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이어 코빗까지 '수수료 무료'…코인 시장 거래 수수료 인하되나

박현영 기자 2023. 10.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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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썸 '수수료 무료' 이후 업비트 대신 코인원·코빗 거래대금 줄어
수수료 무료, 업계 트렌드 될 가능성…"전체적으로 인하될 것" 예측 제기
코빗이 가상자산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 코빗 홈페이지 갈무리

(서울=뉴스1) 박현영 기자 =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빗썸에 이어 코빗도 거래 수수료 '전면 무료'를 선언했다.

두 거래소 모두 이벤트 성격으로 시행 중이나, 종료 기한을 정해두지 않은 만큼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 전까지 수수료 무료 정책이 이어질 전망이다.

거래소들의 이 같은 전략은 3년째 공고한 '업비트 독주' 체제를 깨고, 유의미한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주 수익원인 거래 수수료를 포기하더라도 일단은 시장 점유율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인 셈이다.

이에 '수수료 무료'가 가상자산 업계 트렌드로 자리잡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또 그간 증권시장에 비해 높았던 가상자산 거래소 수수료가 전체적으로 인하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예측도 제기된다.

◇빗썸 '수수료 무료' 이후 거래량 더 줄어든 코빗…"선택지 없었을 것"

20일 코빗은 거래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한다고 밝혔다. 이벤트 성격으로 실시하지만 종료 기한은 정해지지 않았다. 코빗은 별도 공지 전까지는 계속 '수수료 무료'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는 원화마켓(원화와 코인 간 거래 지원) 거래소 중 두 번째다. 앞서 빗썸은 지난 4일부터 거래 지원하는 모든 가상자산에 대해 수수료를 전면 무료화했다. 빗썸의 전략이 코빗의 선택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이다.

이달 초 빗썸이 수수료를 무료화할 당시에는 업계 2위인 빗썸이 업계 1위 업비트의 시장 점유율을 일부 가져올 것이란 예측이 따랐다.

실제로 지난 8월 빗썸이 원화마켓 내 일부 종목에 한해서만 시범적으로 수수료를 무료화했을 땐 업비트의 점유율을 8%나 가져왔다. 코인게코 데이터에 따르면 7월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중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9.8%, 업비트는 87.8%다. 이후 8월 빗썸의 시장 점유율은 17.7%, 업비트는 79.8%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달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빗썸이 수수료를 무료화한 이후에도 업비트에 일 거래대금에는 큰 변화가 없었으나, 오히려 업계 3, 4위인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대금이 줄기 시작했다. 동시에 빗썸의 거래대금은 늘어났다. 빗썸이 업비트보다 코인원, 코빗의 점유율을 가져가게 된 셈이다.

빗썸이 수수료를 무료화한 지난 4일 이후 국내 주요 거래소들의 일 거래대금. 업비트는 큰 변화가 없으나 오히려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대금이 줄었다. 16일의 경우, 업비트에 상장된 룸네트워크의 거래량이 폭증하면서 업비트의 거래대금이 크게 뛰었다.

빗썸이 수수료를 무료화한 지난 4일 이후 6일 단위로 거래소별 거래대금을 따져본 결과, 빗썸의 거래대금은 늘어났으나 코인원과 코빗의 거래대금은 점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10월 10일 기준 빗썸의 거래대금은 수수료 무료를 시작한 4일 대비 약 4배 가량 증가했으나, 코인원의 거래대금은 절반이 됐다. 같은 기간 코빗 역시 16% 가량 줄었다.

10월 16일은 업비트에서 룸네트워크 코인의 가격이 크게 뛰면서 업비트의 거래대금이 이례적으로 급등한 날이다. 이처럼 업비트의 거래대금은 빗썸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지만, 4일부터 16일까지 12일 간 코빗의 거래대금은 '3분의1'이 됐다.

이에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들 중 거래대금이 가장 적은 코빗이 수수료 무료를 택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최근 코빗은 한도계좌의 1일 이체 한도를 기존 30만원에서 500만원으로 상향하면서 고객 유치를 도모했지만, 다른 거래소들이 더 높은 한도를 적용 중인 만큼 한도 상향만으로 효과를 거두기 힘들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는 이미 업비트 사용이 너무 익숙한 '콘크리트층' 고객이 있다. 이 때문에 빗썸이 수수료 무료를 선언했을 때부터 업비트보다는 코인원이나 코빗이 타격을 입을 것이란 추측이 나왔다"며 "특히 코인원만큼 상장을 공격적으로 하지 않는 코빗 입장에선 다른 선택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코빗이 꾸준히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2분기에 적자전환한 빗썸에 비해선 수수료 무료를 위해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크게 부족하다. 코빗은 지난해 영업손실 358억원, 당기순손실 501억원을 기록했다.

게다가 코빗은 거래 금액의 0.01%를 고객에게 지급하는 기존 '메이커 인센티브' 시스템도 그대로 유지한다. 단순히 거래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것을 넘어 빗썸과의 차별점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비용이 크게 발생할 것이란 추측이다.

다만 코빗에게는 2021년 SK스퀘어가 2대 주주로 진입하면서 조달한 600억원 상당 유상증자 대금이 있다. 코빗의 지난해 자본잉여금은 673억원이다.

◇수수료 인하 경쟁 점화되나…"코인 거래 수수료 낮아질 듯" 예측도

한편 빗썸에 이어 코빗까지 수수료 무료화를 선언하면서 수수료 무료가 가상자산 업계 트렌드가 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수수료를 무료화하는 거래소가 더 나올 수 있다는 여론도 지배적이다.

또 가상자산 시장 수수료가 전체적으로 인하되는 계기가 될 것이란 의견도 있다. 그간 가상자산 거래소들은 증권시장에 비해 수수료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예를 들어 업비트는 그간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들보다 낮은 수수료율(원화마켓 기준 0.05%)을 제공해왔지만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등 증권사들의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수수료(0.014%)보다 높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업비트가 80% 이상 시장 점유율을 유지한 지 오래됐기 때문에 나머지 거래소들은 수수료라도 내리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온 것"이라며 "코인 업계 거래 수수료가 전체적으로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hyun1@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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