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가 1등? 진짜 승부 지금부터” 삼성, AI 시장서 제대로 ‘맞불’ [김민지의 칩만사!]
최대 고객사 ‘엔비디아’ 수주가 관건
격전지 된 HBM 시장…내년부터 본격화
마냥 어려울 것 같은 반도체에도 누구나 공감할 ‘세상만사’가 있습니다. 불안정한 국제 정세 속 주요 국가들의 전쟁터가 된 반도체 시장. 그 안의 말랑말랑한 비하인드 스토리부터 촌각을 다투는 트렌드 이슈까지, ‘칩만사’가 세상만사 전하듯 쉽게 알려드립니다.
[헤럴드경제=김민지 기자] “1년 만에 전쟁터 된 HBM 시장…진짜 승부는 지금부터?”
삼성전자가 5세대 HBM(고대역폭 메모리) 제품 ‘샤인볼트’를 최초로 공개했습니다. “빛처럼 빠르다”는 뜻처럼, 30GB 용량 UHD 영화 40편을 1초 만에 처리할 수 있는 속도를 갖췄답니다.
SK하이닉스가 먼저 개척한 시장에 삼성전자도 본격적으로 승부수를 띄우며 참전하는 기세입니다. 지금까지 SK하이닉스에만 제품을 공급받던 대형 고객사 ‘엔비디아’를 공략하며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약 1년 전만해도 HBM 시장은 철저한 ‘아웃사이더’ 시장이었습니다. 하지만 챗GPT 하나로 상황이 완전히 반전됐습니다. SK하이닉스는 올해 심각한 적자에도 불구하고 HBM 특혜를 톡톡히 보며 주가는 상승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차세대 제품부터 삼성전자가 뛰어들면서, 향후 시장이 어떻게 재편될지 관심이 쏠립니다.
삼성전자는 20일(현지시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열린 자사 메모리 테크 데이 2023에서 HBM3E 제품을 첫 공개했습니다. 초당 최대 1.2TB 이상의 속도로, 현재 HBM3E 샘플을 고객들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 8월부터 엔비디아에 샘플을 제공해 호환성 테스트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고성능 D램 중 하나인 HBM은 AI 서버에 탑재되는 그래픽처리장치(GPU) 성능을 향상시키는데 필수적인 제품입니다.
최근 한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고위 관계자는 “솔직히 그 누가 HBM이 이렇게 뜰 거라고 생각했겠냐”며 “1년 사이에 HBM은 완전히 대세가 됐고, 지금은 반도체 업계의 승패를 가를 제품이 됐다”고 언급했습니다.
실제로 HBM은 ‘2023년 최대 화두 반도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지난해 말만 해도, HBM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들은 그다지 많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챗GPT를 시작으로 구글, 메타, 아마존 등 하이퍼스케일 회사들이 너도나도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면서 HBM은 ‘없어서 못 파는’ 제품이 됐습니다.
가장 큰 수혜를 본 곳은 SK하이닉스 입니다. SK하이닉스의 주가는 올 들어 60% 넘게 올랐습니다. 올해 첫 거래일에 7만5700원이었던 주가는 20일 기준 12만5900원으로 마감했습니다. 메모리 반도체 불황으로 연속 분기 적자를 기록하는데도, 주가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히 큽니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의 10년 전 과감한 투자가 빛을 발했다는 평가입니다. 2013년 SK하이닉스는 세계 최초로 HBM을 개발했습니다. 그때는 고성능 D램에 대한 수요도 거의 없었고, 관련 시장이 형성되기도 전이었습니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는 꾸준한 투자를 이어왔습니다. 그 노력이 불황 속에서 성과를 내면서, 더욱 돋보이고 있는 셈입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차이에 대한 견해는 갈립니다. 기술 격차가 크지 않다는 시각도 있고, 1~2년 정도 차이가 난다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한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사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기술 차이는 크지 않다”며 “다만, SK하이닉스는 처음부터 엔비디아 GPU에 최적화된 맞춤형 제품에 주력해왔고, 엔비디아가 챗GPT로 뜨면서 함께 수혜를 입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결국 고객사가 있냐, 없냐의 차이라는 의미입니다. SK하이닉스는 HBM 개발 단계부터 엔비디아와 협업을 이어온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엔비디아 GPU에 꼭 필요한 스펙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고객사 확보도 용이했고, 신뢰관계도 구축된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의 HBM3E는 초당 최대 1.2TB 이상의 속도고, SK하이닉스의 HBM3E는 초당 최대 1.15TB 이상의 속도입니다. 거의 비슷합니다. 다만, 개발 시점은 SK하이닉스가 조금 앞섭니다.
업계에서는 HBM3E 제품부터 진짜 승부가 시작될 것이라고 봅니다.
4세대 제품인 HBM3까지는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에 독점 공급을 하면서 시장 절반 가량을 점유했습니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HBM3E를 빠르게 내놓으면서 샘플 공급을 하고 있는 만큼, 엔비디아를 뚫을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5세대 다음 제품에도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황상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D램 개발실장(부사장)은 최근 기고문을 통해 “2025년을 목표로 HBM4를 개발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는 SK하이닉스에 다소 뒤졌지만, 앞으로는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것으로 풀이됩니다.
지난해 HBM 시장에서 SK하이닉스의 점유율은 50%, 삼성전자는 40%였습니다. 올해는 삼성전자가 격차를 좁혀 두 회사의 점유율이 각각 46~49%를 차지할 전망입니다.
jakme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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