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원 또 입원... 5년간 보험금 2억 6300만원 타낸 A씨 결국 [보따리]
60대 여성 A씨는 5년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해 보험금 2억 6346만 1912원을 타냈다.
A씨가 본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 5월이었다. 그는 2007년 7월까지 6개 보험사 8개 보장성 보험에 가입했다.
첫 보험 가입 후 3개월 뒤 A씨는 처음 입원했다. 그는 2005년 8월 자전거 연습을 하다가 다쳤다면서 27일 입원했다. 5개월여 뒤인 2006년 1월에는 버스에서 내리다가 발을 삐끗했다면서 19일, 같은 해 7월에는 목욕탕에서 미끄러졌다면서 2개 병원에서 54일 입원했다. 2007년 1월 또 자전거를 타다 넘어졌다면서 4개 병원에서 109일 입원했다.
6개 보험사 8개 상품 가입을 마무리한 뒤부터 A씨는 더 자주, 오래 입원했다. 그는 2007년 8월 도봉산 하산길에 미끄러져 다쳤다고 하면서 병원을 여러 차례 옮겨가며 경추염좌, 요추부염좌, 경추간판탈출증, 추간수핵팽륜증 등으로 입원했고 우측견봉쇄골관절 절제술과 같은 수술을 받았다.
2009년 11월 A씨는 냉탕에서 아쿠아에어로빅을 하다가 다쳤다. 이번에도 그는 2012년 6월까지 병원을 여러 차례 옮겨가며 요추부신경근병증, 양측 족관절 건초염, 좌측슬관절 슬개골 연골 손상 , 추간판 탈출증 등으로 입원하고 무릎, 왼발 등 수술을 받았다.
A씨는 2007년 8월부터 2012년 6월까지 총 803일 입원하고 5차례 수술을 받았다. 그는 입원급여금 등으로 2억 63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받았다.
검찰은 A씨를 사기 혐의로 기소했다. A씨의 변호인은 “피고인(A씨)은 여러 번의 수술과 현기증 등으로 의사의 권유에 따라 정상적으로 입원해 치료를 받고 보험금을 수령한 것”이라면서 “보험금 청구행위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해당하거나 피고인에게 편취범의가 있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증거는 A씨에게 불리했다. 신용카드 사용 기록에 따르면 A씨는 입원 기간 중 병원 밖에서 식사, 쇼핑하고 택시를 탔다. 병원을 벗어난 장소에서 통화한 기록도 여럿 발견됐다. 병원 측의 만류에도 무단 외출한 기록이 발견됐으며, 의사가 입원할 필요 없다고 하자 다른 곳이 아프다며 2개월간 입원한 기록, 수술 직후 입원 상태에서 병원 근처를 자유롭게 돌아다녔다는 기록 등도 나왔다. 경과가 호전돼 퇴원하고도 집 근처 소규모 병원으로 옮겨 108일을 입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입원 중에도 A씨는 외래진료 등을 이유로 자주 외출했다. 그게 입원 중 받은 치료는 대부분 링거 또는 진통제 투여, 물리치료 등 입원하지 않아도 받을 수 있는 보존적 치료였다.
A씨의 사고는 대부분 목격자가 없었다. 공공기관에 신고되지도 않은 사고였다. A씨의 사고 경위는 보험사에 신청할 때마다 조금씩 달라졌다. A씨는 주된 입원 이유였던 추간팔 탈충증 등은 사실 퇴행성 변화에 따른 것으로 볼 여지가 컸다. A씨는 현기증, 혈압 문제로 자주 쓰러진다고 주장했지만, 그는 정작 입원 기간 수십 차례 외출하고 멀쩡하게 걸어다녔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기준에 따르면 A씨의 적정 입원 일수는 86일에 불과했다.
이 같은 점을 종합해 법원은 “피고인이 형식상으로는 각 병원에 입원 수속을 밟고 치료를 받았다 할지라도 그 치료의 실질은 대부분 통원치료에 해당한다. 피고인은 지병에 뚜렷한 증세의 변화가 없음에도 보험금을 최대한 지급받기 위하여 주기적으로 입·퇴원을 반복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A씨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점, A씨의 보험 사기가 불필요한 사회적 비용을 야기해 선량한 보험 피해자에게 피해를 줬다는 점, 장기간에 걸쳐 입원하면서 큰 돈을 편취하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해 A씨를 징역 1년 형에 처했다.
우리가 낸 보험료가 줄줄 새고 있습니다. 보험금을 눈먼 돈으로 여기고 사건을 조작하거나 사고를 과장해 타내려 하는 일이 흔합니다. 때론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남의 목숨까지 해치는 끔찍한 일도 벌어지죠. 한편으로는 약관이나 구조가 너무 복잡해 보험료만 잔뜩 내고는 정작 필요할 때 혜택을 받지 못하는 일들도 벌어집니다. 든든과 만만, 그리고 막막의 사이를 오가는 ‘보험에 따라오는 이야기들’을 보따리가 하나씩 풀어드리겠습니다.
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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