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프로야구 다섯 색깔 가을 야구 이야기 [경기장의 안과 밖]
프로야구 가을 잔치인 포스트시즌(PS)이 10월19일 시작한다. 10월14일 잠실구장에서 두산이 LG를 3-2로 꺾으며 6위 KIA의 탈락이 확정됐다. 트윈스, 위즈, 다이노스, 랜더스, 베어스 다섯 팀은 저마다 가을 스토리라인을 갖고 있다.
LG 트윈스기다림이 너무 길었다
정규시즌 86승 56패 2무(1위) 767득점(1위)/610실점(1위)
트윈스 팬은 극성맞다. 화도 많다. 팀이 시즌 내내 정규시즌 1위를 달려도 비난할 거리를 찾아내곤 한다. 방어기제일 것이다. LG는 2002년 한국시리즈 최종 6차전에서 이승엽에게 동점 스리런, 마해영에게 끝내기 솔로홈런을 연달아 맞고 무너졌다. 설욕을 다짐했지만, 이후 11년 동안 한 번도 PS 무대를 밟지 못했다. 동반 부진했던 KIA, 롯데와 함께 묶여 ‘엘롯기’라는 신조어가 탄생했다.
이제 ‘엘롯기’는 옛말이다. LG는 2014년 가을 야구에 복귀한 뒤 올해까지 11년 동안 7번 PS에 진출했다. 올해는 5년 연속이다. 이 기간 10개 구단 중 최다인 403승을 거뒀다. 하지만 가을에는 힘을 쓰지 못했다. 특히 지난 네 시즌 PS 경기 결과는 5승 10패에, 준플레이오프(PO)부터는 3승 10패였다. 희망은 너무 쉽게 절망으로 변했다.
올해 LG는 정규시즌 1위에 오르며 한국시리즈에 직행했다.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1994년은 LG의 마지막 한국시리즈 우승 시즌이기도 했다. 이 해 LG는 프로야구 역사에 남을 ‘유스 무브먼트’를 이뤄낸 팀이었다. 젊고 자신감이 넘쳤다. 올해는 2루수 신민재와 3루수 문보경을 제외한 주전 야수가 모두 30대다. 하지만 공통점은 있다. LG는 21세기에 늘 마운드에 비해 타격이 약한 팀이었다. wRC+라는 통계는 팀과 선수의 공격력을 종합적으로 보여준다. 구단 사상 wRC+ 1위 시즌이 1994년, 그리고 2위가 올해다.
KT 위즈마법사의 가을
정규시즌 79승 62패 3무(2위) 672득점(4위)/616실점(2위)
KT는 2015년 제10구단으로 프로야구 식구가 됐다. 선수 이동에 제약이 큰 KBO리그에서 신생 팀이 전력을 갖추기란 쉽지 않다. 창단 이후 세 시즌 연속 정규시즌 꼴찌였고, 그다음 시즌엔 9등이었다. 하지만 2019년 5할 승률을 달성했다. 두 경기 차로 PS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전성기의 시작이었다. 2020년부터 4년 연속 가을잔치에 초대받았다. 2021년엔 정규시즌과 한국시리즈 ‘더블’을 이뤄냈다. 모두 창단 이후 처음이었다.
올해 KT는 저력을 보여준 팀이다. 잇따른 주전의 부상 속에 5월16일에야 시즌 10승에 도달했다. 패한 경기는 12번이나 많았다. 6월2일 수원구장에서 두산에 1-10으로 패했을 때 승률은 0.348(16승 30패 2무)에 그쳤다. 이후 96경기 승률은 0.663이다. 작가 이영도는 ‘일생에 기억될 단 한 번의 가을’을 ‘마법의 가을’이라 이름 붙였다. 마법사(위즈)의 가을은 한 번보다는 더 길다. 더 원숙해졌다. 1루수 박병호는 올해 37세, 3루수 황재균은 36세 나이에 여전히 중심타자다.
SSG 랜더스행운의 여신은 올해 가을에도?
정규시즌 76승 65패 3무(3위) 658득점(5위)/698실점(7위)
SSG는 2021년 SK 와이번스를 인수하며 창단했다. 전신인 SK는 2018년 한국시리즈 우승, 2019년 정규시즌 2위를 차지했지만 2020년엔 9위로 떨어졌다. SSG는 창단과 함께 한국인 최고 메이저리거 추신수를 깜짝 영입했다. 첫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5할 승률을 넘어섰다. 지난해엔 메이저리그에서 2년을 뛴 김광현까지 데려왔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정규시즌 개막전부터 종료일까지 1위를 놓치지 않은 ‘와이어투와이어’ 우승을 했다. 한국시리즈에서는 키움을 4승 2패로 꺾고 시즌 두 번째 프로피를 들어 올렸다.
SSG의 성취 배경에는 공격적인 투자와 2000년대 후반 명문으로 입지를 다진 기존 전력이 있었다. 하나를 더하면 ‘운’이다. 2021년 SSG는 정규시즌 88승을 따냈다. 하지만 득실점에 기반한 기대승수는 80.2승이었다. 실제승수가 7.8승이나 많았다. 올시즌엔 실제승수(76)가 기대승수(66.3)보다 무려 9.7승이나 많다. 2년 연속 이 부문 최다였다. KBO리그 포스트시즌은 한국시리즈 직행 팀이 절대 유리하다. PO부터 시작하는 이번 가을에도 행운의 여신이 가호를 내려줄 수 있을까.
NC 다이노스 ‘슈퍼 에이스’
정규시즌 75승 67패 2무(4위) 679득점(3위)/617점(3위)
‘제9구단’ NC는 KBO리그에서 창단 구단의 모범을 세운 팀이다. 2013년 데뷔 시즌에 7위를 차지했고, 이듬해 3위, 3년째엔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후 2018년을 제외하고 매년 가을야구 초대장을 받았으며, 2020년 두 번째 한국시리즈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 해 정규시즌 우승도 NC의 몫이었다.
2021년 NC는 창단 시즌과 같은 7위로 떨어진다. 지난해엔 창단 이후 처음으로 2년 연속 탈락했다. 프랜차이즈 스타 우익수 나성범과 2020년 우승 주역인 포수 양의지가 차례로 팀을 떠났다. 하지만 NC는 올해 부활에 성공했다. 준PO부터 거쳐야 하는 4위이지만 기대승수는 LG에 이은 2위였다. 슈퍼스타 두 명이 떠났지만 여전히 팀 전력은 탄탄하다. 그리고 NC에는 올해 투타를 통틀어 리그 최고 선수인 슈퍼 에이스 에릭 페디가 있다. 1983년 장명부, 1984년 최동원, 1985년 김시진, 1986년 선동열에 이어 역대 5번째 ‘20승-200탈삼진’ 기록을 세웠다. 평균자책점은 소숫점 세 자리 기준으론 1점대(1.996)이다. 정규시즌 막판, 타구에 팔을 맞은 게 우려된다.
두산 베어스‘미라클 두산’
정규시즌 74승 68패 2무(5위) 620득점(8위)/625실점(4위)
2015년 이후 두산은 프로야구 역사상 다섯 번째로 출현한 ‘왕조’였다. 2021년까지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해 세 번 우승했다. 이 기간 따낸 정규시즌 586승은 리그 1위다. 지난해엔 정규시즌 9위로 떨어지며 몰락했다. 모기업 경영난으로 거의 매년 주전급을 프리에이전트(FA) 시장에서 잃어왔다.
하지만 올 시즌엔 돌아온 스타들이 힘을 냈다. 4년 FA 계약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36세 나이에 리그 야수 중 네 번째로 WAR(대체선수 대비 기여승)이 높은 선수가 됐다. 일본프로야구(NPB) 돌아온 라울 알칸타라는 전체 투수 가운데 네 번째였다. 그리고 선수로 은퇴한 지 6년 만에 유니폼을 다시 입은 신임 이승엽 감독은 팀을 무난하게 이끌었다. 전력상으로는 두산이 창단 이후 두 번째 ‘왕조’를 건설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하는 올가을 일정은 험난하다. 하지만 이 팀에게는 오랫동안 함께한 자랑스러운 별명이 있다. ‘미라클 두산.’
최민규 (한국야구학회 이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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