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된 여자레슬러 박혜선 "사건현장에는 룰이 없다"[인터뷰]

오영재 기자 2023. 10. 21.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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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슬링을 했을 때는 경기를 뛰는 것보다 체중 관리나 훈련, 상대를 분석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어요. 형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데, 다양한 기록이나 증거를 수집해야 만 혐의를 입증할 수 있고 심문할 때도 자신 있게 질문을 던지거나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심리 싸움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이 세상에 레슬링보다 더 어려운 게 있을까'하는 자신감으로 2017년 당시 29세 박혜선 선수는 태릉선수촌에서 짐을 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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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21일 제78주년 '경찰의 날' 인터뷰
55㎏급 여자부 레슬링 국가대표
'무도 특채' 제주동부경찰서 형사
[제주=뉴시스] 박혜선 순경, 제주동부경찰서 형사과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레슬링을 했을 때는 경기를 뛰는 것보다 체중 관리나 훈련, 상대를 분석하는 과정이 더 힘들었어요. 형사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대부분의 피의자가 혐의를 부인하는데, 다양한 기록이나 증거를 수집해야 만 혐의를 입증할 수 있고 심문할 때도 자신 있게 질문을 던지거나 주도적으로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것 같아요. 이 과정에서 심리 싸움을 하는 것도 필요하고요."

대한민국 55㎏급 여자부 레슬링 국가대표 박혜선(36), 30대로 접어들면서 레슬링판을 떠났다. 이후 경찰 무도특채에 합격, 올해부터 형사로 변신했다. 격렬한 종목 운동선수의 특징인 '만두귀'의 박혜선 순경을 지난 19일 제주동부경찰서에서 만났다.

박혜선 순경은 태극마크를 달고 24~28세(2012~2016)를 살았다. 중·고교 시절에는 유도를 했으나 성인이 되면서 레슬링으로 전향했다. 전국체전·국가대표선발전 등 끝없는 훈련과 대회로 20대를 보냈다.

제36회 KBS배 전국레슬링대회 및 국가대표 선발전 1위(2011), 제7회 전국종합레슬링선수권대회 1위(2013), 세계시니어레슬링선수권대회 1위(2014), 제33회 회장기 전국레슬링대회 1위(2015), 제3회 경찰청장기 레슬링대회 1위(2021) 등으로 실력을 인정 받았다.

"어릴 때부터 운동만 해서 그런지 막연히 레슬링선수 말고 다른 꿈을 가져본 적이 없었어요. 그러다 스물여덟살 때였나, 선수 생활도 오래 했고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가 오지 않았나 느끼던 참에 대통령이 태릉선수촌을 격려차 방문한 적이 있었어요. 그때 경호 인력인 경찰특공대를 처음 보고 '아 저 분들 진짜 멋있다'고 생각했죠. 그때를 계기로 경찰 시험을 준비하게 됐습니다."

'이 세상에 레슬링보다 더 어려운 게 있을까'하는 자신감으로 2017년 당시 29세 박혜선 선수는 태릉선수촌에서 짐을 쌌다.

경찰 입문은 그러나 쉽지 않았다. 네 번 탈락했고, 무릎 수술도 받았다. 다섯번째 도전 끝에 지난해 무도 특채에 합격했다. 올해 8월부터 제주동부서 새내기 형사로 제2의 삶을 시작했다.

박 순경이 속한 팀은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죄를 주로 담당한다.

"보이스피싱의 경우, 신속하게 범인을 잡아도 피해 회복이 어려울 때가 있어요. 피해를 본 분들이 눈물을 흘리거나 좌절하는 모습을 봤는데, 그때가 제일 힘들고 고달팠어요. 그런 순간을 겪을 때마다 더 잘해야겠다는 마음이 들어요."

[제주=뉴시스] 2019 경찰청장기 전국레슬링대회. 당시 박혜선 선수는 대구시청 소속이었다.

경찰과 금융기관이 긴밀하게 협조해 범행 수법을 공유하면서 사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에는 은행 직원의 신고로 사전에 보이스피싱을 감지, 고객 자산 1600만원을 지키고 편취금을 가지러 온 수거책도 검거했다.

레슬링선수와 형사, 무엇이 더 힘들까.

"영역이 달라서 딱 짚을 순 없을 것 같네요. 레슬링은 육체적으로 힘들고, 형사는 피해자든 가해자든 사람을 대하기 때문에 정신적인 부분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박 순경은 "레슬링 경기는 정해진 룰이 있고, 이를 어기면 제지를 하는 사람도 있지만 사건 현장에는 룰 자체가 없어요. 언제나 예측 불가이고 돌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항상 긴장감을 늦출 수 없지요. 대부분의 경찰이 가지고 있는 마음이라고 생각합니다"고 덧붙였다.

박혜선 순경은 "저보다 더 애쓰는 분이 많은데 무도 특채라고 해서 조명을 받게 돼 송구스럽습니다. 경찰에는 다재다능한 사람이 정말 많아요다. 그래서 더 조심스럽고요. 아직은 서툴고 손이 많이 가지만, 사람냄새나는 경찰이 되고 싶습니다. 지금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는 주변 경찰선배들을 보면서 저 또한 제 자리에서 맡은 일을 해 나가겠습니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oyj4343@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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