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겪는 SK…주력 계열사 부진에 IPO 불투명

신채연 기자 2023. 10. 21. 10:15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SK그룹을 둘러싼 위기 신호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습니다.

SK그룹의 최대 자금줄 역할을 해왔던 반도체 사업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상반기에만 6조원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증권가에선 SK하이닉스가 3분기에도 약 1조6천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반도체 업황 회복이 더뎌지는 점이 실적 부진의 주요 원인이지만, 자회사 솔리다임도 SK하이닉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솔리다임은 올해 상반기 2조2천423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SK하이닉스 전체 순손실의 약 40%를 차지하는 비중입니다. 같은 기간 SK하이닉스의 순손실은 5조5천733억원 규모로 나타났습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지난 2021년 12월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 1단계 인수작업을 마친 뒤 미국에 설립한 자회사입니다.

SK하이닉스는 낸드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90억달러(약 10조원)를 투자해 솔리다임을 인수했습니다. 당시 일각에서는 '비싸게 인수한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습니다.

2년 전 10조원이나 들여 인수한 솔리다임은 두드러진 성과를 내지 못하고 오히려 적자 폭만 키워 애물단지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지난 3월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은 정기 주주총회에서 "반도체 불황 영향으로 솔리다임이 부진한 성과를 보이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도 "SK하이닉스와의 시너지 창출을 위해 여러 노력을 하고 있고 올해에는 반드시 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언급했습니다.

불황이 이어지면서 SK하이닉스의 또 다른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IC는 최근 전 임직원을 대상으로 무급휴직 희망자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SK스퀘어 자회사 IPO, 잇단 차질
SK스퀘어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도 난항을 겪고 있는 모습입니다.

SK스퀘어의 자회사 11번가는 2018년 국민연금과 새마을금고, 사모펀드(PEF) 운용사 H&Q코리아로 구성된 나일홀딩스 컨소시엄으로부터 5년 내 IPO를 조건으로 5천억원의 투자금을 받았습니다. 기한은 올해 9월로 약속한 상장 시점을 이미 지났습니다.

2018년 투자를 받을 당시 11번가의 기업가치는 약 2조7천억원으로 평가됐지만, 현재는 1조원 안팎으로 거론되고 있습니다.

11번가가 실적 부진을 이어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11번가는 2021년 693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습니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1천515억원으로, 적자가 2배 정도 늘었습니다.

SK스퀘어는 약속을 지킬 수 없는 상황이 되자 보유한 11번가 지분을 매각하는 방향으로 선회했습니다.

SK스퀘어는 지난달 말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을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해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큐텐은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G마켓 매각 이후 싱가포르에 설립한 회사로, 아시아 지역에서 오픈마켓 사업을 하고 있습니다.

지분 매각과 별개로 11번가는 IPO 추진 노력을 계속해나간다는 입장입니다. 11번가 관계자는 "지금은 기대하는 만큼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IPO 목표 시점을 정해놓진 않았지만, 수익성 개선하고 이후 좋은 시기에 IPO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SK스퀘어의 또 다른 자회사, 콘텐츠웨이브의 상장도 불투명한 상황입니다.

지난 2019년 SK스퀘어는 콘텐츠웨이브 상장을 조건으로 미래에셋벤처투자와 SKS프라이빗에쿼티(PE)를 상대로 2천억원의 전환사채(CB)를 발행했습니다. 상장 기한은 내년 11월입니다.

기한 내에 상장을 완료하려면 다음 달까지는 상장예비심사 청구서를 제출해야 합니다. 하지만 IPO 시장이 위축돼 있는 만큼 콘텐츠웨이브가 약속된 상장 시점을 지키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업계 관계자는 "요즘 금융시장이 많이 얼어붙어 있다"면서 "지금은 기업가치를 인정받기 어려운 시기"라고 말했습니다.

원스토어도 IPO 재추진과 관련해 구체적으로 정해진 계획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원스토어는 지난해 5월 수요예측을 했지만 공모가가 기대치를 밑돌아 상장을 철회한 바 있습니다.

또 '돌연사' 꺼내든 최태원
[최태원 SK그룹 회장 (SK그룹 제공=연합뉴스)]

SK 계열사 곳곳에서 잡음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7년 만에 '돌연사'를 다시 언급했습니다.

최 회장은 현지시간 16~1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23 CEO 세미나'에서 "급격한 대내외 환경 변화로 빠르게, 확실히 변화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며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의 위험성을 강조했습니다.

앞서 최 회장은 2016년 그룹 확대경영회의에서 돌연사 위험을 처음 제기한 바 있습니다. 이번에 최 회장이 돌연사를 다시 언급한 것은 현재 그룹이 마주하고 있는 경영 상황을 그만큼 엄중히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됩니다.

올해 CEO 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미국·중국 간 주도권 경쟁 심화 등 지정학 이슈, 양적완화 기조 변화에 따른 경기 불확실성 증대, 신기술 생성 가속화 등을 한국 경제와 기업이 직면한 주요 환경 변화로 꼽았습니다.

최 회장은 "투자 결정 때 매크로(거시환경) 변수를 분석하지 않고 마이크로(미시환경) 변수만 고려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며 투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철저히 검증하고 투자 완결성을 확보하라고 CEO들에게 주문했습니다.

아울러 "CEO들은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두는 것이 아니라 그룹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솔루션 패키지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더불어 거버넌스 혁신까지 여러 도전적 과제를 실행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자"고 당부했습니다.

당신의 제보가 뉴스로 만들어집니다.SBS Biz는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리고 있습니다.홈페이지 = https://url.kr/9pghjn

짧고 유익한 Biz 숏폼 바로가기

SBS Biz에 제보하기

저작권자 SBS미디어넷 & SBSi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SBS Bi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