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병풍이라도 괜찮다”…미국과도 절친된 이 나라의 진짜 속내 [신짜오 베트남]

홍장원 기자(noenemy99@mk.co.kr) 2023. 10. 21.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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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오른쪽)이 팜민찐 베트남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신짜오 베트남 - 268]‘절대로 한쪽 편만 들지는 않겠다.’

미국과 중국을 오가며 실리만 취하는 베트남의 외교 전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미국과 중국 입장에서 베트남의 몸값은 계속 올라가는 구조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베트남은 중국 해양 영향력을 확실히 잡아둘수 있는 긴요한 카드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중국 입장에선 베트남은 동북아 해양 패권을 잡아놓기 위해 꼭 필요한 존재입니다.

이같은 분위기를 중간에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내린 베트남은 여기도 친하게, 저기도 친하게 지내며 국가 영향력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베트남 보반트엉 국가주석이 제3차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이징으로 출국한 것 역시 같은 맥락입니다.

지난 2017년 시작한 일대일로 국제협력 정상회의는 중국을 축으로 러시아 등 일부 국가 정상이 참가하는 포럼입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핵심프로젝트인 일대일로 구상을 현실화하기 위한 자리입니다. 시 주석이 집권한 2012년 이후 10년간 중국은 1조달러가 넘는 금액을 신흥국 인프라 건설 지원에 투입했습니다.

당연히 공짜 점심은 없습니다. ‘우리가 인프라를 지원할테니 너희는 중국편이 되어라’가 시 주석의 속내입니다. 2019년 열린 제2차 일대일로 정상회의에서는 38개국 정상급 인사가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중국은 미국과 첨예한 분쟁을 벌여왔고, 전세계에서 중국의 이미지는 많이 추락했습니다. 그 결과 올해는 29개국 정상급 인사만 참석합니다. 면면을 살펴보면 서구 정상급 인사는 없고 캄보디아 라오스 스리랑카 콩고 등 개발도상국이 주류입니다. 행사 모양새만 보자면 고만고만한 나라를 불러놓고 시 주석이 위엄을 과시하는 자리라는 지적까지 나오는 정도입니다.

베트남은 자존심이 강하기로 유명한 나라입니다. 체면이 서지 않으면 자리에 가지 않습니다. 베트남에서 현지 공장을 운영하다 베트남 직원에게 집단 폭행을 당한 사례가 종종 나오곤 합니다. 십중팔구 원인은 하나로 모입니다. 다들 지켜보는 자리에서 자신을 야단쳐 체면이 깎였다는 것입니다. 그만큼 베트남은 체면과 자존심에 목숨을 겁니다.

그런데 이런 행사에 베트남 국가주석이 참여합니다. 시진핑을 돋보이게 하는 자리인걸 뻔히 알면서도 개의치 않고 들러리를 서겠다는 것입니다. 아마도 들러리를 선 댓가로 베트남은 중국에게 무언가 큰 걸 하나 요구할 것입니다. 다들 꺼려하는 일대일로 정상회담에 참석한 ‘거마비’를 달라는 요구입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보반트엉 베트남 국가주석과 건배하고 있다. [사진 출처=연합뉴스]
사실 베트남은 요즘 미국과 부쩍 친밀한 모습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얼마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베트남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포괄적 전략 동반자’로 격상하는 협정을 체결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미국과 베트남은 치열한 전쟁을 벌였습니다. 하지만 미군이 베트남에서 군대를 뺀지 50여 년이 지난 지금, 양국은 서로를 긴밀한 동반자로 여기는 협정에 사인을 한 것입니다.

아마 협정을 맺을 직후만 하더라도 미국 측은 중국 봉쇄를 위한 베트남 카드를 요긴하게 활용할 것이라 믿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미국과 관계개선을 끝낸 베트남 정부는 이제 방향을 돌려 중국과의 외교에 적극나서고 있습니다. 절대로 한쪽편을 들지 않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 한 것입니다.

이같은 베트남의 입장은 얼마전 베트남 의전서열 1위인 응우옌푸쫑 베트남 공산당 총서기장이 얘기한 ‘대나무 외교’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그는 최근 “베트남 외교적 성공은 베트남 ‘대나무 외교정책’ 덕분이다”며 “유연하면서 견고한 대나무 외교정책은 호치민 초대 국가주석의 사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2016년 쫑 서기장이 부각시킨 ‘대나무 외교’는 ‘베트남 사람들과 함께한 대나무처럼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말고 독립적인 외교 노선을 구축하자’는 원칙입니다. ‘베트남식 세계관’에 있어 절대 내편이란 존재는 아예 없는 듯 합니다. 지금 도움이 되면 내편, 그렇지 않으면 내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식으로 수십년전 총칼을 들고 서로를 죽이며 피를 흘렸던 미국과도 뒤끝없이 협력관계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베트남전 당시 벌어졌던 불미스러운 일로 한국이 사과를 하려하면 ‘우리가 승전국이고 너희가 패전국인데, 패자가 승자에게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필요없다고 무시하는게 베트남이란 나라의 특징입니다.

그런걸 보면 여기붙었다 저기붙었다하는 베트남의 ‘대나무 외교’역시 어찌보면 자신감의 일환일지도 모릅니다. 그런 사고 입장 이면에는 ‘끌려다니는 관계는 맺지 않겠다’는 특유의 배짱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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