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착하지 못했던 침착맨, 기안84가 감싸주면 어떨까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침착맨과 기안84의 인연은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리고 함께 살았을 정도로 깊다. 기안84 등장에 많은 사람들이 신선한 충격을 받았을 때, 함께 살았던 침착맨은 이보다 더한 에피소드를 꺼내며 단순히 '방송용 이미지'가 아니었음을 입증시켜 줬다. 어려운 시기를 함께했던 두 사람은 모두가 알아보는 지금도 여전히 친분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4월에도 침착맨은 기안84의 유튜브에 출연했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평소에도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드러냈던 기안84는 이말년을 향해 "되게 약해진 형의 모습을 한번 보고 싶다. 형이 약해진 모습을 보이면 내가 멋있게 챙겨주고 싶다. 그렇게 되도 나는 형을 감쌀 거야"라고 말했다. 표현 방식이 기안84다웠을 뿐, 침착맨을 향한 애정은 아낌없이 느낄 수 있었다. 침착맨 역시 "그렇게 돼도 감싸줄꺼야가 아니고 감싸주고 싶어서 그렇게 됐으면 좋겠는 거잖아"라고 웃어넘겼다. 당시에는 가볍게 지나갔지만, 어쩌면 지금이 기안84가 침착맨을 감싸줄 때가 아닌가 싶다.
침착맨은 지난 9월 이후 장기 휴방 중이다. 당시 그는 "지금까지는 휴방을 하면 언제 돌아온다 말씀 드렸지만, 이번에는 복귀 시점을 밝히지 않으려고 한다. 2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추가로 더 쉴지 돌아올지에 대해 안내를 드릴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휴식기에 있는 침착맨이 갑자기 폭발한 이유는 무엇일까. 침착맨은 휴방을 선언했지만, 자신이 만든 팬커뮤니티 침하하에는 글을 올리며 팬들과 소통했다. 대부분의 팬들은 다른 방식으로라도 소통하는 침착맨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다만, 일부 팬들은 '이럴거면 차라리 방송을 하라'는 취지의 댓글을 달았다. 이 역시 팬심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도 있지만, 분명히 두 달의 휴식을 선언한 침착맨에게 무리한 요구였다.
점차 침착맨의 글쓰기 빈도는 줄어들었다. 새 글을 기다린다는 한 시청자의 글에 침착맨은 "자꾸 댓글로 '근질근질하지? 이럴거면 방송해'라고 해서 안 올린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또 다른 시청자가 "원래 팩트가 긁히는 법이래요"라는 댓글을 달자 돌연 침착맨의 감정이 폭발했다. 침착맨은 "어디에서 뭐하면 공유하다가 '이럴거면 방송켜'라고 하고 뭐 하면 '솔직히 심심하지' 이러는데 정신병 걸리겠다. 아니 이미 걸린 것 같다. 자기들이 생각하는 카테고리 안에 이 악물고 가둬두려고 한다. 내가 어린이대공원에 사는 잉어냐. 대체 뭘 원하는 거냐. 소비하고 싶은 콘텐츠가 필요한 거냐 아니면 이 인간이 뭐 하는지가 궁금한거냐. 그것도 아니면 뭐할지까지 정해달라는 거냐"라며 불쾌한 감정을 폭포수처럼 쏟아냈다.
이후 다시 글을 쓴 침착맨은 "모순된 행동이 거듭되고 그것이 쌓여서 저라는 사람이 하나의 모순덩어리가 된 기분이다. 내 글로 상처를 드린 회원님들께 사과드린다. 정신이 온전치 못한 불쌍한 사람으로 봐주시고 너그러운 용서를 구한다"라며 "정신과를 등록하고 쉬는 동안에는 최대한 외부에 노출을 하지 않겠다. 이런 주제에 말하긴 웃기지만 건강하시고 마음에 평안하시길 바란다"라고 사과했다.
침착맨의 갑작스런 폭주와 이어진 사과를 접한 시청자들은 그가 받았을 정신적 스트레스를 이해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침착맨이 정신적 고통을 호소한 것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3월 3주간 개인 방송 휴방을 선언할 당시 침착맨은 "육체적으로 지친 건 아닌데, 정신적으로 오락가락하는 느낌이 많이 든다"고 밝혔다. 특히 "언제부터인가 기준이 없이 끌려다니는 느낌을 받았다. 감정적으로 혼란스럽고 고장난 것 같다. 감정의 영점이 잡히지 않는 게 번아웃의 증상 중 하나라면 번아웃이 맞다고 할 수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웹툰작가 이말년이 아닌 스트리머 침착맨이 성공할 수 있었던 다양한 이유 중 하나는 그가 시청자들의 다양한 감정 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중심을 지켰기 때문이었다. 무례한 듯 예의바르고, 말이 되는 듯 말이 되지 않는 궤변을 펼치면서도 침착맨이 엎어지지 않았던 건 자신만의 분명한 기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시청자들의 다양한 의견에도 자신의 기준으로 방송을 진행할 수 있었다. 본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확실하게 기강을 잡고, 수동적으로 끌려가지 않는 부분은 많은 시청자들이 그를 사랑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렇기 때문에 올해에만 두 차례 휴방기간을 가지며 정신적 어려움을 토로하는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필요한 것이 주변인들의 지지와 도움이다. 여기에는 기안84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 다른 웹툰 작가, 방송인 등 다양한 인물들이 포함될 수 있다. 그럼에도 기안84를 콕 집어 말한 이유는 그 역시 웹툰·방송의 성공으로 인한 반작용을 겪었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또한 침착맨은 기안84가 공황으로 힘들어할 때 옆에서 묵묵히 그를 지탱해 줬던 사람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비슷한 상황을 겪으며 비슷한 어려움을 가진 사람이 연대하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큰 힘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기안84가 이미 침착맨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도움을 주고 있을 수도 있다. 혹은, 침착맨의 스트레스가 이렇게 크다고 재단하는 것이 그의 말처럼 '생각하는 카테고리 안에 이 악물고 가두는 것'일수도 있다. 다만, 침착맨을 응원하는 팬들이 바라는 건 하나다. 침착하지 못했던 침착맨이 다시 침착해지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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