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혁 단장 “한국말로 ‘오빠’라는 소리 들으니 신기할뿐”[항저우 장애인 아시안게임]
“신기하고 감사했다.”
21일 오전 10시 30분 항저우 신도심에 위치한 민샹로. 도로 양쪽에 몰린 항저우 시민들이 68구간 50여m 성화봉송을 마친 김진혁 항저우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 한국선수단장(43)에게 환호하면서 손짓으로 불렀다. 그가 환한 얼굴로 다가가자 몇몇이 손을 내밀었다. 이어 재미있는 장면이 연출됐다. 김 단장이 성화봉송대를 건네자 시민들이 이를 어루만지고 휴대전화 카메라에 담기 시작했다. 한동안 성화봉송대가 김 단장 손에 떠나있었다.
“한국사람이라는 걸 알고 ‘오빠, 오빠’ 하더라. 성화봉송대가 신기하게 보인 모양이다.”
이전 대회 선수단 단장과 달리 김 단장은 지난 2월 일찌감치 선임됐다. 의욕넘치는 젊은 외식사업가답게 부지런히 사람을 만나고 다녔다. 수시로 여러 종목 훈련장을 찾아가 격려했다. 선수들과 눈을 맞추고 분위기를 익혔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던 것들을 살펴보고 경험하고 공부했다.
후원금만 내는 단장이 아니라 선수들과 호흡하는 단장상을 만들었다.
자신에게 장애가 있어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다. 김 단장은 오른쪽 다리가 불편하다. 중국음식점 음식 배달을 하다가 음주 차량에 치여 크게 다쳤다. 그는 “하늘에 대고 왜 나한테만 이러냐고 소리쳤다”고 했다. 10개월 동안 병상에 있었다. 세 차례 수술대에 올랐다. 넓게 보면 장애인 스포츠와 인연이 된 사고였다.
“일단 스포츠를 좋아했고 장애인 선수들의 스토리에 관심이 갔다. 한분 한분 만나보면 다 책 한권의 스토리를 갖고 있었다.”
지인 소개로 정진완 대한장애인체육회장를 만나 선수단 단장까지 맡게 됐다. 배달원 출신인 김 단장은 중식 프랜차이즈 보배반점을 운영하는 보배에프앤비 대표다. ‘자수성가’라는 표현으로 담지 못할 어려움을 딛고 성공했다.
대표 직함에 단장 직함를 얹고 장애인, 그리고 스포츠와 깊고 넓은 인연을 만들었다. 지난 8월에는 회사 직원들과 함께 이천선수촌을 찾아 일일보배반점을 운영했다. 현장에서 직접 음식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휠체어농구 3X3 대회, 장애학생체육대회 등 스포츠 관련 행사에 푸드트럭을 보내 격려했다.
김 단장은 스포츠가 갖고 있는 힘을 잘 알고 있다. 고향 여수에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불우한 어린시절을 보낼 때, 농구가 내성적인 그의 성격을 바꿨다.
그는 “고무 농구공 하나만 있으면 친구를 사귈 수 있었고, 땀 흘리면서 성취감을 얻을 수 있었다”고 했다. 휠체어농구에 특히 눈길이 가는 이유다. 한국 휠체어농구는 이번 대회에서 동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조별리그 3연승으로 순항 중이다.
김 단장은 “처음 이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만났을 때 얼굴이 너무 밝았다. 이런 게 스포츠의 힘이 아닐까 생각했다. 자신의 인생을 즐겁게 꿋꿋하게 사는 선수들을 보면서 에너지를 받았다”고 했다.
장애인 스포츠와 가까워지면서 알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다는 걸 재확인했다. 김 단장도 1년 전만 해도 한국이 보치아 세계 최강국이라는 것도, 골볼이라는 종목이 있다는 것도 몰랐다. 그는 “비장애인들이 접하지 못하는 종목이 많다. 종목 특성을 알고 보면 흥미가 생기고 재미있게 볼 수 있는데 아쉽다”고 했다.
항저우 공동 취재단
항저우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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