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에 반바지 입고 국회 나타난 국회의원[정미경의 이런영어 저런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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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dividual on the floor of the Senate shall abide by the Senate floor dress code, which for men shall include a coat, tie, and slacks or other long pants.”
(상원에서 업무를 수행할 때는 복장 규정을 따라야 한다. 남성은 재킷, 넥타이, 정장 바지 또는 긴 바지를 입어야 한다)
미국 정치권이 ‘dress code’(드레스 코드) 때문에 난리입니다. 드레스 코드는 때와 장소, 상황에 맞게 옷을 입도록 정해놓은 규범을 말합니다. 최근 미 상원은 드레스 코드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결의안 내용입니다. 남성은 ‘코트, 넥타이, 정장 바지, 또는 긴 바지’를 입도록 규정했습니다. 미국에서 ‘코트’(coat)는 ‘겨울 외투’가 아니라 엉덩이를 가려주는 ‘재킷형 상의’를 말합니다.
정치인이면 정치인답게 단정하게 차려입으라는 것이 결의안의 취지입니다. 물론 언제나 이런 차림이어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업무 중’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on the floor’는 ‘바닥 위에서’가 아니라 ‘업무 수행 중’이라는 뜻입니다. ‘floor’는 의회 본회의장 복도를 말합니다. 국회의원의 주 업무는 본회장에서 법안을 토론하고 투표하는 것입니다. 결의안에 따르면 드레스 코드를 준수하지 않으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습니다. 본회의장 입구에 서 있는 규율부장인 경위(Sergent at Arms)로부터 입장 거부를 당하게 됩니다.
미국에는 드레스 코드가 있는 곳이 많습니다. 흔히 아카데미 시상식을 가리켜 ‘black tie event’(블랙 타이 이벤트)라고 합니다. ‘드레스 코드가 블랙 타이, 즉 최고의 정장을 갖춰 입으라’는 것입니다. 남성은 나비넥타이에 디너 재킷(턱시도), 여성은 화려한 이브닝드레스를 입어야 합니다. 드레스 코드는 주로 파티, 사교행사 등 패션 자랑이 주목적인 행사에 적용됩니다.
패션 감각과는 거리가 먼 정치인들이 드레스 코드를 만들게 된 것은 복장 자율화에 대한 반발입니다. 얼마 전 상원을 총괄하는 척 슈머 민주당 원내대표는 의원들에게 자율화 방침을 전달했습니다. 티셔츠, 청바지 등 편하게 입을 수 있는 선택권을 준 것입니다. 이전까지 의원들은 딱 정해진 드레스 코드는 없지만, 정장을 입는다는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습니다. 복장 자율화에 다들 좋아할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의원들은 들고일어났습니다. 신성한 입법 업무를 수행하려면 이에 걸맞은 복장 규범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의원들은 자율화 논의가 다시 나오지 않도록 ‘이렇게 입어야 한다’라고 못 박은 드레스 코드 결의안을 채택한 것입니다. 이번 사례처럼 미국 정치에는 패션에 얽힌 논란이 적지 않습니다. 드레스 코드와 관련된 사건 사고들을 알아봤습니다.
The Republicans think I’m just going to be bursting through the doors and started break dancing on the floor in shorts.”
(공화당은 내가 본회의장 문을 박차고 들어가 브레이크 댄스를 출 것으로 생각한다)
후드티에 반바지는 미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트릿 패션’(길거리 패션)입니다. 만약 후드티 반바지 차림으로 출근한다면? ‘한소리’ 들을 각오를 해야 합니다. 요즘 존 페터만 민주당 상원의원이 이런 신세입니다. 즐겨 입는 후드티 반바지 패션 때문에 동료 의원들로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페터만 의원은 우울증을 앓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병원에 입원했다가 업무에 복귀하면서 후드티와 반바지 차림으로 등장했습니다. 정신건강이 온전치 못한 상태에서 편한 옷차림으로 업무를 보겠다는 이유였습니다. 후드티 반바지 조합은 과거부터 그가 즐겨 입는 스타일입니다. 철강 노동자가 많은 펜실베이니아가 지역구여서 정장보다 캐주얼 패션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펜실베이니아에서는 통할지 몰라도 보수적인 워싱턴에서는 어림도 없습니다. 애초 슈머 대표가 복장 자율화 방침을 추진한 것은 페터만 의원의 사정을 배려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공화당은 페터만 의원의 튀는 패션이 심히 못마땅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번에 통과된 결의안의 공식 명칭은 ‘SHORTS Act’(쇼츠 법안). 길게 풀자면 ‘SHow Our Respect To the Senate’(상원에 대한 존경심을 보여주자)라는 뜻이고, 짧게 보면 ‘shorts’(반바지), 즉 페터만 의원을 겨냥한 것입니다.
결의안이 통과된 뒤 페터만 의원의 반응입니다. ‘in shorts’는 ‘반바지 차림’을 말합니다. 반바지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는 길거리에서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젊은이입니다. 옷에 대한 정치인들의 고정 관념을 비웃는 것입니다. 그는 결의안에 따라 본회의장에 출입할 때는 정장을 갖춰 입고, 아닐 때는 편하게 입겠다고 밝혔습니다.
You Wore What to the White House?”
(백악관에 뭘 신고 갔다고?)
신발은 어떨까요. 정치인의 드레스 코드는 정장 구두(dress shoes)입니다. 얼마 전 부채한도 협상을 위해 대통령, 부통령, 민주 공화 양당의 상하원 대표 등 6명이 백악관 집무실에서 만났습니다. 모든 시선은 하원 대표 2명의 발에 모아졌습니다.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원내대표와 케빈 매카시 공화당 원내대표가 운동화를 신고 나타난 것입니다. 신발 브랜드를 추적한 패션 전문가들에 따르면 제프리스 대표는 콜한의 그랜드 크로스코트, 매카시 대표는 알렌 에드몬즈의 오스본 운동화를 신었습니다.
엄밀히 말해 이들이 신은 것은 스포츠형 운동화는 아니고 운동화와 구두의 중간쯤 되는 ‘dress sneakers’(드레스 스니커즈)입니다. ‘정장 운동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운동화로 분류됩니다. 연예인이나 일반인은 백악관에 초청됐을 때 자유로운 복장과 신발 차림으로 방문해도 됩니다. 하지만 프로 정치인이 정치 이슈를 논의하기 위해 백악관을 방문하면서 운동화를 신은 것은 결례라는 지적이 많았습니다. 특히 집무실에서 대통령과 만나는 자리였기 때문에 논란은 더욱 컸습니다. 뉴욕타임스는 ‘과연 운동화가 백악관 집무실에 어울리는가’라는 기사에서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아웃사이드 벨트웨이라는 정치 매체의 재치있는 제목입니다. 운동화를 신은 것이 믿기지 않는다는 의미로 “what”이라고 되물었습니다.
We don’t need to bar otherwise accepted contemporary business attire.”
(현대적인 비즈니스 복장으로 인정될만한 옷차림을 금지할 필요가 없다)
젊은 의원이 많은 하원은 드레스 코드가 엄격하지 않습니다. 비교적 자유롭게 입을 수 있습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된 것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2017년 ‘민소매 사건’이 중요한 계기가 됐습니다. 당시 하원 본회의장에 들어가려던 여기자 몇 명이 입구에서 제지를 당했습니다. 이유는 드레스 코드를 어겼다는 것. 본회의장에 입장하려면 여성은 팔뚝이 보이는 민소매를 입어서는 안 되고, 샌들을 신어서도 안 됩니다. 입장이 거부되자 여기자 한 명은 종이로 소매를 만들어 붙여 재차 시도했지만 실패했습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이해하기 힘든 드레스 코드”라는 비판이 쏟아졌습니다. 당시는 7월이라 민소매를 입은 여성들이 많았습니다. 남성의 드레스 코드도 엄격해 넥타이와 재킷을 착용하지 않으면 입장할 수 없었습니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은 드레스 코드를 바꾸겠다고 밝혔습니다. 시대의 변화에 맞추려면 드레스 코드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것입니다. ‘otherwise’(어더와이즈)는 ‘그 외의 경우라면’이라는 가정의 뜻입니다. 다른 분야라면 현대적인 직업 의상으로 인정받을만한 의상을 의회에서 금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회사에서 민소매 의상을 입은 여성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bar’는 두 가지 뜻이 있습니다. ‘술집 바’와 ‘차단대’라는 뜻입니다. 여기서는 동사로 ‘차단하다’라는 뜻입니다. 여성의 민소매 의상과 샌들 금지, 남성의 넥타이 착용 규정이 하원에서 사라졌습니다.
명언의 품격
가장 유명한 여성 정치인의 바지 패션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입니다. 바지를 입기 시작한 것은 1995년 퍼스트레이디 시절 브라질을 방문했을 때의 경험 때문입니다. 브라질 의류업체가 그녀의 치마 입은 사진을 속옷 광고에 이용하자 충격을 받고 치마를 멀리하게 됐습니다. 백악관에 걸린 역대 안주인 초상화에서 유일하게 바지를 입고 등장한 퍼스트레이디이기도 합니다.
이후 상원의원, 국무장관, 대선 후보를 거치면서 바지 정장은 힐러리 클린턴의 단골 의상이 됐습니다. ‘Pantsuit Hillary’(팬츠수트 힐러리)라는 별명도 생겼습니다. 2016년 대선 도전 때 인스타그램 계정을 개설하면서 첫 포스트로 바지 정장 3벌이 걸린 사진을 게시했습니다. 함께 올린 메시지입니다.
Hard Choices”
(힘든 결정)
정치인 힐러리를 상징하는 구절입니다. 많은 여성에게 있어서 힘든 결정은 ‘치마냐, 바지냐’의 문제입니다. 하지만 힐러리 장관에게 있어서 바지는 당연하고, 색깔의 문제라는 의미입니다. 여성미를 강조하는 화려한 드레스나 치마가 아닌 바지 정장에 ‘힘든 결정’이라는 제목을 단 것은 힐러리 장관답다는 평을 들었습니다. 힐러리의 바지 정장으로 ‘Pantsuit Nation’(바지 정장 국가) 운동이 시작됐습니다. 여성들이 바지 정장에 얽힌 성차별 경험을 소셜미디어에 공유하는 운동입니다.
실전 보케 360
We’re going to call you Donald Duck.”
(당신을 도널드덕이라고 부르겠어)
트럼프 대통령이 만화 주인공 도널드덕과 외모가 닮아서 붙인 별명은 아닙니다. ‘duck’은 ‘오리’라는 뜻도 있지만, 동사로 썼을 때 ‘숨다’ ‘피하다’라는 뜻입니다. 키 큰 사람이 많은 미국에는 머리를 부딪칠 수 있는 곳에 ‘Duck Your Head’라는 경고문이 붙여져 있습니다. ‘고개 숙여 피하라’라는 뜻입니다. 크리스티 주지사는 트럼프 대통령 이름 ‘Donald’에 ‘피하다’라는 뜻의 ‘Duck’을 붙여 ‘도널드 덕’이라는 신조어를 만든 것입니다. 다른 사람에게 굴욕적인 별명을 잘 붙이는 트럼프 대통령에게 ‘당신도 한번 당해봐’라는 식으로 복수하는 별명을 붙인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도널드덕 별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16년 대선 때 납세 기록 제출을 거부하자 민주당 지지자들은 제출을 피한다는 의미로 도널드덕 의상을 입고 퍼포먼스를 벌였습니다.
이런 저런 리와인드
동아일보 지면을 통해 장기 연재된 정미경 기자의 이런 영어 저런 미국 칼럼 중에서 핵심 아이템을 선정해 그 내용 그대로 전해드리는 코너입니다. 오늘은 2019년 8월 5일 소개된 2020년 민주당 대선 토론에 관한 내용입니다. 2020년 대선에서는 민주당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후보는 20명이나 됐고, 토론회는 11회나 열렸습니다. 흥미로운 발언들도 많이 나왔습니다.
▶2019년 8월 5일
https://www.donga.com/news/article/all/20190805/96828359/1
You’re dipping into the Kool-Aid and you don’t even know the flavor.”
(쿨에이드를 덥썩 마시고 무슨 맛인지도 몰라)
미국의 대표적인 과일향 음료 쿨에이드는 종류가 많습니다. 같은 붉은 계통이라도 체리, 딸기, 수박향이 있어 헷갈립니다. 체리향인 줄 알고 마셨더니 딸기향인 경우가 있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아는 척하는 것을 ‘dip into the Kool-Aid’(쿨에이드를 맛보다)라고 합니다. 뉴어크 시장 출신의 코리 부커 후보는 조 바이든 후보로부터 시장 시절 치안 성적이 좋지 않다는 공격을 받자 이렇게 반격했습니다. 바이든 부통령 시절 경찰 관련 예산을 확 깎아 버려 치안이 허술해진 것을 알지도 못하면서 섣불리 공격한다고 비꼬는 것입니다.
The first thing I’m going to do when I’m President, is I am going to Clorox the Oval Office.”
(내가 대통령이 되면 우선 클로락스로 집무실을 소독하겠다)
뉴욕 상원의원 출신 키어스틴 질리브랜드 후보는 대통령이 된다면 가장 먼저 백악관 집무실을 클로락스로 박박 닦아서 살균하겠다고 했습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남긴 자국들을 깨끗하게 청소하겠다는 것입니다. 클로락스는 세정살균제 브랜드입니다. 고유명사지만 워낙 유명한 제품이다 보니 ‘소독하다’라는 뜻의 동사로도 씁니다. “I Googled it”에서 ‘Google’(구글)을 동사로 쓰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I don’t think we should conduct foreign policy in our bathrobe at 5 in the morning.”
(오전 5시에 잠옷 가운 차림으로 외교정책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미네소타 상원의원 출신 에이미 클로버샤 후보는 트럼프 대통령의 외교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새벽 시간에 중요한 정책에 대한 트윗을 자주 올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습관을 비꼰 것입니다. 외교 이슈를 업무 시간에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새벽에 잠도 덜 깬 상태에서 즉흥적으로 결정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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