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이 든 성배? '7년 연속 KS' 명장의 자신감과 확신, 김태형 감독 "포스트시즌은 기본, 전력도 된다"

박승환 기자 2023. 10. 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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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진 코치와 롯데 자이언츠 김태형 감독./마이데일리

[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포스트시즌은 기본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20일 "제21대 김태형 감독을 선임했다"며 "계약 기간은 3년으로 총액 24억원(계약금 6억원, 연봉 6억원)의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전력을 보강하기 보다는 육성에 초점을 뒀던 롯데는 올 시즌에 앞서 모처럼 '큰 손'의 면모를 뽐냈다. 육성에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만큼 이제는 '성적'을 내야 할 타이밍이라고 판단, 유강남(4년 80억원), 노진혁(4년 50억원), 한현희(3+1년 40억원)를 영입하며 '윈나우'에 도전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롯데는 4월을 단독 1위로 마친 후 좋은 기세를 유지하며 차곡차곡 승패마진을 쌓고, 상위권 경쟁을 펼쳤다. 하지만 부상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하면서 성적이 곤두박질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래리 서튼 감독이 건강상의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는 등 총체적 난국의 결말은 7위라는 초라한 성적이었다.

시즌 중 서튼 감독이 이탈한 채로 새로운 사령탑을 선임하지 않고 정규시즌이 종료된 만큼 롯데의 차기 감독에 대한 관심은 커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김태형 감독이 가장 유력한 감독 후보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가장 최근까지 그라운드를 밟았던 사령탑들 가운데 독보적인 커리어를 갖추고 있었던 까닭.

두산 베어스 시절 김태형 감독./마이데일리
두산 베어스 시절 김태형 감독./마이데일리

김태형 감독은 지난 1990년 OB베어스에 입단해 2001년까지 현역으로 뛴 후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 그리고 2015년 두산 베어스의 사령탑으로 부임한 이후 8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KBO리그 '최초'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 진출을 이끌었고, 세 차례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린 커리어를 갖추고 있다.

김태형 감독은 지난해 두산과 계약이 종료된 후 1년의 공백기를 가졌지만, 야구계를 떠나지는 않았다. 김태형 감독은 SBS스포츠 해설위원으로 데뷔, 재치 넘치는 입담을 뽐냈다. 롯데를 비롯해 사령탑 교체를 고려하고 있던 구단들은 당연히 김태형 감독의 거취를 주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롯데와 김태형 감독이 손을 잡게 됐다.

롯데는 서튼 감독이 팀을 떠난 이후 여러 후보군을 추리며 신임 감독 선임 작업을 진행하기 시작했다. 이때 롯데 구단은 물론 모기업인 롯데지주에서도 움직임을 가져가기 시작했다. 이례적으로 롯데지주가 움직임을 가져갔던 이유는 신동빈 구단주의 의지 때문이었다. 신동빈 구단주는 강력한 리더십을 갖춘 이가 롯데를 이끌어주기를 희망했다.

롯데는 10월초 이미 한차례 김태형 감독에게 가볍게 러브콜을 보내며, 명장의 의중을 확인했다. 그리고 18일 이강훈 대표이사가 직접 김태형 감독을 만나 영입 의사를 전달했다. 그리고 이틀이 지난 20일 오전 이강훈 대표이사와 김태형 감독이 직접 만나 계약서를 작성하게 되면서 마침내 '소문'으로만 퍼져있던 '롯태형'이 현실화됐다.

두산 베어스 시절 김태형 감독./마이데일리

롯데와 계약 소식이 전해진 뒤 '마이데일리'와 연락이 닿은 김태형 감독은 "10월 초부터 의사를 받았는데, 본격적인 것은 며칠 사이에 이루어졌다"고 감독으로 선임된 과정을 밝히며 "여름부터 기사는 많이 나왔는데, 보고만 있었다. 구단 입장에서는 기사가 너무 많이 나오면 '안 좋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내게 기회가 와서 감사하다"고 껄껄 웃었다.

지휘봉을 내려놓은지 1년 만의 현장 복귀, 이는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롯데 외에도 김태형 감독을 주목하는 구단이 많았는데, 그만큼 김태형 감독의 역량을 높게 평가하는 구단이 많다는 점이다. 사령탑은 "1년을 떠나 있었지만, 내가 감독을 하고 싶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고 말 문을 열었다.

계속해서 김태형 감독은 "어떤 기회가 왔을 때 최대한의 성과를 내야 된다. 롯데도 마찬가지다. 나를 선임했다는 것은 지금보다 더 나은 성과를 기대하는 것이고,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선택을 해주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책임감이 크다"고 말했다.

두산 감독 시절에는 상대팀으로, 해설위원 시절에는 3자의 입장으로 지켜본 롯데는 어떠한 팀이었을까. 김태형 감독은 "해설을 하면서 봤을 때 시즌 초반에는 워낙 좋았기 때문에 '관리만 잘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좋았던 흐름을 지키지 못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포스트시즌은 기본으로 간다고 생각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시절의 이대호와 김태형 감독./마이데일리

'명장'의 시선에는 롯데가 포스트시즌은 충분히 진출할 수 있는 팀이라는 판단. 그는 "롯데가 지금도 리빌딩을 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젊은 선수들 중에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경험은 부족하지만, 충분히 포스트시즌은 갈 수 있을 전력은 된다고 본다. 결국 내가 팀에 들어가 봐야 어떻게 운영을 할지 판단이 설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태형 감독은 오는 24일 취임식을 가진 뒤 25일에는 이례적으로 예비 FA 선수들까지 참여한 가운데 1~2군 선수단과 상견례를 갖는다. 그리고 26일부터 본격 마무리캠프를 시작, 2024시즌 준비에 돌입한다. 오랜 기간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고, 1992년 이후에는 우승도 없는 만큼 막중한 임무를 안고 새출발에 나선다.

김태형 감독은 "책임감이 크기 때문에 선수단을 파악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무리캠프와 내년 훈련을 통해 그동안 못 봤던 군 제대 선수와 신인들을 지켜볼 것이다. 궁금한 선수들이 많다"며 "수요일(25일)부터 합류해서 선수단 파악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KBO리그 출범과 구단의 역사를 시작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정규시즌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적이 없을 정도로 롯데는 오랜 역사에 비해 거둔 성과가 크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의 감독은 '독이 든 성배'라는 불명예 수식어가 뒤따르기도. 강력한 카리스마로 선수단을 이끌어나갈 김태형 감독의 롯데가 어떻게 변화될지 많은 관심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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