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만 관객…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1억송이 국화…순천만국가정원, 가을 ‘인싸’ 갈대行 스카이큐브…순천만 습지와 새들의 왈츠 31일 폐막…축제는 끝나도 정원은 영원히
사진제공|순천시
축제는 가도 추억은 남는 것, 여름 날의 호숫가 가을의 정원…그 벤치 위에 800만 추억 스쳐가고 그 빈처 찾는 1000만 여심 끊이지 않아~. 순천만 정원, 순천만의 것 아냐~.
정원 씨, 그녀가 10년 만에 순천으로 돌아왔다. 강산 변한 그 시간, 센세이셔널 정원 씨는 완숙미로 한껏 더 성장했더라. 찰나에도 들썩인 그 시간…이제 헤어질 결심 굳힌 그녀와의 만남은, 오는 31일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이제 대단원이다.
사진제공|이송이(여행작가)
10년 만에 돌아온 찬란하神 정원 씨와 첫 만남은 2013년 순천만 정원에서다. 이 정원은 2015년에 이르러 대한민국 국가정원 1호가 됐다. 노관규 시장이 순천만 농경지의 전봇대 282개를 뽑아내고 생태형 탐방로를 설치할 때, 오늘의 모습을 떠올린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오히려 자연이 먼저 손짓했다. 흑두루미가 날아왔고 눈치보던 사람들도 그뒤를 이었다. 결국 꿈은 현실이 됐고 2023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흥행의 기록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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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국가정원…순천 정원으로 헤쳐 모여
사진제공|순천시
순천만정원은 첫 삽 후 서구 유럽 등 다른 나라 정원을 많이 참고했지만, 한국인의 미적 감각은 해를 거듭할수록 독창성이 발휘되어 이제는 다른 지역에서 벤치마킹을 하러 올 정도란 것이 정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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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정원박람회라는 이름에 걸맞게 이곳에는 40여 개에 달하는 정원이 모여 있다. 네덜란드 정원은 아름다운 풍차를 중심으로 바닥에 색색의 국화꽃이 수놓아져 있다. 그 색상이 너무 생생해 바람이라도 일면 하늘을 날아갈 정도다. 멕시코 정원에는 멕시코 국화인 달리아와 선인장·야자수가 어우러져 나비 없는 현실이 비현실 구상화를 엿보는 듯 하다.
사진|강석봉 기자
스페인 정원에선 드라마가 오버랩된다. 알함브라 궁전을 옮겨온 듯한 분수 아치와 고풍스러운 기둥은 정원에 핀 가을꽃에 고고함을 더한다. 영국 정원의 장미 터널을 보고 있자니 검은색 곰털 모자에 빨간색 제복을 입은 영국 왕실 근위대 군악대가 백파이프를 연주하면 튀어 나올 듯하다. 지난해 영국 왕실은 이 정원을 ‘찰스 3세 국왕 정원’으로 바꿔 달라고 요청해 명칭도 바뀌었다. 순천만국가정원의 위상을 말해주는 대목이다.
그밖에 이곳에는 터키·중국·미국·독일 등 세계 정원만 12개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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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벤치의 추억 같은 마을 정원의 감동
사진|강석봉 기자
자연이 파라다이스라면 정원은 노스텔지어다. 파라다이스가 규모라면 노스텔지어는 감상이다. 이를 놓고보면 박람회가 열리는 곳곳에 펼쳐진 대단위 국가 정원은 파라다이스다. 이에 비해 소담한 순천 저전동 골목 주택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마을 정원은 노스텔지어다. 화려한 축제에서 환상 만큼 잊혀지지 않는 것은 감동과 감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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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크건 작건 소망하는 눈에 담기고 속 깊은 가슴을 채우면 그것은 보물이 된다. 그 꽃밭은 사람들의 꿈 꾸는 이상향을 현실에 꾸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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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나무·바위·호수가 있어 외롭지 않고, 그 이름을 불러준 사람들이 있어 의미가 된다. 결국, 그들이 어울린 공간은 예술이 되고 사람들은 감동과 휴식으로 역사를 채운다. 이 아름다운 공간은, 정원이란 이름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다만 그 아름다움은 경중이 있기에, 꾸민 사람들의 손길에서 묻어난 세심함으로 부러움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그 관점에서 순천만정원은 ‘엄지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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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을 관통하는 동천으로 뱃길이 지난다. ‘정원드림호’를 이용하면 순천역 인근 선착장에서 박람회장까지 ‘한방에 오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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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든스테이’는 꽃으로 둘러싸인 가든에서 순천의 건강한 식재료로 만든 고급 만찬을 곁들일 수 있다. 40만 원이 넘는 고가임에도 일찌감치 예약이 끝났다.
사진|강석봉 기자
저류지를 쉼터로 꾸민 ‘오천그린광장’은 경관조명과 어우러지는 가을꽃이 포인트다. 이곳은 최근 산림청 주관 ‘2023년 녹색도시 우수사례’에서 ‘우수상’을 수상했다. 이 광장은 대규모 마로니에 숲 등 다양한 수목이 잔디밭과 어우러진 잔디 광장이다.
사진|강석봉 기자
아스팔트를 걷어내고 조성한 ‘그린아일랜드’는 국가정원과 동천을 하나로 연결한다. 지천인 꽃들이 물결이 된다.
호수와 나무, 불꽃 조형물이 어우러진 노을정원은 박람회장의 하이라이트다. 사람들은 삼삼오오 둔덕에 모여 앉아 여유로운 표정으로 꽃과 노을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가을을 맞아 최근 박람회장 안팎으로 형형색색의 국화 송이가 진한 향기를 풍긴다. 이곳을 채운 국화는 모두 1억 송이. 여기에 황하 코스모스·붉은메밀·포인세티아·버들마편초·맨드라미·샐비어·마리골드가 포인트로 자리 잡았다.
순천만 갈대, 가을 바람과 더불어 흑두루미와 춤을
사진제공|이송이(여행작가)
스카이큐브(8000원)를 이용하면 순천만국제정원에서 순천만습지까지 직통으로 간다. 교통 편의는 물론 지상 위 교각을 세운 덕에 눈호강도 끝내준다.
갈대 여행을 하려면 스카이큐브를 이용하면 편하다. 사진제공|이송이(여행작가)
순천만습지는 지금 갈대가 한창이다. 갈대밭 사이로 난 탐방로를 따라 사람들이 떼 지어 걸어간다. 탐방객이 점묘화 속에 동화돼 사라지는 환상을 경험하게도 된다. 어느덧 누군가에게 나역시 갈대숲 사이로 사라질테다. 사라진 사람들은 한참 지나 저 먼 곳에서 나타난다. 이는 탐방로의 높낮이를 다른 탓에 벌어지는 착시현상이다. 갈대가 다 자라면 높이가 3m에 달한다.
사진제공|순천시
갈대는 강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염습지에 뿌리를 내린다. 갈대밭은 수로를 따라 갯벌로 확대되고 그 너머로 퇴적물이 쌓이면서 갯벌도 넓어진다. 1997년 15만 평이던 갈대숲이 지금은 170만 평으로 늘어났다. 용산전망대에 오르면 S자 형태로 굽은 수로의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갈대는 한때 마을 사람들의 주요한 수입원이었다. 갈대를 꺾어 인삼밭의 차양막으로 내다 팔기도 했고 빗자루로 만들어 팔기도 했다. 갈대 뿌리에 항암 성분이 있다고 하여 캐가는 사람들도 많았다.
1980년대 들어 사는 형편이 나아지면서 갈대밭을 훼손하는 일이 줄어들었다. 갈대밭과 갯벌이 확대되면서 흑두루미의 개체 수도 점점 늘었다. 1996년 59마리였던 것이 2018년에는 2502마리까지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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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시는 새들의 휴식이 방해받지 않도록 가로등의 키를 낮추었다. 불빛을 단속하는 반사경도 설치했다. 순천만 생태관광지 안내판도 모두 새롭게 디자인했다. 안내판 높이를 최대한 낮추었으며 원색을 자제하고 중간색으로 글자를 변경했다. 이 모든 게 철새를 위한 배려다.
사진|강석봉 기자
허삼관네 집이 여기였구나!
사진|강석봉 기지
조례동에 있는 1만2000평 규모의 순천 드라마 촬영장은 도심에 있던 군부대 사격장을 활용한 것이다. 시대별로 △1960년대의 순천 읍내거리 △1970년대 서울 봉천동 달동네 △1980년대 서울 변두리 거리 3개 마을을 조성했다.
드라마 사랑과 야망(2006)을 시작으로 자이언트(2010), 제빵왕 김탁구(2010), 영화 그해 여름(2007), 님은 먼곳에(2008), 허삼관(2015), 말모이(2018)가 이곳을 무대로 촬영을 이어 갔다.
허삼관이 가족들과 생활하던 공간은 방문객들의 단골 인증샷 장소이다. 원한다면 관내 대여점에서 교복을 빌려 입고 순양극장·만화가게·고고장 등에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다.
사진|강석봉 기자
축제는 끝나도 정원은 남는 것
사진제공|순천시
박람회장을 찾은 방문객이 지난 10월 7일 800만 명을 기록했다. 이제 1000만 방문객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박람회는 오는 31일 끝난다. 행사가 끝나면 시설을 철거하는 일반 박람회와 달리,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는 영구적으로 도시 경관과 구조를 보존한다는 장점도 있다.
순천만정원은 서울에서 KTX를 이용한 후 대중교통으로 접근할 수 있으며 부산이나 창원 지역에서도 경전선 열차를 이용해 찾아갈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