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가장 먼저 가격 뚝…"내년엔 오른다" 전문가들 콕 찍었다

홍순빈 기자 2023. 10. 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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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재로 살아남기] 최저가 찍은 구리 가격…다시 올라갈까?
[편집자주] 지난해 원자재 가격 급상승으로 전세계 증시가 충격을 먹었습니다. 갈 곳 잃은 투자자들이 넘쳐 났지만 한편에선 원자재 수퍼사이클을 기회삼아 투자에 나서는 이들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머니투데이가 원자재 시장의 흐름을 꼼꼼히 분석해 '원린이'들의 길라잡이가 돼 드리겠습니다.


경기침체 우려에 '닥터 코퍼'로 불리는 구리 가격이 녹아내린다. 고강도 긴축, 중국 부동산 경기 침체가 한꺼번에 겹친 결과다. 증시 전문가들은 장기적으로는 구리 가격이 신재생 에너지 전환 추세와 맞물리며 반등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21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지난 18일 런던 금속거래소(LME)에서 거래되는 구리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101달러(1.29%) 오른 톤당 7947.5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올 초만 하더라도 구리 가격은 톤당 9000달러를 상회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우려와 고강도 긴축 여파로 계속 하락했다. 지난 5일엔 톤당 7812.5달러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구리는 전기, 전자, 건설 등 각종 산업 분야의 필수적인 원자재로 실물경제의 선행지표로 불린다. 경기 확장 혹은 회복기에 수요가 증가하며 가격도 함께 뛰는 경향이 있다.

반대로 지금과 같은 불황일 땐 수요 둔화로 가격이 하락한다. 2008년 금융위기가 오기 전 구리 가격은 다른 경기지표들에 선행해 먼저 가격이 떨어졌다. 재고 역시 증가했다. LME 구리 재고량을 올초(1월3일) 8만8550톤이었으나 지난 18일 19만1675톤으로 2배 이상 늘었다.

최근 가격 하락을 더욱 부추기는 건 중국의 부동산 경기 악화다. 중국 정부가 시장 기대에 못 미치는 건설·인프라 경기 부양책을 내놓자 부동산 시장이 침체에 빠졌다. 부동산 대기업집단인 헝다그룹에 이어 비구이위 채무 불이행(디폴트) 수순이다.

전규연 하나증권 연구원은 "구리의 주요 소비국인 중국은 소비, 생산 지표가 회복되면서 경기 반등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대외 여건이 불확실하고 부동산 경기가 부진하다"며 "구리 수요의 하방 압력으로 작용 중"이라고 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구리 가격의 하락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보진 않는다. 장기적인 탈탄소 에너지 전환 시대엔 구리가 필수 요소로 쓰이기 때문이다. 전기차(EV)뿐 아니라 배터리 저장장치, 풍력, 태양관, 전력 송배전 등에 구리가 모두 쓰이기 때문이다. 중국 경우도 건설 부문의 구리 수요량은 줄지만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 인프라 부문으로의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상황이다.

전 세계 최대 산업금속 행사인 'LME 위크 2023'에서도 내년부터 구리 가격이 상승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행사에 참여한 증시 전문가들의 현장 투표 집계 결과 내년 상승 가능성이 가장 높은 산업금속은 △구리 55.2% △주석 21.8% △니켈 8% △납/아연 6.9% △알루미늄 4.6% △철강 3.4% 순이었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단기적으론 고금리 부담에 따른 소비자들의 구매 연기에 가격 하방 압력이 있으나 내년 1분기(톤당 7500달러)를 바닥으로 상승세가 재개될 것"이라며 "조정 시 저가 매수 전략을 통해 톤당 1만달러 재탈환을 목표로 하는 투자는 유효하다"고 했다.

아울러 장기적인 공급 부족도 구리 가격 상승에 힘을 실어준다. 주요 구리 광산기업의 설비투자(케펙스·CAPEX)가 늘지 않고 있고 중국의 환경규제로 구리 제련 가동률도 높아지기 힘든 상황이다. 한국투자증권에 따르면 코델코, 리오 틴토 등 주요 광산기업 9개 업체의 설비투자 규모는 2013년 21억3000달러에서 지난해 19억4000달러로 줄었다.

최문선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2027년까지 구리의 공급 부족이 지속되며 20년 만에 구리 가격의 수퍼사이클이 나타날 것"이라며 "구리 제련, 가공사를 핵심 자회사로 보유하고 있는 LS, 미국 제조 건설 지출과 전력망 투자에 따른 수혜가 예상되는 LS ELECTRIC, 구리 가격 상승으로 장기 실적 증가가 가능한 풍산 등에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순빈 기자 biniho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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