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ck] 하마스에 20시간 감금됐는데도…'푸짐한 밥상' 대접한 할머니
"하마스 대원들이 배고파서 좋을 것이 없다고 생각해 밥을 차려줬어요."
이스라엘의 한 노부부 집에 침입한 하마스 대원들에게 손수 '밥상'을 차려주며 20시간 만에 극적으로 구출된 할머니의 사연이 큰 화제입니다.
뉴욕타임스(NYT)는 "노부부를 살린 비결은 누구에게나 호의와 친절을 내보이는 이스라엘의, 아니 전 세계 공통의 할머니 미소였다"며 "광기와 공포가 뒤덮인 테러의 순간에도 할머니는 이 미덕을 잊지 않았다"고 보도했습니다.
현지 시간 지난 7일 새벽 가자지구에서 40km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오파킴시.
라헬 에드리(65 · 여) 부부는 집 밖에서 나는 큰 굉음에 '뭔가 큰일이 터졌구나'라고 직감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노부부의 집에 소총과 수류탄으로 무장한 하마스 대원 5명이 들이닥쳤고 이들은 곧바로 부부를 2층 침실에 감금했습니다.
인질로 납치하려고 한 것입니다.
수류탄을 찬 하마스 대원 한 명이 라헬 할머니의 얼굴을 총 손잡이로 가격하는 등 공포스러운 상황은 계속됐지만 라헬 할머니는 평정심을 잃지 않고 오히려 어르고 달랬습니다.
라헬 할머니는 이스라엘 언론들과 진행한 인터뷰에서 "그들 중 한 명은 나를 보고 자신의 엄마가 떠오른다고 했다"며 "그래서 그에게 '정말로 난 네 엄마와도 같다. 내가 널 도와주고 돌봐주겠다. 무엇이 필요하냐'고 말했다"고 말했습니다.
실제로 라헬 할머니는 그들의 가족에 대해 묻고 "배가 고프지 않냐. 간식이라도 차려주겠다"고 말하며 분위기를 풀어나갔습니다.
차와 쿠키, '제로 콜라' 등을 대접하자 하마스 대원들은 '일반 콜라'는 없냐고 되물었고 라헬 할머니는 "내가 당뇨가 있어서 집에 제로 콜라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하마스 대원들에게 음식을 먹이고 난 뒤 분위기는 한층 더 진정이 됐고 라헬 할머니는 그들과 대화를 계속해서 이어갔습니다.
라헬 할머니는 "대화를 나누다 보니 어느 순간에는 이들이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잠시 잊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들의 경계심이 누그러지자 라헬은 "당뇨 때문에 지금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다. 안 그러면 당뇨 쇼크가 올 것 같다. 화장실에 가지러 가게 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경찰관인 아들에게 '지금 하마스 대원 5명에게 감금돼 있다. 곧 가자로 끌려갈 것 같다'고 문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시간이 흘러 오후 4시가 넘어가자 라헬 할머니는 이들이 또 배가 고플 것이라는 생각에 손수 밥을 차려줬고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하마스 대원들은 '말처럼' 음식을 아주 많이 먹었다고 합니다.
경계심이 한층 더 누그러지자 라헬 할머니는 하마스 대원들에게 이집트 가수의 아랍어 노래를, 하마스 대원들은 이스라엘 가수의 히브리어 노래로 화답했습니다.
그리고 감금 20시간가량 지난 8일 새벽 이들 노부부는 경찰관인 아들 에비아타르 에드리의 조력 아래 극적으로 구조됐습니다.
하마스 대원들은 이 과정에서 이스라엘 경찰에게 모두 사살됐습니다.
라헬 할머니는 공포스러웠던 당시 상황에 대해 경찰인 아들이 상황을 알아채고 구조팀을 보낼 때까지 어떻게든 살아남고 싶었다고 전했습니다.
극적으로 구출된 노부부는 하마스 대원과 이스라엘 구조팀의 총격전으로 쑥대밭이 된 집을 잠시 떠나 현재는 호텔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편 이 같은 극적인 사연이 전해지자 라헬 할머니는 희망의 아이콘이자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텔아비브 거리에는 라헬의 얼굴과 애국 여성을 상징하는 '리벳공 로지'(Rosie the Riveter)의 이미지를 합친 벽화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라헬 할머니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수많은 주민이 목숨을 잃었는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저는 우리 집에 오는 모든 사람들에게 친절을 베풉니다"라고 답했습니다.
김성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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