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궐선거 승리가 다음 총선 패배로 이어질 수도 [최병천의 인사이트]
박근혜 비대위, ‘한나라당스럽지 않게’ 약점 보완해 중도 확장으로 대역전승
(시사저널=최병천 신성장경제연구소 소장)
10월11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민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더불어민주당 진교훈 후보 56.5%,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 39.4%였다. 진 후보는 17.1%포인트 격차로 승리했다. 민주당은 입장문을 냈다. 요지인즉 "민주당의 승리가 아닌 국민의 심판"이라는 메시지였다. 승리에 도취되지 않고, 몸을 낮추는 모습을 보였다.
몸은 낮췄지만, 속마음까지 그렇지는 않다. 민주당 내부는 총선에 대한 낙관론이 퍼지고 있다. 전체 의석 300석 중에서 과반 혹은 160석 정도는 가능하다고 보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신중론을 주장한다. '2011년 10월 재보선의 교훈' 때문이다. 민주당은 2011년 10월 재보선에서 크게 승리했다. 그러나 6개월 후 4월 총선에선 참패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2011년 8월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은 '무상급식 찬반 국민투표'를 했다. 부결됐다. 오 시장은 사퇴했다. 예정에 없던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2011년 10월에 치러졌다. 민주당 계열은 무소속 박원순 후보가 대표로 나왔다. 당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은 나경원 후보였다. 최종 결과는 박원순 53%, 나경원 46%였다. 박 후보가 7%포인트 차이로 승리했다. 고건 서울시장(1998~2002년) 이후 민주당 계열의 9년 만의 서울시장 탈환이었다.
'선거의 교과서' 같았던 박근혜 비대위
놀라운 점은 방송 3사 출구조사에서 나온 '연령별 득표율'이었다. 20대는 박원순 69.3%, 나경원 30.1%였다. 30대는 박원순 75.8%, 나경원 23.8%, 40대는 박원순 66.8%, 나경원 32.9%였다. 20~40대는 박원순 후보를 69%, 76%, 67% 찍었다. 약 70%의 압도적 지지였다.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공포' 그 자체였다.
충격을 받은 한나라당에 그해 12월 '박근혜 비대위원회'가 만들어졌다. 다음 해인 2012년 4월 총선이 실시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당명을 한나라당에서 새누리당으로 바꾼 끝에 300석 중 152석(51%)을 얻으며 과반에 성공했다. 민주당은 127석(42.5%)이었다. 새누리당은 승리하고, 민주당은 패배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과반 이상 승리는 따놓은 당상'처럼 생각하는 분위기가 팽배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총 9번의 총선이 있었다. 국민의힘 계열은 6승 3패를 했다. 이 중 원내 과반은 두 번이었다. 2008년 153석(51%)과 2012년 152석(51%)이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했던 일련의 행보들은 불리한 선거를 뒤집은 '선거의 교과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당시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도대체 무슨 일을 했던 것인가? 4가지 변화가 있었다.
첫째, 박근혜 의원이 전면에 나섰다. 2012년은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 차로 레임덕 상태였다. 이미 인기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다. 그래서 차기 대권주자가 전면에 나섰다. 리더십의 교체다.
둘째,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비대위를 구성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박근혜 비대위의 특징을 한마디로 규정하면 '반(反)MB 비대위'다. ①재벌-대기업 정치 세력 ②4대 강 사업 ③고령층에 한정된 지지층이라는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약점을 파악했다. 박근혜 비대위원장은 이 약점을 보완했다. ①경제민주화의 상징 김종인 ②4대 강을 비판했던 교수 이상돈 ③26세 청년 이준석을 비대위원으로 영입했다.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비대위원들이었다.
셋째, 당 색깔을 바꿨다. 파란색에서 빨간색으로 바꿨다. 왜 빨간색이었을까? 보수에게 빨간색은 '빨갱이'를 상징한다.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바꿨을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강력한 변화 의지'를 표명하는 효과가 있다.
넷째, 정강·정책도 바꿨다.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를 정책 기조로 담되, 세부 내용도 바꿨다. 강한 정부, 경제민주화, 보편주의와 선별주의를 아우르는 평생맞춤형 복지, 사회적 약자를 위한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노력 등의 내용이 담겼다. 통일·외교·국방 분야의 정강·정책도 바꿨다. '북한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로의 전환 노력' 문구를 삭제하고, '평화지향적 균형외교 추구'로 바꿨다.
2012년과 2024년, 세 가지가 다르다
정리해 보자. 우선 리더십을 박근혜 비대위원장으로 바꿨다. 그는 3가지를 바꿨다. 비대위 구성의 콘셉트를 확 바꿨다.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사람들로 구성했다. 당 색깔을 바꿨다.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빨간색으로 바꿨다. 정강·정책도 바꿨다. '한나라당스럽지 않게' 내용을 보강했다. 강한 정부, 경제민주화, 복지국가, 보편주의, 사회적 약자, 사회보험 사각지대 해소,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노력, 평화지향적 균형외교 추구 등이 모두 같은 원리다.
2011년 10월 한나라당과 2023년 10월 국민의힘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3가지가 다르다. 첫째, 당시는 이명박 정부 임기 말이었다. 레임덕 상태였다. 지금은 다르다. 아직 임기 초반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약간의 쇄신을 하면 지지율 반등 여력이 크다.
둘째, 그땐 강력한 차기 대선주자였던 박근혜 의원이 존재했다. 실제로도 '선거의 여왕'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박근혜 의원만큼의 초강력 정치인은 없다. 셋째, 당시 민주당의 패인에는 한명숙 민주당 대표의 대응 실패가 결합됐다. 김용민 막말 파문, 공천 논란,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반대 등 말 바꾸기 논란 등을 초래했다. 리더십의 실패였고, 정무적 대응의 실패였다. 2024년 총선에서 민주당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2012년과 2024년은 어떤 점에서 같고, 어떤 점에서는 다르다. 임기 말과 초반, 강력한 대선후보의 존재 유무, 민주당의 미숙한 리더십 등을 감안하면 그때와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다. 더 중요한 것은 박근혜 비대위의 '성공의 본질'이다. 핵심은 '약점 보완'이다. 박근혜 비대위는 '한나라당스럽지 않은 것'투성이였다. 김종인, 이상돈, 이준석, 빨간색, 경제민주화, 복지국가가 다 그랬다. '민주당스러운' 인물과 정책을 통해 '민주당을 지지하던' 중도표를 뺏어온 경우였다.
현실 정치에서, '약점 보완'과 '혁신' 그리고 '중도 확장'은 동의어다. 여당은 자문해야 한다. '국민의힘의 약점'은 무엇인가? 민주당도 자문해야 한다. '민주당의 약점'은 무엇인가? 자신들의 약점을 정직하게 직시하고, 약점을 보완하는 쪽이 중도 확장에 성공할 것이다. 2012년 박근혜 비대위는 해냈다. 2024년, 국민의힘과 민주당도 해낼 수 있을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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