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전 18세 보치아 서민규, 패럴림픽 메달리스트와 연전 “후회없이 맞서겠다”[항저우장애인아시안게임]
휠체어에 앉은 아들은 “진짜 매 경기가 결승전이 돼 버렸다. 정확성을 앞세워 공격적으로 싸우겠다”고 말했다. 생활보조원으로 함께하는 엄마는 “대진표를 받고 ‘헉’이라는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아들은 후회없는 승부를 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 최연소 보치아 국가대표로 출전하는 서민규(18·안산 명혜학교)는 초반부터 세계적인 강호를 만나 힘겨운 승부를 예상하면서도 용기를 잃지 않았다.
서민규는 21일 중국 항저우체육관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23일 개인전 예선 두 경기를 치르는데 상대가 모두 세계 최강들”이라며 “최소 한 경기는 이겨야 8강에 갈 수 있다. 정말 두 경기 모두 결승전처럼 임하겠다”고 말했다.
보치아는 뇌성마비 등 운동기능장애인을 위해 만들어진 경기로, 겨울 스포츠 컬링과 비슷하다. 12.5m X 6m 크기 바닥에 던져진 흰색 표적구에 조금 더 가까이 던진 자신의 공이 많을수록 점수를 더 받는 식이다. 직접 손으로 공을 던질 수도 있고, 홈통과 같은 경기용 기구를 사용할 수 있다. 서민규는 BC2 등급으로 파트너 없이 직접 공을 던진다.
항저우대회 예선 상대는 사에감파 워라우트(31·태국), 얀쯔챵(36·중국)이다. 워라우트는 리우·도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다. 얀쯔챵은 런던·리우패럴림픽에서 은 2개, 동 1개를 땄다. 세 번째 국제대회 출전, 이번이 첫 번째 종합대회 출전인 ‘국제대회 새내기’로서는 버거운 상대다. 서민규는 “어차피 만날 상대인데 조금 일찍 만났다고 보면 된다”며 “힘은 내가 약간 밀려도 정확도에서는 젊은 내가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마 김은희 씨는 워라우트-얀쯔챵 예선전을 직접 촬영했다. 김 씨는 “이틀 동안 영상을 보면서 철저하게 분석하겠다”며 “과거 영상으로 접할 때보다 현장에서 실제로 보니 오히려 해볼만하는 생각이 든다”며 희망을 잃지 않았다. 서민규 예상 순위는 4강이다. 서민규는 “공이 어디로 튈지 몰라 모든 승부는 예측불허”라고 말했다. 보치아 공 무게는 275g 정도로 서로 부딪히면 쉽게 흩어진다.
서민규는 보치아를 초등학교 1학년 때 특수반 교사 권유로 접했다. 9살 때 처음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에 출전했고, 초등 5학년 때부터는 성인 대회에 나갔다. 서민규는 올해 보치아 국가대표로서는 최연소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들 곁에는 지도자이면서 엄마가 늘 함께했다. 서민규는 “보치아를 하면서 넓은 세상에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면서 관계를 넓혀 가고 살고 있다”며 “운동선수로서 삶이 즐겁다”고 말했다. 서민규는 “항저우 아시아경기대회에서 개인, 단체전 2관왕에 도전한다”며 “물론 2024 파리패럴림픽 시상대에 오른 것도 꿈”이라고 말했다.
항저우 공동 취재단
항저우 |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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