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에 시간 번 푸틴…우크라에 냉혹한 겨울이 온다
"서방의 우크라 관심 줄어 무기 인도 지연·전장 우위 기대"
(서울=연합뉴스) 김문성 기자 = 서방의 관심이 중동 사태에 쏠리면서 러시아가 시간을 벌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는 관측이 나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두 번째 겨울을 맞게 되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이 같은 확신이 커지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당초 예상과 달리 장기전을 치르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동맹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격화에 주의를 돌리면서 반사이익을 얻게 됐다는 분석이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상황이 전개되고 있고, 자신들이 점령한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 영토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소식통 3명을 인용해 전했다.
푸틴 대통령이 내년 3월 대선을 준비하는 가운데 현재 어느 쪽도 결정적인 돌파구를 만들지 못한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가 유리한 위치에 설 것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우군인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전쟁 피로도가 커지고 우크라이나에 해결책을 찾도록 압박할 수 있도록 기다린다는 것이 러시아의 의도라는 설명이다.
러시아의 뜻대로 이뤄지면 우크라이나는 전장에서 혹독한 겨울을 보내게 된다.
러시아 군사 전문 블로거들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주요 작전 지역 중 하나인 남부 헤르손주에서 드니프로강을 건너 러시아군에 점령된 일부 정착촌을 탈환했다. 그러나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군을 격퇴했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군은 전장의 기상 악화에도 반격을 계속 모색하고 있고, 미국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로부터 탱크, 포, 미사일 등 수십억달러(수조원)의 무기를 지원받았지만, 지난여름 내내 러시아군을 몰아내는 데 지지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이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서방의 연합 전선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고 블룸버그는 분석했다.
미국 정치권은 최근 연방정부 셧다운(일시 업무정지) 사태를 모면하겠다며 우크라이나 지원 항목을 뺀 임시 예산안을 처리했다. 당장 우크라이나는 가장 큰 군사 자금줄이 끊긴 셈이다.
슬로바키아에서 러시아에 우호적인 로베르트 피초 전 총리가 이끄는 사회민주당(SD·스메르)이 지난달 말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유럽 내 우크라이나 지지 전선이 흔들리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지난 17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3회 일대일로(一帶一路: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포럼에서 푸틴 대통령과 별도로 회담을 해 나토 회원국들의 안보 우려를 부추겼다는 해석을 낳았다.
오르반 총리는 푸틴 대통령이 전쟁 범죄 혐의로 지난 3월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체포영장이 발부된 이후 처음 만난 유럽연합(EU) 지도자다.
영국 국방부는 러시아가 적어도 내년 1월 이후에 우크라이나 동부에서 "여러 축에 걸쳐 가장 중요한 공격작전을 벌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난 17일 전망했다.
푸틴 대통령은 며칠 전 러시아 국영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수개월에 걸친 우크라이나의 반격이 완전히 실패했고 러시아군은 '적극적 방어'로 전환해 전선 상황을 개선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우크라이나는 푸틴의 이런 주장을 반박하며 자국군이 격전지 바흐무트 주변을 포함해 계속 전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백악관은 20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액 614억 달러(약 83조원)를 포함한 '안보 예산'을 의회에 요청했다.
이런 미국의 지원 노력에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으로 국제 사회의 관심이 우크라이나에 멀어질 수 있다는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은 미국이 중동 지역에 집중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인도가 지연되면 러시아의 목표는 "더 빨리 달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싱크탱크 카네기국제평화재단의 다라 매시콧 선임연구원은 이런 상황을 고려할 때 지금 당장은 현상 유지하며 기다리는 전략이 더 많은 우크라이나 땅을 원하는 러시아에 적합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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