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트아크 미래, 캐릭터 밸런스에 달렸다

홍수민 기자 2023. 10. 21.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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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기울어진 운동장… 정보 격차 해소와 주기적 조정 필요
- 강림과 동시에 아크라시아를 불태운 붉은 달

로스트아크에서 밸런스는 늘 뜨거운 감자였지만, 어둠군단장 카멘 레이드 출시 이후 더욱 두드러졌다. 퍼스트 클리어 레이스 이벤트 '카멘 The FIRST'에서 기피 클래스가 대놓고 드러났다. 톱10 공대에 단 한 명도 포함되지 않은 기상술사와 디스트로이어가 대표적이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스페이스 쿨타임이나 피격 면역 스킬 갯수, 무력화, 카운터 성능 등 생존과 유틸적인 측면에서 꺼려지기도 하고, 순전히 DPS가 부족해 클리어가 어려운 경우도 있다. 소외된 클래스들은 "카멘에서의 유틸 격차를 알고 있다. 밸런스 패치로 개선하겠다"는 개발진의 말만 철석같이 믿고 기다렸다.

카멘 하드의 난이도 하향과 클래스 밸런스 조정이 진행됐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유저 커뮤니티에서는 이 직업을 공격대에 넣으면 딜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른바 '건데기' 클래스만 또렷해졌다. 1티어 클래스들과 건데기 클래스 차이가 명확히 느껴진다는 소리다.

운동장 자체가 기울어져 있으면 아무리 10멸홍을 두르고 7단계 초월을 하더라도 의미가 없다. 괜히 테스트 서버에서 '1블레 2건슬' 밈이 나온 게 아니다. 유저들이 라이브 서버 적용 후 AS 패치에 목을 매는 이유기도 하다.

 

■ 카멘이 준 영화 매트릭스의 빨간 약

- 카멘이야말로 빨간 약을 들고 온 초인이 아니었을까

그간 로스트아크엔 어려운 레이드가 없었다. 정확히는 '적정 스펙을 맞추면 누구든 깰 수 있을 정도'로 어려웠다. 유명 인플루언서가 "호들갑 떨지 마라, 하다 보면 다 깬다"고 말했던 것처럼, 숙련도가 올라가면 누구든 레이드에 성공하니 태생 수저론과 밸런스 논란이 불거질 이유가 없었다.

이는 난이도 구성 자체가 피지컬과 스펙 요소보다는 기믹 요소에 집중되어 있기 때문이었다. 단체 수행 기믹으로 난이도를 올린 아브렐슈드가 대표적이다. 이후 출시된 레이드는 피드백을 반영해 적당히 어려운 기믹을 포함한 평이한 수준이었다. 혼돈의 상아탑이 엔드 콘텐츠일 때는 아무도 스페이스 쿨타임의 불합리를 호소하지 않았다.

유저에게 여오하 매트릭스의 빨간 약을 먹인 것은 '예절주입기' 어둠군단장 카멘 레이드의 출시였다. 스트리밍으로 카멘 The FIRST 레이스 경쟁을 지켜볼 땐 매트릭스 가상세계처럼 마냥 즐겁고 좋았겠지만, 카멘 하드 구직부터는 현실의 영역이다. 

여차저차 친분으로 공격대에 비집고 들어가도 일부 클래스의 낮은 생존률과 DPS 미달로 광폭을 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심지어 이건 스펙업이나 컨트롤로 커버할 수도 없다. 25강 10멸 10홍 악추피 6퍼 엔드 스펙으로 가만히 있는 허수아비를 때려도 실드를 제대로 못 깎는데 그 이상 뭘 할 수 있겠는가.

스마일게이트도 이를 인지했는지 카멘 하드 체력을 하향 조정했다. 그래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매저키스트도 아니고 어느 누구도 통나무를 짊어지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 더 쉽고 빠르게 클리어할 수 있으면 그 길을 걷고 있은 게 사람의 본성이다. 공개 파티 모집에서 굳이 기피 직업군을 받을 이유가 없다.

 

■ 무카파 평준화, 이 유틸에 이 딜이라고?

- 지금보면 납득이 되지 않는 5월 밸런스 패치 당시 개발자 코멘트

이전에는 무력과 카운터, 파괴 등 소위 '무카파' 기믹 수행 능력이 나름 의미가 있었다. 아브렐슈드의 경우 큐브 무력을 널널하게 하기 위해 랏 무력딜러를 찾는 일도 꽤 흔했으며, 뛰어난 기믹 수행으로 일부 클래스가 우대받기도 했다. 

기믹 수행을 근거로 피해량을 조정하는 사례도 있었다. 서머너의 경우 올해 5월 밸런스 패치에서 직접 개발자 코멘트로 "높은 피해량 뿐만 아니라 기믹 수행 및 상황 대처 능력에서도 높은 지표를 보여줘 모든 스킬 피해량을 하향 조정한다"라고 언급한 바 있다. 

당시에는 모두들 납득했으나 부족한 무력과 카운터, 파괴까지 평준화하는 현재 상황에서도 이 기준이 합당한지는 의문이 든다. 소위 말하는 '기믹도르' 클래스들이 DPS 부족으로 레이드에서 소외받고, 개발진이 수월한 클리어를 위해 4관문의 무력화 수치를 직접 하향하는 시점에선 더욱 그렇다.

무카파 뿐만이 아니다. 스페이스 쿨타임과 이동 가능 스킬, 시너지, 체방 계수, 피격 면역 스킬 유무, 특화 돌격대장 수저를 낳은 이동 자버프 유무 등 클래스 차별 요소는 곳곳에 산재해 있다. 단순히 기믹을 잘 수행한다고 유틸이 좋은 것이 아니라는 말이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1티어 클래스가 '시NO지 딜NO' 기상술사보다 유틸 성능이 낮다고 단언할 수 없다. 근소한 차이가 있더라도 1티어 클래스=2 기상술사로 요약되는 DPS 차이를 합리화할 수는 없으며, '유틸 평준화'를 내세우는 기조 상 지속적으로 레이드 기믹을 하향하거나 추가적인 상향을 시행하기 때문이다.

 

■ 내 차례는 대체 언제함흥차사 밸런스 패치

- 지금 생각하면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클리어할 수 있었던 일리아칸

개발진은 분명 "밸런스 패치 주기를 줄이겠다"고 약속했지만 그 약속은 아직 공수표다. 최근 대규모 밸런스 패치 주기는 작년 8월에서 올해 1월, 5월, 10월로 줄어들지 않았다. 카멘 출시를 앞두고 급하게 수치 조정 위주 딸깍 패치를 시행했지만, 그게 얼마나 유의미했는지는 카멘 The FIRST 결과만 봐도 알 수 있다.

밸런스 패치에 사활을 거는 것은 '완벽한 밸런스'를 요구해서가 아니다. 클래스만 해도 25개, 직업 각인만 50개인 게임에서 이상적인 밸런스를 맞추기란 쉽지 않다는 걸 유저도 인정한다. 다만 이번 기회가 아니면 5개월 간 이 상태로 다음 레이드를 맞이해야 한다는 절박함은 감출 수 없다.

클래스 리워크 과정을 겪으면서도 불만족스럽거나 아직 개편이 진행되지 않은 클래스들은 더욱 간절하다. 성능이야 수치로 조정할 수 있지만 구조 개편은 쉽지 않다. 리워크 대상이었는데 직업 각인이 아직도 무쓸모인 클래스나 고질적인 마나, 딜 압축, 스킬칸 부족, 카운터 성능 등 구조적인 문제로 시달리는 클래스 등이 그렇다.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도 모두가 하하호호 웃으며 레이드를 클리어할 수 있었던 지난 레이드들과는 다르다. 느긋하게 있다가는 남의 잔칫날 내 제삿상 차리던 카멘 The FIRST의 재림일 뿐이다. 신규 어비스 던전과 카제로스 레이드가 어떻게 출시될 지 모르는 상황이 불안하기만 하다. 

근본적인 구조 개선 주기를 단축시키는 게 어렵다면 수치 조정이라도 지금보다 짧은 주기로 시행할 필요가 있다. 적어도 개발진의 돌려돌려 돌림판에 당첨된 클래스가 5개월 간 0티어로 군림하거나, 건데기 클래스가 5개월 간 신규 레이드에서 거절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 5개월 간 건데기 확정, 탈출은 대체 언제쯤

- 기상술사에게도 봄은 올까?

답답한 건 개발진이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건데기로 낙인찍히면 당장 파티 취업에 지장이 생기는데 막상 정확한 정보는 모른다. 다른 클래스에 비해 구체적으로 얼마나 좋지 않은지, 현재 불합리한 구조를 개선해 줄 의향은 있는지, 해 준다면 대체 언제 쯤인지도 기약이 없다.

언급 한 줄 없었던 클래스도 마찬가지다. 내부 지표상 괜찮다고 판단했기에 그랬겠지만, 다른 클래스가 상향받는 동안 현상을 유지한다면 상대적 하향이나 다름 없다. 지표가 괜찮다는 거지 불합리한 점이 없다는 건 아닌데 개선 번호표는 후순위다. 남들 앞서가는 동안 홀로 뒤쳐지고 있다는 불안감 속에서 5개월을 버텨야 한다. 

카멘 하드를 보내고 있는 1630 이상 유저라면 대개 공감할 것이다. 무기 25강, 엘릭서 40, 품위 유지 비용 10멸홍, 초월까지 캐릭터 하나에 한두 푼 들어가는 게 아니다. 이제 와서 다른 클래스로 갈아타기에는 본전생각이 난다. "돈이 얼마라도 구매할테니 이렇게 방치할 거면 차라리 클래스 변경권을 팔아달라"는 소리가 괜히 나오는 게 아니다.

아직 밸런스 패치가 완료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남았다. AS 패치로  "유저 추억이 담긴 하나하나의 캐릭터를 소중히 생각하겠다"는 로스트아크 개발진의 약속이 지켜지는 날을 기대한다.

suminh@gametoc.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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