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손 반값할인 곧 마감"…그래도 구관이 명관?[임성원의 속편한 보험]

임성원 2023. 10. 21.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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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간 보험료 절반 깎아준다는데…소비자 '외면'
병원 이용량·보험료 혜택 등 고려해 유불리 판단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보험 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내 번호 어떻게 알고 전화한 거지?', '가입하라고 할 땐 천사더니 보험금 줄 때는 악마네' 등 대부분 부정적일 거라고 생각이 드는데요. 하지만 또 필요할 때 찾게 되는 게 보험이잖아요? 앞으로 알아두면 쓸 데 있는 다양한 보험 이야기로 막힌 속을 뻥 뚫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최근 20·30세대를 겨냥한 일명 '가성비 보험'도 나오고 있죠. 보험에 가깝게 다가갈수록 멀게 느껴지는 분들을 위한 정보도 알기 쉽게 설명하겠습니다.[편집자주]

"기존 가입한 상품은 80세 만기로 더 이상 연장이 안 되고, 병력이나 보상 청구가 많으면 재가입 어려우셔요. 전환 대상자로 부담보나 할증 없는 심사 완화 가능하니 100세까지 보장받을 수 있는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세요. 올해 연말까지 전환하면 향후 1년간 보험료 50% 할인해 드리고 있으니 기회 놓치지 마세요."

최근 이런 안내 전화나 문자, 알림톡 받으신 적 있으신가요? 보험사들은 오래전에 실손의료보험에 가입한 고객들에게 적극적으로 '4세대 실손' 전환을 유도하고 있다. 최소 1년, 최대 5년 갱신 시점이 돌아올 때마다 보험료 폭탄을 맞을까 불안에 떨던 과거 가입자들은 보험료 부담이 줄어든다는 말에 이참에 갈아탈지 고민할 수 있다. 올해 1~3세대 실손 평균 보험료 인상률은 최대 10%대로, 갱신 시점에 최대 50% 넘는 인상률이 한꺼번에 반영됐다면 보험료 폭탄을 맞았을 것이다.

2007년 10월에 가입(1세대 실손)한 30대 중반 남성 전 씨도 최근 보험사로부터 4세대 전환 안내를 받았다. 전 씨는 고등학교 시절 부모님께서 가입해 주신 보험이라, 평소 병원에 갈 일이 없어도 '실비보험 하나쯤은 가지고 있어야 나중에 유용하겠지'라는 생각에 묵혀두고 있다. 매달 2만원대 보험료를 내는 전 씨는 가입 당시 워낙 저렴한 보험료로 가입했던 터라 크게 부담을 느끼지 않고 있다. 보험사에 다니는 지인들은 절대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몸이 탱크 수준이 아닌 이상 보험료가 더 비싸지더라도 계속 유지하는 게 낫다고 조언한다.

◇갈아탈까 말까…평소에 병원 자주 가는지 확인

보험사들이 '전환하면 무조건 손해다'라는 부정적인 인식을 바꾸기 위해 반값 혜택으로 관심을 높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보험료 반값 할인은 지난해 1월 처음으로 제공한 이후 총 3차례 연장, 올해 연말까지 적용한다. 보험업계에서는 기존 1~3세대 가입자의 전환 비중이 크지 않아 추가 연장 가능성도 높다고 본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실손 가입자(3997만명) 중 4세대 비중은 5.8%(231만명)에 불과했다. 1~2세대 가입 비중이 68.3%(2730만명)로 옛날 실손을 그대로 들고 있는 소비자들이 대다수였다.

4세대는 지난 2021년 7월 이후 판매하는 실손 상품으로 의료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했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실손 손해율이 치솟으면서 평소 보험 청구를 자주 하지 않은 소비자에게 전가되자 이를 방지하기 위해 보장 체계를 개편했다. 하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병원에 자주 가는 고령층이나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 비급여 치료를 자주 받는다면 오히려 손해일 수 있다. 기존 1~3세대와 달리 의료 이용량이 많을수록 갱신 시점에 보험료 부담이 더욱 가중될 수 있다. 4세대 실손은 과거 실손 대비 보장 비율도 20~30%가량 줄어들 수 있다.

특히 1세대 실손(2009년 10월 표준약관 적용 상품이 나오기 전 판매) 가입자들은 이런 점을 우려해 '옛날 보험'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낫다고 한다. 4세대 갱신은 매년 돌아와 직전 1년간 비급여 보험금을 100만원 이상 타가면 보험료를 최대 300% 할증, 최대 4배의 보험료 폭탄을 맞을 수 있다. 과도한 비급여 이용을 제한하기 위한 장치로, 구간별로 △100만원 이상 100% △150만원 이상 200% △300만원 이상 300% 등 보험료가 더 비싸진다.

과잉 진료 항목으로 꼽히는 도수치료·자기공명영상(MRI)·비급여 주사제 등 3대 비급여는 3세대(2017년 4월 이후 판매)부터 특약에 가입해야 보장하고 있다. 연간 보상 횟수와 금액 한도는 연 50회, 250만~350만원 수준으로 제한한다. 또한 입원·통원 시 급여(주계약) 20%, 비급여(특약) 30%의 본인부담금이 발생한다. 1세대 가입자 대부분이 자기부담금이 없었다는 점에서 병원 이용량이 많다면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2세대 실손(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 자기부담금 비율은 10~20%, 3세대의 경우 10~30% 수준이었다.

◇병원 이용량 적고 보험료 혜택 우선…4세대 이득

4세대 실손의 장점은 합리적인 보험료다. 평소에 병원 이용량이 적은 소비자라면 보험료 혜택을 더 챙길 수 있다. 2년 무사고 할인 10%와 함께 비급여 청구를 하지 않은 가입자들에게 5% 내외의 할인을 중복 적용해 준다. 금감원에 따르면 40대 남성 기준 1세대 실손 월평균 보험료는 4만원대, 4세대는 1만원대다. 4세대 보험료가 70%가량 저렴하다. 여기에 추가 할인을 받는다면 1만원 이하로 보험료 부담이 경감된다. 4세대는 항문질환·정신과 질환·불임 관련 질환·선천성 뇌 질환·피부질환·비만 등 국민건강보험 급여에 해당하면 일부 또는 전부에 대해 보상해 준다. 1세대에서는 면책 항목이었다.

평소 병원에 자주 가지 않는다면 매달 내는 보험료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점에서 '옛날 보험'이 좋다고 고수할 필요만은 없다. 향후 나이가 들수록 병원 이용 횟수가 늘어날 것을 걱정한다면 그대로 유지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 다만 1세대 가입자를 제외하고, 2~3세대 가입자는 미리 혜택을 받고 4세대로 갈아타는 것도 좋은 선택이다. 2~3세대 가입자 대부분은 본인이 최초 가입한 날부터 15년이 도래하면 그 시점에 판매하는 새로운 상품으로 자동 재가입된다. 새로운 실손 상품일수록 기존 대비 보장 혜택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현재 본인이 가입한 실손과 4세대 상품을 비교하고 싶지만, 복잡한 약관의 내용으로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알기 힘든 소비자를 위한 서비스도 있다. 보험다모아 홈페이지에서 제공하는 '실손의료보험 계약전환 간편계산기' 서비스다. 본인의 연간 의료 이용량 등을 입력하면 구체적인 수치로 비교, 4세대 전환 시 유불리를 판단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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