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팔 전쟁] '가자 생명길' 다시 열렸지만…인도적 위기 해소는 난망
유엔 사무차장 "가자 주민 지원 위한 지속가능한 노력의 시작"
(요하네스버그=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 반입이 드디어 시작됐지만 인도주의적 위기 상태를 해소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날 1차로 반입된 구호 물품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한계 상황을 해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데다가 추가 반입 여부도 현재로선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첫 단추'를 잘 꿴 만큼 후속 협의를 통해 인도적 지원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 섞인 관측도 나온다.
21일(현지시간) 외신 등을 종합하면 이날 오전 이집트 국경 검문소인 라파 통행로를 통해 가자지구 주민들을 위한 구호품이 처음으로 전달됐다.
이집트와 가자지구를 잇는 라파 국경 통행로가 개방된 것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 발발 이후 2주 만에 사실상 처음이다.
1차 반입 물량은 의약품과 식량 등을 실은 트럭 20대분이다.
그러나 유엔은 현재 물, 식료품 등이 거의 고갈된 상태에 놓인 가자지구 주민 200만여 명을 지원하려면 최소 트럭 100대분이 필요하다고 본다.
반입하는 구호 물품에 연료가 빠진 것도 문제다.
이스라엘이 지난 18일 트럭 20대 분량의 구호 물품 1차 반입을 이집트와 합의하면서 품목을 식량과 물, 의약품으로 제한했다.
하마스는 이날 성명에서 "반입되는 구호품은 의약품과 한정된 양의 식료품을 실은 트럭 20대"라며 "가자지구의 재앙적인 의료 상황을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는 지난 7일 하마스 기습 공격에 맞선 이스라엘의 전면 봉쇄와 보복 공습으로 식량·물·의약품·연료 등 필수 물자가 거의 고갈됐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전날 보고서에서 가자지구 내 1차 의료시설의 6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병원들은 전력·의약품과 각종 장비·인력이 고갈돼가고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가장 큰 문제는 발전용 연료 부족으로 병원들은 운영 중단을 막기 위해 가자지구 안에 남은 소량의 연료를 병원으로 옮기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가자지구 구호품 지원이 1차로 끝나서는 안 되고 지속해서 이뤄져야 하며 연료 반입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유엔과 구호단체들의 지적이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전날 라파 검문소 앞에서 "구호품 전달은 지속적인 노력이어야 한다"며 "연료 반입도 허용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이날 "인도적 지원은 가자지구 남부에 제한돼야 한다"며 "연료 반입은 절대 안 된다"고 강조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구호품 반입이 지속 가능할지도 불확실하다.
이스라엘은 1차 구호 물품 반입을 합의하며 해당 물품이 하마스의 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는 조건을 달았다.
이집트도 지속 가능한 통로 개방의 선결 조건으로 구호물자 수송대의 안전한 통행 등 '안전 보장'을 내세웠다.
이스라엘과 이집트 모두 이런 조건들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언제라도 통로에 다시 빗장을 칠 수 있다는 태세다.
그러나 최근까지 이스라엘군이 라파 인근을 공습했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고, 구호품의 '배달 사고' 가능성도 상존한다.
특히 이번 합의의 중재역을 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역시 "하마스가 지원을 전용하거나 훔친다면, 그들이 팔레스타인 주민의 복지에 관심이 없음을 재차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는 점에서 구호물자를 얼마나 엄중히 관리하느냐가 반입 지속 여부를 가를 것으로 보인다.
라파 검문소 가자지구 측에 몰려 있는 수백 명의 외국인과 이중국적자들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집트는 라파 국경을 통해 팔레스타인 난민이 대거 자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고 있는 만큼 이들의 입국 과정에서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이 작지 않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20대의 트럭이 가자지구로 건너간 뒤 "이번 인도가 가자지구 주민들에게 필수 물자를 공급하기 위한 지속 가능한 노력의 시작이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인도가 마지막이 돼서는 안 된다"고 재차 강조한 것은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hyunmin623@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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