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 창당 11주년 기념식…"존재의 이유 만들어낼 것"
고 노회찬 전 대표 묘역 앞에서 창당정신 되새겨
심상정 "노회찬 없는 정의당 정말 쉽지 않아"
[서울=뉴시스] 임종명 기자 = 정의당은 21일 창당 11주년 기념식을 갖고 고(故) 노회찬 전 대표의 창당 정신을 되새기며 정치 실종의 시대, 정치를 복원하라는 국민요구를 받들어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답을 만들어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정미 대표와 배진교 원내대표, 심상정 전 대표, 이은주·류호정 의원 등은 이날 오전 경기 남양주 마석 모란공원에서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이들은 기념식에 앞서 11년 전 노회찬 전 대표가 밝혔던 대표수락 연설 한 구절을 읽으며 '6411정신'을 되새겼다.
'오늘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는 진보정당, 대민 실제 움직여온 수많은 투명인간들을 위해 존재할 때 그 일말의 의의를 우리는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동안 이런 분들에게 우리는 투명정당이나 다름없었다. 존재했지만 보이지 않는 정당, 투명정당, 그것이 이제까지 대민 진보정당의 모습이었다. 저는 이제 이분들이 냄새 맡을 수 있고 손에 잡을 수 있는 곳으로, 이 당을 여러분과 함께 가져가고자 한다.'
이정미 대표는 "오늘 우리는 지나온 세월을 되새기기보다 앞으로 나아갈 미래를 엄중하게 마주하고 있다"며 "지난 11년 쉼 없이 달려온 정의당은 고장도 나고 수리도 필요해졌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난 1년 당 대표로서 다시 달릴 정의당을 고쳐세우려 했지만 아직 국민들 부름에 가닿지 못했음을 느낀다"고 했다.
이 대표는 "무엇보다 앞으로 힘차게 내디딜 새로운 엔진을 장착하지 못했다. 정말 송구스럽다"면서도 "정치실종의 시대 정치를 복원하라는 국민요구에 절체절명의 사명감으로 정의당몫을 해내야 한다. 더 넓은 연대, 연합의 길을 뚫어내겠다"고 밝혔다.
이어 "펼쳐진 난관을 뚫고 목적지로 가기 위해 필요한 것은 오직 하나,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이라며 "아무리 앞이 잘 안 보이고, 무수한 갈래길이 유혹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정의당 창당 정신을 이어가겠다. 이 시대 정의당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 답을 만들어내겠다. 함께 해달라"고 전했다.
배진교 원내대표는 "정의당을 보며 누군가는 내년 총선에서의 위기를 점치고, 혹자는 이미 실패했다고 단정 짓는다. 하지만 그러한 평가가 사실일지언정 진실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혁신 재창당으로 일굴 정의당의 길은 분명하다"며 "우리 사회 절대다수이면서도 유령 취급받는 노동자들의 정당으로 다시 일어서는 것이 정의당의 현실정치 노선이라면, 종말의 미래를 막으려 발버둥 치는 기후시민을 조직화하는 일은 진보정치 새로운 10년을 열 미래정치 노선이다. 현실과 미래를 잇는 혁신재창당으로 6411정신을 완성할 것"이라고 했다.
심상정 전 대표는 "오늘 이 창당 기념식이 의미를 가지려면 정의당의 오늘 모습을 가감없이 마주할 수 있는 진솔하고 용기 있는 자리가 되어야 할 것 같다"며 "지금 정의당, 많이 어렵다. 부정할 수 없다. 동고동락하고 험한 능선을 넘어온 많은 동지들이 떠나갔다. 시민들은 정의당에 대해 느낌표 대신 물음표를 던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심 전 대표는 "당이 무기력과 당황스러움에 멈춰 있다. 마음이 몹시 괴롭다. 이러한 척박한 현실을 두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더 멀어지는 길일 것"이라며 "멀어진 국민들과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더 과감한 결단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대한민국 정치를 바꿔내겠다는 내부의 결기를 갖고 우리 당의 가능성에 대해 국민들께 믿음을 드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 전 대표는 또 "신발끈 묶고 변화하고 성찰하는 모습으로 국민의 신임을 기다리며 저도 최선을 다하고자 한다. 정의당 없는 노회찬은 없었다. 그런데 노회찬 없는 정의당은 정말 쉽지 않다. 당신이 그립고 또 당신에게 미안하다"고 보탰다.
류호정 의원은 "노회찬 대표가 앞에 계셨으면 뭐라고 했을까 생각해 봤다. 저희가 어려울 때마다 여길 찾아오고 있기 때문에 '이제 그만 좀 찾아와라, 좋은 일 있으면 와라' 하실 것도 같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리고 가만히 주저앉아 있다가 사라져서 투명정당 되지 말고 새로운 길을 잘 찾아서 다당제 국회를 만들어 이름 없는 사람들을 주인으로 모시는 정치를 끝내 해내라고 격려해줬을 것 같다"며 "그래서 당원, 지지자분들과 지혜 그리고 힘을 모아 행동에 나서려고 한다. 당당하게 앞으로 나아가겠다"고 했다.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이은주 의원은 "당의 위기가 갑자기 도래한 건 아닌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며 "11년 차 정의당, 일하는 시민과 그 목소리가 사라진 시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정당으로 거듭나기 위해 더 치열하게 토론하고, 더 치열하게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공감언론 뉴시스 jmstal01@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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