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도 미국도 ‘큰 선거’ 줄줄이…정치의 해, 불확실성 커진다 [매일 돈이 보이는 습관 M+]

노영우 전문기자(rhoyw@mk.co.kr) 2023. 10. 21.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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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엠플러스 2024년 전망 시리즈
2024년은 정치의 해가 될 전망이다. 정치를 알아야 경제를 이해할 수 있고 투자전략도 세울 수 있는 시기다. 정치에 별 관심이 없던 사람도 2024년에는 정치가 경제를 뒤흔드는 모습을 목격하게 될 것 같다. 경제논리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생기고 각종 경제정책도 정치적인 목적에 의해 변질될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많이 부딪히는 것이 경제와 정치다. 그런데 각각의 논리 체계는 조금씩 다르다. 경제는 제한된 법과 제도 아래에서 합리적인 선택을 통해 사람들이 잘 사는 방법을 모색한다. 예를 들면 사적 소유가 보장된 상황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사람과 배농사를 짓는 사람이 있다고 가정하자. 사과농사를 짓더라도 배가 먹고 싶고 배농사를 짓는 사람도 사과를 먹고 싶다. 두 사람이 배와 사과를 적당히 교환하면 모두 이익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경제는 어떻게 하면 사적소유가 보장된 체제 아래에서 교환에 따른 비용을 최소로 줄이고 교환에 필요한 정보 유통을 활발하게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익을 올릴 수 있는지를 모색하는 분야다. 다만 ‘사적소유’는 주어진 제도로 경제적으로 바꾸거나 조절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는 제도 자체를 다룬다. 같은 예에서 살펴본다면 배 농사와 사과농사를 짓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에서 소유와 관련한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지를 다루는 것이 정치의 영역이다. 극단적인 예로 사적 소유를 보장하지 않고 모든 생산물을 국가로 귀속시킨 후 정부가 이를 다시 재분배 할수도 있다. 이 때 사과를 10개 먹고 싶은 사람에게 1개만 분배될 수도 있고 배가 먹고싶지 않은데 배 10개가 지급될 수도 있다. 정치가 이런 제도를 만들면 경제는 이 제도를 받아들이되 제한된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이처럼 제도 자체의 변화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은 정치의 영역이다.

경제 논리는 과격하지 않으면서 치밀한 반면 정치 논리는 훨씬 큰 그림을 그리다 보니 폭은 넓지만 논리 자체가 엉성하고 빈틈이 많다. 둘다 서로간의 영역을 존중하면서 치밀하고 합리적인 제도와 운영방안을 만들어간다면 사회가 발전한다. 하지만 경제논리와 정치논리가 충돌하는 경우도 많다. 경제의 영역을 엉성한 정치논리로 포장하거나 경제가 지엽적인 치밀함을 내세워 국가의 큰 그림을 그리는 것을 방해한다면 국가는 퇴보한다.

시야를 세계로 넓혀도 비슷한 얘기를 할 수 있다. 국가간의 문제를 풀어나가는 것도 정치의 영역이 있고 경제의 영역이 있다. 국가간의 관계에 대한 룰을 만드는 것은 국제정치의 영역이고 이 룰에 따라 효율성을 높여가는 것은 국제경제의 영역이다. 예를 들면 2차 세계대전 후에 자유무역 질서가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만든 것이 국제정치의 영역이었고 이런 공감대 아래에서 국제무역기구(WTO)를 만들어 교역을 활성화 한 것은 국제경제의 영역이다.

2024년은 그동안 형성해왔던 국제질서가 흔들리고 정치 논리가 기승을 부리는 한해다. 국제정치 갈등의 가장 극단적인 예가 전쟁이다. 2023년 10월 우크라이나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으로 전 세계의 안보 위험이 한층 가중되고 있다. 전쟁은 국가와 개인의 생존과 직결된다. 이성보다는 생존 본능이 우선시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가 간에 합의와 설득을 통해 룰을 정하는 국제정치의 논리는 실종된다. 경제적 불확실성도 극대화된다. 이스라엘-하마스간 분쟁이 발생하자 국제유가가 5%이상 급등하고 이스라엘 통화인 세킬화 가치는 급락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지구촌 화약고인 중동의 움직임은 다른지역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지구촌에 전쟁에 준하는 분쟁이 다른 곳에서 발생할 경우에는 한층 더 심해진다. 경제적으로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록 투자 위험은 증가한다. 물론 불확실성이 클 때 투자 수익을 올릴 수 있는 방법도 있지만 이를 추구하기에는 상당히 큰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전쟁을 제외하고 정치가 가장 기승을 부리는 경우는 선거가 있을 때다. 2024년 지구촌에서는 미국 유럽 영국 등 주요국을 포함해 30여개 국가에서 큰 선거가 열린다. 우리나라도 2024년 4월 국회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다. 선거는 국가를 이끌어 나갈 리더를 뽑는 절차로 각국의 정치중 가장 중요한 행사다. 선거에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가에 따라 향후 4~5년간 국가의 운명이 바뀐다. 또 선거때가 되면 정치인들간의 경쟁이 치열해진다. 이 과정에서 국민들로부터 표를 더 얻기 위해 무리한 정책을 내놓는 경우도 많다. 이른바 ‘표퓰리즘’적인 정책들이다. 그러다보면 경제 상식에 맞지 않는 일들이 벌어지는 빈도도 늘어난다. 성장률과 물가 등 각종 경제지표는 물론 주가 환율 금리등 각종 시장지표도 정치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런 점들이 어우러지면 경제의 불확실성은 매우 커진다. 경제는 주어진 제도 아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목적인데 제도 자체가 흔들려 버린다면 미래에 대한 계획을 세우고 추진할 수 없기 때문이다.

2024년 세계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변수로는 미국 대선이 꼽힌다. 미국 대선은 2024년 11월5일로 예정돼있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 후보로 도덜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거론된다. 민주당은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다면 지금과 크게 달라질 것은 없겠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의 대외 경제정책이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 양자간 담판을 통해 문제를 해결해 왔다. 한국 미국 유럽 등 다자간 협력을 통해 대외경제의 문제를 해결해온 바이든 대통령과는 근본적인 차이다. 중국을 압박하는 것은 유사하지만 그 방식이 트럼프 대통령은 양자대결을 통한 압박이었던 반면 바이든 대통령은 다자간 협력을 통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방식을 취했다. 미국의 힘의 우위를 최대한 활용해 독단적인 정책을 펴온 것이 트럼프 대통령이다. 기준금리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재임시 ‘기준금리는 낮을수록 좋다’는 것을 역설하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를 내릴 것을 강하게 압박했다. 실제 제롬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압력에 굴복해 금리를 내린 적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선된다면 현재의 고금리 추세가 하루아침에 반전될 수도 있는 것이다. 경제문제 외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 정책 등에 대해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과 근본적으로 다른 철학을 보여줬다. 이 때문에 미국 선거가 어떤 양상을 보이는지에 따른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도 한층 고조될 전망이다.

우리나라도 내년 4월 국회의원을 뽑는 총선이 예정돼있다. 총선을 앞두고 여야간 치열한 공방을 벌일 것은 물론이거니와 포퓰리즘적인 정책으로 경제를 흐트러트릴 가능성이 높다. 4월 선거는 현 정부의 중간평가적인 성격이 있다. 이 때문에 정부와 여당은 각종 성과를 강조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성과는 경제적 성과다. 경제적 성과를 부각시키기 위해 예산을 조기 집행하거나 경기를 조기에 띄우기 위해 각종 정책들을 펼 가능성이 있다. 선거전에 무리하게 경기를 띄울 경우 선거후유증은 커진다. 2024년 경기가 ‘상고하저’ 모양새를 갖추면서 상반기와 하반기의 격차가 커질 위험도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를 제외하더라도 많은 나라가 중요한 선거를 치른다. 전쟁중인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도 대통령 선거가 예정돼 있다. 인도 역시 2024년 총선을 통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재집권 여부를 결정한다. 아울러 멕시코 인도네시아 폐루 등도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이밖에 유럽, 영국, 인도, 이란, 일본 등도 의회 또는 지방의원을 뽑기 위한 선거를 치를 예정이다. 2024년에 치러질 선거 결과에 따라 세계 경제도 출렁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외 질서와 정책이 바뀌는 향방에 주목할 때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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