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수 ‘팬티 퍼포먼스’, 16년 만에 라오스에서 재현 [헐크의 일기]

김동영 2023. 10. 21.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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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만수 전 SK 감독과 라오스 야구대표팀 선수들.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스포츠서울]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끝나고 3일이 지난 후, 새롭게 라오스 여자야구국가대표 감독을 맡은 제인내 감독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라오스 정부에서 돌아오는 20일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팬티만 입고 비엔티안 대통령궁과 빠뚜싸이 앞에서 선수들과 함께 한 바퀴 도는 것을 허락했다. 단 선수들은 팬티가 아닌 마라톤 복장으로 달려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이날 라오스 야구협회 캄파이 회장이 직접 “라오스 야구국가대표 선수들과 함께 달리겠다”며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라오스 야구협회 캄파이 회장이 직접 나서서 이 일이 성사될 수 있도록 라오스 정부에 큰 노력과 힘을 썼다.

라오스 야구대표팀의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리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어떻게 허락받았는지 제인내 감독에게 물었더니 올림픽 조직위원장으로 있는 ‘셈폰’과 ‘캄파이’ 회장이 힘을 많이 썼다고 한다.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잠시 ‘빠뚜싸이’를 소개하면 라오스의 유명한 전쟁기념관으로 현재는 ‘승리의 문’으로 불리고 있다. 제 2차 세계대전과 1949년 프랑스 독립 전쟁 중에 사망한 라오스 군인들을 기념하기 위해 건축됐다. 그만큼 라오스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갖고 있고 비엔티안을 대표할 정도로 유명한 기념관이다.

이러한 곳에서 외국인이 상의를 탈의하고 달린다는 것은, 라오스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외국인들이라면 얼마나 조심스러운 행동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 아시안게임에서 1승을 하고 돌아온 야구 국가대표팀의 승리 퍼포먼스를 라오스 빠뚜싸이(승리의 문)에서 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한 번의 기적이다. 그만큼 정부의 신뢰를 받고 있다는 의미일 수 있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022 항저우까지 라오스 야구대표팀은 두 번 나섰다.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을 올리기 위해 제일 먼저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줄 겸해서 공약을 하나 했다.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 대통령궁과 빠뚜싸이 앞에서 팬티만 입고 한 바퀴 돌겠다고 선수들과 공약을 했다.

이만수 전 SK 감독의 2007년 SK 수석코치 시절 팬티 세리머니 모습. 스포츠서울 DB


왜냐하면 아시안게임에서 첫 승의 간절함이 나뿐만 아니라 야구를 사랑하는 수많은 사람들의 염원이기 때문이다. 라오스 정부에서도 구기종목에서 아시안게임에서 1승과 더불어 본선에 올라가는 것을 기대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절하게 염원했던 1승을 지난 9월27일 싱가포르를 상대로 거뒀고, 본선까지 진출했다.

이번에는 모든 지도자와 선수들이 동기부여가 되어 꼭 한 번 팬티를 입고 라오스 수도인 비엔티안 대통령궁 앞에서 한 바퀴 돌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나 첫 승 이후 가장 먼저 든 생각이 있다. 사회주의 나라인 라오스 정부에서 허락해줄지 의문이었다. 단체로 모임을 갖는 일은 좀처럼 허락하지 않는다. 학교 운동장이 대부분 좁거나 아니면 없는 학교들이 많다.

이만수 전 SK 감독과 라오스 야구협회 캄파이 회장.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처음 라오스에 들어가 학생들 대상으로 야구하려고 학교에 찾아갔는데 운동장이 없었다. 있더라도 너무 작아서 야구할 수 있는 공간이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 ‘왜 넓은 운동장이 없느냐’고 물었더니 제인내 감독이 ‘라오스는 사회주의 나라이기 때문에 주로 건물만 있고 운동장은 한국처럼 넓은 학교가 없다’는 것이다. 이를 알기에 허락이 떨어질지 예상하지 못했다.

그랬는데 정부에서 “지난 10년 동안 라오스라는 작은 나라, 경제적으로도 너무나 열악한 나라를 야구 하나로 세계에 많이 알렸고, 또 좋은 이미지를 전파해 줬다. 늘 고맙게 생각하고 있었다”고 했다.

이만수 전 SK 감독과 라오스 여자야구 대표팀 선수들.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벌써 16년의 세월이 지났다. 나도 어느덧 60대 후반을 달려가고 있다. 이미 몸은 옛 모습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망가졌지만, 그래도 이 나이에 라오스 선수들과 함께 달릴 수 있다면, 동남아 야구 붐을 위해서라면 이 한 몸 불사르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이번 일로 인해 동남아에 야구의 붐이 일어난다면 솔직히 이것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다. 약속을 지킬 수 있어 야구인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할 뿐이다.

20일 스태프와 선수들, 여자야구 선수들과 함께 대통령궁이 보이는 빠뚜싸이 앞에서 즐겁고 행복하게 소리 지르면서 한 바퀴 돌았다. 이날 참석한 인원만 40명 정도가 될 정도로 많은 선수들과 임원들이 참석했다. SK 수석코치로 재직중이었던 2007년 인천 문학구장이 만원 관중을 달성하면 팬티 세리머니를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어 감사하다.

이만수 전 SK 감독. 사진제공 | 헐크 파운데이션


이날 함께 달렸던 라오스 야구협회 캄파이 회장과 모든 스태프, 남녀 야구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 이날 처음부터 끝까지 영상을 담당했던 이근영 PD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이근영PD도 언제나 솔선수범하여 라오스 야구발전을 위해 수년간 지원하고 있다.

정말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그리고 희망을 갖고 꿈을 꾸다 보면 이렇게 도우려고 하는 이들이 생긴다. 그래서 내가 라오스 야구를 멈출 수 없는 이유다.

이만수 전 SK 감독 · 헐크 파운데이션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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