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최종 목표는 하마스 없는 새 안보체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이 하마스를 상대로 한 가자지구 전쟁의 목표를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20일(현지시간) 이스라엘 크네세트(의회) 외교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가자지구 전쟁은 3단계로 진행될 것이라며 궁극적 목표는 새로운 안보체계 창조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지금 우리는 첫 단계”라며 “여기에서는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를 패퇴시키고 궤멸하기 위해 조직원을 없애고 기반시설을 손상시킬 목적으로 공습과 차후 (지상) 작전 등 군사공격이 이뤄진다”고 말했습니다.

갈란트 장관은 전쟁 2단계에서도 싸움은 계속되겠지만 그 강도는 낮아질 것이고 숨어있는 저항 세력을 제거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그는 “3단계는 가자지구에 새로운 안보체제를 만드는 것, 가자지구의 일상생활에 대한 이스라엘의 책임을 없애는 것, 이스라엘인과 (가자지구 주변 지역의) 주민을 위해 새로운 안보 현실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날 발언은 이스라엘 정부가 일단 하마스 전면 해체를 목표로 선언한 가운데 혼란의 장기화를 막을 전략을 구체화하라는 압박 속에 나왔습니다.

일단 갈란드 장관의 발언은 이스라엘이 지상군을 투입하더라도 가자지구를 장기간 점령하거나 병합을 시도하지는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됩니다.

하마스 척결 후 새로운 안보현실을 창조하고 가자지구 주민 일상생활에 대한 책임에서 벗어나겠다는 발언은 특히 주목됩니다.

이는 전력과 수도 등 주민 생존에 필요한 것들의 공급을 더는 책임지지 않겠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아울러 새 자치기구에 모든 것을 맡기고 간섭을 최소화함으로써 사실상의 ‘두 국가 해법’에 다가가겠다는 뜻으로도 풀이될 수도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군을 철수시켰지만, 유엔은 가자지구와 요르단강 서안, 동예루살렘을 이스라엘에 점령된 지역으로 간주해 이스라엘측이 이 지역 주민의 기본적 필요를 만족시킬 책임이 있다고 봐왔습니다.

특히 가자지구는 2007년 하마스에 장악된 이후 이스라엘과 이집트에 의해 봉쇄돼 주민 이동은 물론 물품 반입이 통제돼 왔습니다.

이는 하마스의 손에 무기가 들어가는 등 이스라엘 안보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를 관리하기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최근 가자지구 주민이 일자리를 얻어 이스라엘 본토를 오갈 수 있도록 하는 등 유화책을 폈습니다.

그러나 이달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으로 무력충돌이 시작되자 국경을 닫고 전력과 식수, 물품 반입을 전면 중단했습니다.

이후 2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보복 폭격으로 가자지구에선 수천명이 숨지고 수십만명 규모의 피란민이 발생했습니다.

안전지대의 피란민들도 식량과 식수, 생필품 부족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유엔은 이런 현지의 상황을 ‘재앙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미국과 이집트는 가자지구와 이집트를 잇는 라파 국경검문소를 통해 220만 가자지구 주민에 일부 구호품을 제공하는 방안에 합의했지만 실제 전달이 이뤄지지는 않은 상황입니다.

20일 라파 국경검문소를 방문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길게 늘어선 구호품 차량을 가리키며 인도적 지원이 시급히 개시돼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사진 출처 :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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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재호 기자 (khan007@kb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