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고난의 행군' 때보다 1인당 식량공급 더 줄었다 '역대 최저'
코로나 국경봉쇄 2020년-22년 1인당 공급량 연간 182kg 추정
고난의 행군 1994-99년 1인당 공급량 201kg보다 더 줄어
생선·육류·계란 등 대체열량원 감안해도 식량난 심화 관측
전문가 "식량사정 더 나쁠 가능성 높고 저소득층에 피해 집중"
코로나19 봉쇄시기 북한의 1인당 연간 양곡공급량이 통계적으로 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의 공급량을 하회하는 역대 최소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의 임수호 책임연구위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배급과 시장의 충돌' 제목의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1991년 이후 북한의 기간별 평균 양곡 공급량 추세에 대한 분석 결과 코로나19 통제가 시작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북한의 1인당 공급량은 한 해 182kg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곡물생산량과 국제사회 도입량을 합친 총 공급량 467만 톤을 이 기간 평균 인구 2566만 명으로 나눈 것이 182kg이다.(통계청 북한통계포털 및 유엔국제무역통계베이스 통계 이용)
이 수치는 같은 방식으로 계산할 때 '고난의 행군'시기인 1994년부터 1999년까지의 1인당 평균 공급량 201kg보다도 19kg이나 더 적은 것이다.
코로나19 시기의 총 공급량이 467만 톤으로 고난의 행군 시기의 총 공급량 443만 톤보다 24만 톤이나 더 많지만, 20년 사이에 인구가 2204만 명에서 2566만 명으로 증가해 1인당 공급량이 역대 최저수순으로 감소했다.
북한의 총 공급량과 1인당 공급량은 1991년-93년의 기간에 각각 517만 톤과 243kg에서 고난의 행군 시기인 1994년-99년 443만 톤과 201kg으로 급락했다가 2000년-04년 522만 톤과 226kg으로 상승, 2005년-10년 491만 톤과 205kg, 2011년-14년 499만 톤과 203kg, 2015년-19년 489만 톤과 194kg으로 이어지고 2020년-22년에 467만 톤과 182kg으로까지 감소했다.
고난의 행군이 시작되기 전인 1991년-94년의 1인당 공급량 243kg을 100%로 할 때, 코로나 19시기의 인당 공급량 비율은 75%에 그쳐 고난의 행군 시기의 82.6%보다도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임수호 연구위원은 김정은 정권이 코로나 봉쇄시기에 시장에서의 공식거래를 사실상 금지하고 무상 배급에 가까운 식량공급소, 시장가격보다 다소 낮은 국정가격의 양곡판매소를 운영하는 등 양곡전매제를 다시 도입한 것도 시장가격의 상승과 함께 1인당 공급량이 급격히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인구 대비 공급량이 급감하자 정권안정을 위해 핵심계층의 식량공급을 우선적으로 보장하는 식량공급소 중심의 선별배급제를 실시하고, 시장은 배급제외 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제2 국영유통망의 양곡판매소로 대체했다는 것이다.
국정원은 최근 올 1월부터 7월까지 북한에서 발생한 아사자를 245명으로 추정한 바 있다. 고난의 행군 시기 식량난으로 북한에서 수십 만 명이 사망했음을 감안할 때, 당시보다 인당 공급량이 감소했다는 코로나 시기의 인명 피해 규모는 일단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임수호 연구위원은 "육류나 계란 등 '대체 열량원'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2012년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 2017년 대북제재 이전까지는 대체로 주민 소득이 소폭이나마 증가하는 추세였기 때문에 양곡 대신 육류나 계란과 같은 대체 열량원 소비가 늘었고, 이에 따라 인당 양곡 공급량이 감소했더라도 식량난이 심각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반론도 한계가 있다는 것이 임 연구위원장의 주장이다.
임 연구위원은 "FAO 통계에 따르면 인당 열량(에너지) 공급량 중 대체 열량원(동물성 에너지) 공급량은 2012-2019년 기간 131-136kcal 수준에서 변동하다가 2020년에는 126kcal로 급감했다"며, "김정은 정권 출범 이후에도 대체 열량원은 유의미하게 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그나마 2020년에는 급감한 것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인당 열량 공급량 추세는 주 열량원(식물성 에너지) 공급량 추세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고, 따라서 대체 열량원을 고려해도 북한의 식량사정은 인당 양곡 공급량 추세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육류, 계란, 생산 등과 같은 대체 열량원의 소비는 소득에 비례하는데, 소득증가 국면에서는 북한 전체주민의 식량공급 증가로 나타나지만 소득감소 국면에서는 오히려 계층 간 식량공급의 불균형을 확대하는 소지가 있는 것으로 지적된다.
임 연구위원은 "2017년 제재의 본격화 이후 북한 주민의 소득은 감소했고, 펜데믹 발생 이후에는 감소율이 더 가팔라졌을 것"이라며, "그렇다면 북한의 식량사정은 인당 양곡 공급량만을 고려했을 때 보다 대체 열량원까지 고려했을 때 더 나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결국 "현재 북한의 식량사정은 알려진 것보다 더 나쁠 가능성이 높으며, 피해는 주로 저소득층에 집중되고 있을 것"이라고 임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코로나19 봉쇄가 한창 진행되던 지난 2021년 4월 8일 당 세포비서대회 폐회사에서 "더욱 간고한 '고난의 행군'을 할 것을 결심했다"며, '고난의 행군' 구호를 소환한 바 있다. 북한 매체들은 코로나 국면을 '유례없는 국난', '국난 중의 국난'으로 부르기도 했다.
인당 양곡 공급량이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시기보다 더 감소한 만큼 제2의 고난행군이라는 북한의 규정은 충분히 근거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90년대 중반과 달리 북한의 시스템이 가동되고 있고, 주민들의 적응력도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고 해도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보이지 않는 인명피해'가 훨씬 클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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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김학일 기자 kh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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