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학도들 "노화가 뭔가요?…120세 시대, 나의 꿈은 진행 중"

최일 기자 2023. 10. 21.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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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에 대한 열정은 코로나도 막지 못했지요. 이런 날이 오니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네요."

이날 '나의 꿈은 진행중'이란 자작시를 낭송한 민씨는 "어려서 꿈은 돈 많이 벌어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것이었고, 나이 들어 할머니 소릴 듣는 지금도 이 꿈은 계속되고 있다"며 "멀리 소풍 가는 날까지 나눠주고 도와주고 안아주다 보면 몸과 마음이 훨훨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질 것 같다. 오늘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나 주위를 기웃거리며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나눔의 삶을 노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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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기쁨과 소중함 일깨운 대전 성은야학교 졸업식
20일 대전 성은야학교 제38회 졸업식에서 포즈를 취한 민복순씨(왼쪽부터), 이종상 교장, 양봉순씨. /뉴스1 ⓒNews1최일 기자

(대전=뉴스1) 최일 기자 = “배움에 대한 열정은 코로나도 막지 못했지요. 이런 날이 오니 정말 하늘을 날아갈 것 같네요.”

지난 20일 대전 중구 중촌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선 만학의 기쁨을 나누고 배움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특별한 졸업식이 열렸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을 닫았다가 여려운 여건을 딛고 지난해 2월 다시 문을 연 성은야학교의 제38회 졸업식이 보는 이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며 잔잔한 감동을 전해준 것이다.

70대 후반의 나이에 초등 과정을 졸업한 민복순씨는 “공부를 할 땐 머리에 쥐가 날 뻔했는데, 지금은 말도 못할 만큼 기쁘다”는 말로 벅찬 감정을 표현하며 졸업식장을 찾은 딸과 손녀들의 축하를 받았다.

지난 8월 초등학교 졸업학력 검정고시에 합격한 민씨는 “작년 5월 공부를 시작해 국어·수학·과학·사회·도덕·실과, 여섯 과목 시험을 치렀다”며 검정고시 합격증과 야학 졸업장을 자랑스럽게 들어 보였다.

이날 ‘나의 꿈은 진행중’이란 자작시를 낭송한 민씨는 “어려서 꿈은 돈 많이 벌어 가난한 사람 도와주는 것이었고, 나이 들어 할머니 소릴 듣는 지금도 이 꿈은 계속되고 있다”며 “멀리 소풍 가는 날까지 나눠주고 도와주고 안아주다 보면 몸과 마음이 훨훨 날아갈 정도로 가벼워질 것 같다. 오늘도 내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없나 주위를 기웃거리며 활기차게 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나눔의 삶을 노래했다.

민복순씨의 자작시 '나의 꿈은 진행 중'. /뉴스1 ⓒNews1 최일 기자

60대 후반에 중학 과정을 졸업한 양봉순씨는 “초등학교만 마치고 가정 형편상 공부를 하지 못한 채 바쁘게 살아오면서 늘 배움에 대한 갈증이 있었다. 길을 걸으며 영어로 된 간판을 읽지 못해 답답했는데, 이제는 어느 정도 해소가 됐다. 고등 과정을 계속 공부하고 있고 대학에도 진학하고 싶다”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양씨는 “제가 어릴 적 세상을 떠나셔서 얼굴도 모르는 어머니가 오늘은 정말 보고 싶다. 커져만 가는 그리움에 미치도록 어머니가 보고 싶은 날엔 저린 가슴을 부여잡고 나지막히 어머니를 불러본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눈시울을 적셨다.

이종상 교장은 “노화의 기준은 나이가 아니라 배움과 삶에 대한 열정이 있느냐, 없느냐에 달려 있다. 누구든 열정이 있다면 아무리 나이를 먹었어도 청년이다”라며 “늦은 시간까지 배움과 가르침의 즐거움 속에 서로를 다독이는 학생들과 선생님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새로운 희망을 발견한다”며 졸업생들의 행복한 앞날을 기원했다.

20일 대전 중구 중촌동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에서 열린 성은야학교 제38회 졸업식 모습. /뉴스1 ⓒNews1 최일기자

1982년 개교한 성은야학교는 평생교육을 목표로 함께 만드는 아름다운 세상을 지향하며 40여년간 250여명 졸업생을 배출했다. 각계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성은야학교에는 현재 18명의 학생이 초·중·고교 과정 공부를 하고 있고, 11명의 교사가 자원봉사로 이들을 지도하고 있다.

choi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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