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나라에 박정희가 있다?...14억 인구 ‘세계최대 민주주의’ 국가의 미래는 [한중일 톺아보기]
올해 중국을 넘어 세계 최대 인구대국에 등극한 인도. 민주주의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보니 ‘세계 최대 민주주의국가’라는 타이틀도 함께 따라붙고 있습니다.
현재 인도의 총 유권자수는 10억명에 육박합니다. 민주주의의 대명사 미국 전체 인구(3.3억명)의 약3배, 유권자수(2.4억)는 약4배에 달하죠. 5년마다 치러지는 인도의 총선은 적어도 규모면에서는 세계 최대 정치 이벤트 입니다.
인도는 알려져 있다시피 카스트, 빈부격차, 종교 및 민족갈등 등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이 상존하는 나라입니다. 그럼에도 의외로 민주적 선거과정이 비교적 잘 지켜지며 큰 탈 없이 굴러가고 있기에 영국 이코노미스트도 “기적같은 일”이라고 평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이 지상최대 민주주의 국가를 이끄는 인물은 내년 4월 3연임에 도전하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입니다. 10년 가까이 집권하면서 인도의 발전을 이끌어 온 그는 70%를 넘는 높은 지지율을 누리고 있습니다. 다만, 인도의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있다는 비판도 동시에 받고 있죠.
재임 시절 모디 총리를 수차례 만났던 이준규 전 인도대사는 그를 “국가 장래에 대한 확고한 비전과 이를 실현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또 실현 의지와 카리스마를 갖고 있는 인물” 이라고 평가합니다. 이 대사는 “비유하자면 한국의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설명합니다.
그에게 인도의 민주주의 현황과 모디 총리가 이끄는 인도의 미래에 대해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우선 모디 총리에겐 청렴결백한 수도자적 이미지가 있습니다. 여기에 국가발전을 위한 정책을 흔들림 없이 밀어붙이는 강력한 리더십이 매력을 발산하는거죠 .
좀 쉽게 빗대자면, 과거 한국의 경제개발을 이끌었던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이미지와도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다른 측면도 있지만요.
실제로 모디 총리 집권 이후 인도 경제가 매우 좋아졌고 여러 성과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대내적으로 디지털 인디아나 클린 인디아 같은 구체적 정책들의 성과가 인도 국민들의 피부에 와 닿고 있죠. 여기에 모디 총리가 힌두 민족주의자, 농민, 중산층 으로부터 거의 무조건적 지지를 받는 상황도 있습니다.
실제로 모디 총리가 연설에서 수차례 한국의 성장 모델과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해 언급한 적이 있기도 하다보니, 일부 경제전문가들 사이에서 모디 총리를 ‘인도의 박정희’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모디 총리는 인도 총리직에 오르기 전에 구자라트주(州) 총리를 3번이나 연임했는데, 이때 이미 친시장·친기업 정책으로 남다른 성과를 냈습니다. 이런 정책은 취임과 함께 적극적인 외자유치와 제도개혁 및 인프라 확충을 통한 선순한 경제를 구축하는 ‘모디노믹스’로 구체화 됐죠.
물론 다른 점도 있습니다. 현재 인도의 야당이나 서방 언론들은 모디 총리를 독재자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모디 총리는 쿠데타로 집권한 게 아니라, 엄연히 정당한 선거를 통해 선출된 정치인 입니다. 정책도 법을 어기면서까지 밀어 붙이는 것도 아니고요. 때문에 모디 총리를 독재자 라고 부르기엔 어폐가 있습니다.
대사 재임 시절 모디 총리가 아직 구자라트주 총리로 있었던 시절부터 직접 보고 이야기를 나눠봤습니다. 총리 취임후에는 인도에서 뿐 아니라 방한 했을때 한국의 산업시설을 돌아보는 과정동안 수행하기도 했고요. 그때 모디 총리의 인도를 발전시키고자 하는 열망, 그리고 그 목표를 위해 한국과 어떻게 협력할 것인지 진지하게 고심하는 모습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문제는 현실 정치에서 이 방침을 어디까지 밀어붙일 것이냐 하는 겁니다. 인도는 다종교, 다민족 국가이니까요. 인도는 힌두교 인구가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모디 정부가 집권과 국민적 지지를 얻는데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측면도 고려하고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니다.
다만, 힌두 민족주의를 너무 강하게 밀어붙여서 타종교와 갈등이 폭동까지 연결이 되면 오히려 나라가 불안해질테니 삼가해야 할 겁니다. 집권 연장에도 부정적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결국 슬기롭게 적당한 균형점을 찾는 것이 지금 모디 정권에게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디총리의 리더십을 높게 평가하고 지금 인도에게 있어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어느시점에 가서는 그가 종교나 인권문제에 대해서는 더 유화적인 노선으로 수정해야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재임하는동안 경제 뿐 아니라 군사, 과학기술 등의 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냈고, 중국과의 국경문제에 원칙적으로 대응하는 모습 등이 국민적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는 거죠. 다른 많은 인도 정치 평론가들의 의견도 비슷합니다.
다만, 부정적인 요소가 있다면 최근 높은 인플레이션 그리고 저변에 있는 종교갈등 문제가 있습니다. 언급했듯이 모디 총리의 BJP는 힌두 민족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지나치게 밀어붙이다가 타종교의 저항과 갈등이 예기치 않게 크게 돌출되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겠죠. 야당도 BJP에 대응해 최근 단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요.
그런 변수가 있음에도 종합적으로 보면 모디 총리가 무난히 3연임 할 가능성은 상당히 높습니다.
인도도 선거철마다 부정선거나 불법 선거자금 등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지방을 넘어선 전국 규모 문제로 비화된 적은 거의 없습니다. 시스템적으로 인도의 선거제도가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상당히 잘 갖춰져 있거든요.
전자화된 선거 관리 시스템이 투명하고 안전하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우려 때문에 투표 조작 방지를 위해 인도 선거 관리위원회가 정기적으로 해킹대회를 열어 테스트를 합니다. 그런데 아직 어떤 해커도 인도의 선거 관리시스템 해킹에 성공한 경우는 없습니다. 그래서 부정선거 이슈들은 지금 인도의 민주주의 자체를 위협할 정도가 안됩니다.
물론 인도의 민주주의가 완전하진 않겠지요. 하지만 어느 나라도 자신있게 완전한 민주주의라고 주장하기 어렵게 된 요즘 상황에서, 서구식 잣대로만 재단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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