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덕에 론볼 시작한 이미정 "APG 못 와본 남편 몫까지 금메달"

설하은 2023. 10. 21.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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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 취재단 = "남편 덕에 론볼을 시작했는데, 그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못 와봤네요. 남편 몫까지 금메달 따야죠. 하하."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1년 미뤄진 덕분에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항저우 땅을 밟은 이미정은 "남편은 자주 국가대표를 했지만 아시아경기대회 선발전에서는 늘 탈락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자기 몫까지 다 하고 오라더라.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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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3 압승에도 "경기력은 실망스러워"…만점 활약 예고
론볼 이미정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항저우=연합뉴스) 설하은 기자·항저우 공동 취재단 = "남편 덕에 론볼을 시작했는데, 그는 아시아경기대회를 못 와봤네요. 남편 몫까지 금메달 따야죠. 하하."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론볼 예선 조별리그 1차전이 시작된 21일 오전 중국 항저우 원후이 스쿨 론볼 경기장에서는 2개의 그린에 마련된 총 16개의 각 링크에서 쉴 틈 없이 예선전 경기가 진행됐다.

론볼 국가대표 이미정(스포츠등급 B6·경기도장애인론볼연맹)은 인도의 데비 니르말라를 약 1시간 45분 만에 21-3으로 압도하고 경기를 끝냈다.

1엔드부터 4점을 가져온 이미정은 차곡차곡 점수를 쌓더니 6엔드와 9엔드에서 4점을 따내는 '빅 엔드'를 만들며 격차를 크게 벌렸고, 12엔드에서 1점을 추가해 21점을 완성했다.

론볼에서는 직전 엔드에서 득점한 선수가 다음 엔드에서 흰색 잭(표적구·jack)을 굴려 자신이 원하는 위치에 표적을 설정한 뒤 선공을 시작하는데, 이미정은 이날 거의 모든 엔드에서 득점해 매 엔드를 주도했다.

인터뷰하는 이미정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미정이 잭을 상대적으로 뒤편에 계속 위치시키자, 인도의 니르말라는 공을 세게 굴려 링크 끝의 도랑에 빠뜨리거나 잭과 거리가 먼 위치에 자신의 공을 위치시키는 등 힘 조절에 애를 먹었다.

반면 이미정은 때로는 잭에 바짝 공을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잭 뒤로 공을 숨겨 잭이 이동하더라도 1번 위치를 지킬 수 있도록 했다.

큰 점수를 연달아 따내 1차전을 일찍 끝낸 이미정은 경기 뒤 취재진과 만나 "힘 조절이 전혀 안 됐다"며 "너무 실망스러운 경기였다. 내 실력이 너무 안 나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정은 "힘 조절이 전혀 안 됐다. 스핀을 먹여야 하는데, 공이 인조잔디의 골을 타 스핀이 안 들어가 그대로 뻗어 버리기도 하고, 잔디가 굉장히 미끄럽기도 했다"고 말했다.

"모든 선수가 다 똑같은 상황이라는 점에서 누가 가장 빨리 적응하는지가 중요하다"는 이미정은 "너무 긴장해서 가슴이 쿵쾅쿵쾅 떨리고 손까지 떨리고 미치겠더라"라며 첫 경기를 치른 소감을 전했다.

이우명 론볼 국가대표팀 감독 [대한장애인체육회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우명 론볼 국가대표팀 감독 역시 "경기는 이겼지만 이미정의 실력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다. 앞으로 더 잘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1968년생 이미정의 '장애인 생일'은 1989년 1월 27일이다.

이미정은 21살의 나이에 척추 염증 수술을 받았고 '수술이 잘 됐다'는 말을 들었지만 오히려 수술 중 신경에 문제가 생겨 하반신이 마비됐다고 한다.

휠체어를 타게 된 이미정은 문을 닫고 세상과 벽을 쌓았다.

"나는 아무것도 못 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사람인 줄 알았다"는 이미정은 론볼 선수로 활동했던 남편 심정식(스포츠등급 B7·시흥시장애인론볼연맹)의 권유로 론볼을 시작하며 다시 삶에 대한 용기를 갖기 시작했다.

심정식은 2019년 말레이시아 론볼 아시아 선수권대회에서 남자 단·복식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한 국내 정상급 선수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가 1년 미뤄진 덕분에 올해 국가대표로 선발돼 항저우 땅을 밟은 이미정은 "남편은 자주 국가대표를 했지만 아시아경기대회 선발전에서는 늘 탈락했다"며 "이번 대회에서 자기 몫까지 다 하고 오라더라. 금메달을 따고 싶다"고 활짝 웃었다.

이우명 감독 역시 "우리 선수들이 출전하는 9개 종목 중 금메달 7개를 기대한다"며 "모든 선수가 메달을 목에 거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힘을 보탰다.

soruh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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