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 행행(行幸) 아티스트를 만나다] 4. 정희석(둘기) 음악감독
‘수원화성 미디어아트 시즌3 수원화성 행행(行幸)’이 오는 11월4일까지 창룡문·동장대 등 수원화성 일원, 수원시미디어센터에서 계속된다.
서정원, 소마킴, 이웅철, 아하콜렉티브 등 총 네 명(팀)의 작가들의 미디어아트 작품들이 창룡문의 외벽을 채우는 가운데, 이들 작품을 하나의 흐름으로 꿰어내는 음악을 작업한 이가 있다. 바로 싱어송라이터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하는 정희석(둘기) 음악감독이다.
정 감독의 작업물은 화려한 영상이 재생되는 동안 전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비주얼이 닿지 못하는 영역을 사운드로 매만져 방문객들의 귀를 자극하면서 교류의 무대로 이끌고 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이하는 수원화성 미디어아트에서 음악감독이 정식 선임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에 정 감독은 “선례가 없는 만큼 부담감도 컸고 직면했던 작업량도 많았지만, 오히려 행사의 정체성의 맞는 지속성과 퀄리티를 시민들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며 운을 띄웠다.
이번 작업에서 정 감독은 작품의 주제와 호응할 수 있도록 최대한 전통 요소를 많이 녹여내고자 했다. 그에 따라 꽹과리, 장구, 태평소 등 전통 악기 소리가 구간 곳곳에 배치됐다.
그는 “평소 광고 음악을 많이 작업하면서 늘 트렌드에 민감해 있는 상태인데, 국악을 다뤄보니 또 새로운 시각으로 접근할 수 있는 기회였다”며 “대신 이질감이 들거나 악기 요소들이 어우러질 때 톤이 튀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다. 그래서 각각의 국악 사운드 소스를 적절하게 변형해 활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부모에 대한 자식의 사랑’이라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인 트랙 제목 ‘올리사랑’에 대해 “영어를 남발하고 싶지 않았고, 정조의 효에 깃든 기운을 잘 드러낼 수 있는 표현을 고심 끝에 찾아내 기뻤다”고 말했다.
정 감독은 20분가량 이어지는 곡을 구성할 때 중요한 건 듣는 이가 지루하면 안 된다는 점을 신경 쓰다 보니 끊임없는 조율의 과정이 이어졌다고 말한다. “국악을 양악 요소에 끼워넣는 게 원래 굉장히 어려워요. 리듬을 맞추기가 힘들기 때문이에요. 또 마디 단위로 구성되는 음악과 프레임 단위로 끊기는 영상이 서로 충돌할 때가 있었는데, 그런 지점을 조정하는 데에도 시간을 많이 썼어요.”
치열한 과정을 거쳐 완성된 음악은 네 작가의 작품 속 시각 요소에 무작정 앞서지도 않고, 마냥 가려지지도 않은 채 어우러지면서 존재감을 은은하게 내비친다.
먼저 서정원 작가의 ‘개혁의 행차’에선 도입부에 걸맞게 기백이 담긴 태평소 소리가 관람객에게 뻗어나가며 정조의 개혁 의지를 형상화한 작품의 주제와 호응하는 구성을 보여준다.
소마킴 작가의 ‘자취’가 시작되면 공간감을 살린 앰비언트 스타일의 몽환적인 사운드가 계속해서 창룡문 주위를 감싼다. 신디사이저를 변형하는 등 구간마다 소리의 변화와 낙차가 유독 자주 발생한다는 점이 흥미를 돋운다.
이웅철 작가의 ‘영원의 길’에선 타종 소리가 관람객의 여정에 동참하면서 전통 이미지와 현대의 추상 이미지를 오가는 작품이 관람객들과 소통할 수 있는 다리를 놓아준다.
마지막으로 아하콜렉티브의 ‘극(極)’에서는 금속 질감의 기계음이 귀를 사로잡는다. 시공간을 넘나드는 작가의 구상에 맞춰 이질감이 드는 소리의 조합뿐 아니라 현악기 편성을 통한 볼륨감 확장에도 신경 쓴 트랙이다.
정 감독은 이번 행사를 준비하면서 개인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하는 차원으로 접근하면 안 된다고 여겼다. 그가 특히 신경썼던 건 문화의 격차를 줄여나가는 작업이었다. 모두가 공평하게 누리는 예술로 접근할 때도 있어야 하는 법이기에, 그는 누구나 좋은 에너지를 받아갈 수 있게끔 보편적인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다.
끝으로 정 감독은 “지금까지는 주로 가수가 녹음실로 오면 같이 녹음하고 믹싱과 마스터작업 이후 음원이 발매되는 절차에 익숙해져 있던 상태였다”며 “그런데 이번엔 제가 음악을 작업하는 과정부터 제 음악이 공간에 어우러지고 세팅되는 순간에 이르기까지 제가 자주 접할 수 없었던 방식이어서 많은 걸 느낄 수 있었고 향후 이어갈 제 작업에도 참고할 부분이 많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송상호 기자 ssho@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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