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승·200K 페디' 정작 중요한 PS에 못 쓰네…NC 신민혁-SSG 엘리아스, 준PO 1차전 출격

김민경 기자 2023. 10. 21. 10: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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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페디 ⓒ곽혜미 기자
▲ 에릭 페디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민경 기자] NC 다이노스가 에이스 에릭 페디를 다시 아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NC는 22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리는 SSG 랜더스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나설 선발투수로 신민혁을 예고했다. 강인권 NC 감독은 페디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등판할 수 있을지 확답하지 못했는데, 일단 조금 더 휴식일을 주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페디는 지난 16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에 마지막으로 등판했다. 3위를 사수하기 위한 NC의 승부수였다. 페디를 와일드카드결정전에 투입하는 대신 정규시즌 마지막 순위 싸움에 힘을 보태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페디는 5⅔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지만, 오른팔에 강습 타구를 맞는 변수가 발생해 강판했다. 병원 검진 결과 단순 타박상 진단을 받았으나 여전히 조심하면서 몸 상태를 지켜보고 있다.

강 감독은 와일드카드 시리즈 엔트리에서 페디를 아예 제외하면서 충분한 휴식을 부여했다. 그리고 1차전에서 5위팀 두산 베어스를 14-9로 완파하면서 휴식일 이틀을 벌고 준플레이오프를 맞이하게 됐다. 페디가 정상적인 컨디션이라면 22일 등판이 충분히 가능했다.

강 감독은 그러나 페디의 준플레오프 등판 여부와 관련해 말을 아꼈다. 와일드카드 결정 1차전 승리 뒤 "하루하루 조금씩 회복되는 것 같다. 어제보다 오늘이 조금 더 좋은 상태다. 내일(20일) 훈련하고 한번 더 상태를 지켜보면서 언제 등판할지는 그때 결정해야 할 것 같다. 지금 이야기하기는 이른 것 같다고 했다. 어쨌든 20일 훈련에서 추가 휴식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에릭 페디. ⓒNC 다이노스

페디는 올해 MVP 시즌을 보냈다. 30경기에서 20승6패, 180⅓이닝, 209탈삼진, 평균자책점 2.00을 기록하면서 다승과 탈삼진, 평균자책점 부문 1위에 올랐다. 투수 트리플크라운은 KBO 역대 4명밖에 달성하지 못한 진기록이다. 선동열이 1986, 1989, 1990, 1991년까지 4차례 달성했고,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이 한화에서 데뷔 시즌이던 2006년에 3관왕을 차지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 트리플크라운은 2011년 KIA 윤석민이었다. 그리고 12년 만에 페디가 외국인 선수로는 최초로 이 기록을 작성했다.

아울러 20승과 2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는 귀한 기록도 남겼다. 1983년 장명부가 30승과 220탈삼진, 1984년 최동원이 27승과 223탈삼진, 1985년 김시진이 25승과 201탈삼진, 1986년 선동열이 24승과 214탈삼진을 각각 기록했다. 페디가 1986년 선동열의 뒤를 잇기까지는 무려 37년이 걸렸다. 외국인 선수로는 역대 최초다. 페디의 MVP 수상이 유력하게 점쳐지는 이유다.

페디는 올해 NC 전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데 NC는 가장 중요한 가을 무대에서 가장 강력한 카드인 페디를 아껴야 하는 웃지 못할 상황에 놓여 있다.

▲ 올 시즌 최고 투구를 선보인 신민혁. ⓒNC 다이노스

기선 제압이 중요한 1차전에서 신민혁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NC 불펜은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류진욱은 좋은 컨디션을 자랑했지만, 김영규는 제구가 흔들렸고 마무리투수 이용찬은 시즌 막바지부터 이어진 부진이 가을무대까지 계속됐다. 신민혁의 어깨가 무거울 수밖에 없다.

신민혁은 올해 29경기에 등판해 5승5패, 122이닝, 97탈삼진, 평균자책점 3.98을 기록했다. 페디와 비교하면 무게감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올해 SSG 상대로도 4경기에 등판해 12⅓이닝, 평균자책점 6.57에 그쳤다. 포스트시즌 등판 경험도 없어 물음표가 가득한 상황이다.

강 감독은 와일드카드 2차전 선발투수로 송명기를 예고한 상황이었다. 송명기의 시즌 막바지 페이스가 국내 투수 가운데 가장 좋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페디가 당장 등판이 어려워지면서 송명기를 준플레이오프 1차전 선발투수로 미루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는데, 신민혁을 먼저 내보내는 쪽으로 방향을 바꿨다. 신민혁이 먼저 등판해 흔들리면 송명기를 뒤에 바로 붙이는 1+1 전략을 예상해 볼 수도 있다. 어쨌든 페디가 등판하기 어렵고, 좌완 에이스 구창모가 부상으로 시즌을 접으면서 확실한 국내 에이스도 없는 상황. 신민혁과 송명기가 해내지 못하면 NC는 더더욱 마운드 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 엘리아스 ⓒ곽혜미 기자

한편 SSG는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1차전 선발투수로 내세웠다. SSG의 상징적 에이스인 김광현 대신 시즌 막바지 구위가 가장 좋았던 엘리아스를 내보내는 선택을 했다.

엘리아스는 올 시즌 22경기에서 8승6패, 131⅓이닝, 평균자책점 3.70을 기록했다. 전반기보다는 후반기에 KBO리그에 어느 정도 적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조금씩 김원형 SSG 감독에게 신뢰를 쌓아 나갔다. 다만 NC 상대로 등판한 3경기에서 1승, 14⅓이닝, 평균자책점 7.53으로 고전한 건 불안 요소다.

엘리아스는 한국에서 포스트시즌 경험은 없지만, 메이저리그 통산 133경기(선발 54경기)에서 22승24패, 평균자책점 3.96을 기록한 베테랑이다. 왼손투수로 시속 150㎞에 이르는 빠른 공이 주 무기인데, 변화구에는 약점이 있었다.

김 감독은 엘리아스에게 직구와 체인지업에 구속 차이를 조금 더 두고, 커브나 다른 구종을 조금 더 적극적으로 던질 것을 주문했다. 그렇게 KBO리그 타자들에게 대적할 수 있는 투수로 조금씩 변화해 나갔다.

그리고 정규시즌 막바지에는 SSG 마운드에서 가장 믿을 수 있는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엘리아스는 10월에도 시속 150㎞ 이상 빠른 공을 꾸준히 던지는 스태미나를 자랑하면서 제구력까지 갖췄다. 체인지업 비중을 줄이고, 커브 비중을 높이면서 타자들이 공략하기 까다로운 투수로 자리를 잡았다.

▲ 서호철과 백투백 홈런을 합작한 김형준. ⓒ 연합뉴스
▲ SSG 랜더스 타선의 화력을 결정할 최정 ⓒSSG랜더스

NC와 SSG는 포스트시즌 무대에서 딱 한 차례 맞붙었다. SSG가 2017년 SK 와이번스였던 시절이다. 그해 NC는 4위, SK는 5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치렀는데, 1차전에서 NC가 10-5로 완승하면서 준플레이오프행을 확정했다.

올해는 두 팀의 사정이 완전히 달라졌다. NC는 4위로 가을야구에 진출해 5위 두산 베어스와 와일드카드 결정전 1경기를 치르고 올라오면서 이미 체력을 소진한 상태다. 3위로 준플레이오프에 직행한 SSG가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마운드의 힘은 SSG가 전반적으로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관건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NC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하위 타선에 배치했던 서호철과 김형준이 홈런 3개로 10타점을 합작하는 괴력을 뽐냈다. 기존 주축 타자인 손아섭과 김주원도 멀티히트를 기록할 정도로 타격감이 올라와 있다. 엘리아스가 NC 타자들의 방망이를 얼마나 잠재우느냐에 따라 두 팀의 시리즈 운명이 갈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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