니다.]
동생을 먼저 보낸 아픔을 치유할 겨를도 없이 형도 응급구조사로 예비군 합류를 앞두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인 남편, 고인이 된 시동생과 함께한 한국 여행의 기억을 간직한 보미 씨도 슬픔 속에 걱정이 앞서지만 애써 마음을 다잡습니다.
[김보미 / 한국-이스라엘 다문화 가정 : 처음에는 절대 가지 말라고 했는데 다시 생각해 보니까 남편이 예비군에 참전하는 이유는 나라를 위해서고, 그리고 시동생이 나라를 위해서, 저를 위해서, 모두를 위해서 전사한 거잖아요. 그래서 제가 옆에서 응원해 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역시, 다문화 가정으로 30년째 이스라엘에 사는 숙영 씨도 잠 못 이루는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사위가 이미 참전한 데다, 전쟁이 격화하면서, 하나뿐인 딸도 예비군으로 소집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숙영 / 한국-이스라엘 다문화 가정 : 여기는 여자들도 2년 동안 군대를 가는데 저희 딸은 탱크 교관으로 있었어요. 그래서 아마 이제 이게 좀 많이 전쟁이 더 심해지면 아마 예비군으로 부를 것 같다고 그러더라고요.]
이스라엘의 한인 다문화 가정은 30여 가구.
이 가운데 상당수는 이처럼 가족, 친지 등이 전쟁터에 있거나 참전을 앞둔 것으로 추산됩니다.
불안감이 커지고 현지 동포들의 귀국이 이어지고 있지만, 이스라엘에 가족을 둔 채 홀로 발길을 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이숙영 / 한국-이스라엘 다문화 가정 : 저 혼자 살자고 저 혼자 갈 것도 아니고 남편과 아이들과 손자 손녀가 여기 있고요. 또 저희 시부모님도 연로하시고 그래서 제가 혼자 갈 일은 없을 것 같아요.]
다문화 가정을 비롯해 이스라엘에 남은 한인들은 애타는 사연에 서로를 위로하고, 이스라엘과 한국 정부에서 전달하는 경보와 안전 공지 등을 SNS로 나누며 안전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상황이 심각한 만큼, 다양하게 소통을 강화할 예정입니다.
[채완병 / 이스라엘 한인회장 : 단순히 정보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정확한 브리핑을 좀 지금의 상황에 대해서 브리핑을 좀 듣고 전문가를 통해서, 또 현재 한인 동포 안에서 필요한 사항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서로 대화할 수 있는 화상 회의를 주선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에 소중한 가정을 이루고, 때로는 한국을 잇는 민간 사절 역할도 해 온 동포들.
증오와 비극의 전쟁이 하루속히 끝나고, 가족과 동포들, 현지 사회에 평화와 일상이 되돌아오기만을 간절히 바라고 있습니다.
[김보미 / 한국-이스라엘 다문화 가정 : 우리나라도 사실상 휴전 국가잖아요. 저는 휴전 국가라서 (전쟁을) 굉장히 멀게 생각했는데 전쟁에 굉장히 가깝게 있다 보니 주변에 있는 사람들도 모두 소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무고한 시민들이 안 죽었으면 좋겠어요.]
이스라엘 예루살렘에서 YTN 월드 명형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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