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안 뜬 새벽산 달리는 소프라노 “하얀 피부 구릿빛 됐지만 달리는 게 좋아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그때부터 걷다가 500m, 1km를 달렸다. 송 씨는 “계속 거리를 조금씩 늘려갔다. 참고 더 잘 달려보자고 달리니 어느 순간 ‘아 이 기분 뭐지?’ 힘은 드는데 기분이 좋았다. ‘그동안 내가 무슨 고민을 했지?라는 생각도 들었다. 모든 스트레스도 날아갔다”고 했다. 2019년 가을, 마라톤 10km를 완주했다. 1시간 15분.
“매주 토요일 서울 올림픽 공원에서 훈련받았죠. 처음엔 레슨 받고 혼자서는 주중에 한 번 달리는 식으로 했어요. 그랬더니 사람들이 그래서는 마라톤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주당 2번, 3번으로 늘렸죠. 지금은 거의 매일 달리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마라톤 동호회 휴먼레이스에도 가입했다. 송 씨는 “오 작가와 산을 찾으면서 ‘산도 달리는 구나’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휴먼레이스 회원 한 분이 트레일러닝 번개 모임을 소집하기에 참가하면서 산을 달리게 됐다”고 했다.
송 씨는 달리면서 “왜 인생을 마라톤이라고 하는지를 알았다”고 했다.
“장시간의 싸움이라서기 보다는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인 것 같아요. 마라톤 완주는 자신의 주제를 알고 준비해야 하죠. 최소한의 준비 루틴이 있죠. 그것을 안 하면 완주를 못하죠. 또 오버하면 중도에 포기해야 합니다. 그래서 준비 잘하고 집중력을 놓지 않고 ‘나는 할 수 있다’는 긍정적인 기운을 자신에서 심어주면서 달려야 완주할 수 있죠. 인생도 마찬가지잖아요. 제대로 준비하지 않으면 고난이 찾아오죠. 그 점이 인생하고 비슷한 것 같아요.”
코로나19 확산으로 도로마라톤은 멈췄지만 산에서 열리는 트레일러닝 대회는 계속 이어졌다. 2021년 10월 서울을 한 바퀴 달리는 서울국제울트라트레일러닝 ‘서울 100K’에서 50km를 12시간에 완주했다. 그리고 2주 뒤 제주에서 열린 트렌스제주트레일러닝 50km를 10시간에 달렸다.
시각장애인과 함께 달리는 빛나눔동반주자단으로 활동했다. 시간 날 때 시각장애인과 10~20km를 함께 달렸다. 그는 “지난해는 시각장애인들과 달린 해”라고 했다. 그는 “시각장애인들과 달리면 내가 더 실력을 키워야 더 잘 끌어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더 자극 받는다”고 했다.
송 씨는 이제 하루라도 달리지 않으면 몸이 찝찝해 견디지 못한다. 새벽에 5~10km를 달리고 하루를 시작한다.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 새벽에 달리지 못하면 저녁에라도 달려야 한다. 주말에는 산을 달린다. 코로나19가 잦아들면서 도로 대회에도 출전했다. 주로 10km와 하프코스를 달렸다. 10km는 48분, 하프는 1시간46분이 최고기록. 그는 “가끔 입상도 했다. 속칭 빈집털이(강자가 없을 때 우승했다는 속어)다”고 했다. 42.195km 풀코스는 지난해 가을 처음 달렸다. 3시간56분. 11월 5일 jtbc마라톤에서 3시간45분을 목표로 달릴 예정이다.
“저는 새하얀 피부에 바짝 마른 몸이었죠. 먹는 것도 살찔까 봐 새 모이 먹듯 했죠. 지금은 햇볕에 탄 구릿빛 피부가 아름답고 국수 한 그릇도 뚝딱이죠. 우리 단원들이 이런 저를 보고 놀랐죠. 달리며 굵어진 제 허벅다리도 자랑스러워요. 달리면서 제 인생관이 확 바뀌었습니다.”
송 씨는 “과거 지나친 승부욕 때문에 스트레스가 많았는데 이젠 ‘내 페이스대로 가면 되지 뭔 걱정?’이란 생각으로 살고 있다”고 했다. 달리며 체력이 좋아진 것은 물론 마음의 여유까지 찾았다.
그는 강조했다.
“달리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달리면 매일 뇌 청소를 하는 느낌입니다. 세포들이 건강해집니다. 그리고 옆 사람도 돌봐줄 줄 아는 여유도 생깁니다. 주위에 달리라고 하면 ‘야 나 죽으라고?’라는 반응입니다. 저도 걷다가 100m부터 차근차근 달렸습니다. 마라톤,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이젠 마라톤 전도사가 다 됐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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