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중기 "아들에게 떳떳한 아빠… 책임감 있는 좋은 어른 되고파"[인터뷰]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최근 몇년간 연예 뉴스의 중심에 서있던 송중기였지만 지난 연말이후 겹경사가 쏟아지고 있다. 송중기는 지난해 12월 주연을 맡았던 JTBC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로 신드롬에 가까운 인기를 얻었는가 하면 또한 동시에 영국인 여친 케이티 루이스 사운더스와 열애설을 공식 인정한 직후 결혼과 출산 소식까지 연달아 전했다. 지난 5월 노개런티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화란'의 칸영화제 진출로 해외 평단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일적으로도 사적으로도 풍성한 결실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송중기가 뜨겁고도 눅진한 느와르 영화 '화란'으로 국내 스크린에 돌아왔다. 지난 2017년 영화 '군함도' 이후 공식 제작보고회 행사 이외 언론과의 직접적 만남이 없었던 그가 '화란'으로 6년만에 대면 인터뷰에 나섰다. 아내 케이티와의 열애 당시 수많은 뜬소문에 가슴앓이를 하기도 했던 그는 이날 스포츠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작심한 듯 영화 '화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과 아내, 아들과 함께 살아가는 행복한 삶에 대해 속속들이 털어놨다.
"플러스엠 관계자분을 만나 어떤 제안을 거절하는 자리에서 '화란'의 시나리오 이야기를 듣게 됐어요. 제가 그동안 받아왔던 대본들과는 다른 새로운 대본을 읽고 싶었던 시기였거든요. '화란' 이야기를 들으니 마치 양익준 감독님 '똥파리'를 극장에서 보고 나올 때의 느낌이 들더라고요. 저는 너무 하고 싶었는데 저희 회사 대표는 허락을 안할 것 같은 느낌도 들었어요. 제작사 사나이픽처스 한재덕 대표께 '제가 하고 싶다'고 제안을 드리면서 거절하실까봐 걱정도 됐죠. 그 회사의 '무뢰한'이라는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10번도 넘게 봤어요. 정재곤이 김혜경에게 접근할 때 양가적 느낌이 있잖아요. 우리 영화의 치건이 연규를 도와주는 것인지 망치고 있는 건지 잘 판단하기 어렵잖아요. 그런 면에서 두 영화가 맞닿아 있는 느낌도 있었어요."
'화란'은 지옥 같은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소년 연규(홍사빈)가 조직의 중간 보스 치건(송중기)을 만나 위태로운 세계에 함께 하게 되며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린 느와르 영화다. 송중기가 연기한 치건은 지옥 같은 세상에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살아온 조직의 중간 보스 같은 인물. 귓바퀴가 뜯긴 채로 아물어 흉터가 깊어진 한쪽 귀와 몸에 남겨진 숱한 상처들은 그가 살아온 흔적이다. 처음 마주친 순간 자신의 청소년기와 닮은 삶을 살고 있는 연규의 현실을 알아본 뒤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안고 찾아온 연규를 조직에 받아들인다.
"건달 영화를 하고 싶었냐는 질문도 받았는데 그런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이 영화를 조폭 영화 혹은 건달 영화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큰 플롯에서는 남자들의 멜로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큰 플롯이나 사건이 있는 영화가 아니기에 불친절하기도 하죠. 기존 사나이픽처스가 가진 결의 영화를 하고 싶었다기보다 새로운 결의 영화를 하고 싶었어요. 진득진득하고 껌이 붙어서 안 떨어지는 느낌 같은 영화랄까요. 치건에 대해서는 특별히 롤모델을 정한다거나 한 것은 아니고 낙시찌에 걸려 파닥거리는 물고기 이미지를 떠올렸어요. 제가 그림을 잘 못그리기는 하지만 구글링해서 나온 물고기 사진을 직접 그려보기도 했죠."
'화란'에서 늪과 같은 어둠 속에 빠져 사는 소년 연규 역으로 충무로의 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은 홍사빈은 송중기와의 호흡에 대해 '작업 초반 내가 조금이라도 빛날수 있을까 생각했다. 나중에 보니 중기 선배님이 빛을 내주시면 그 남은 빛을 조금 받으면 되더라'며 송중기의 리더십을 여러 차례 칭찬한바 있다. 인기가수 비비에서 이번 영화로 배우에 첫도전한 김형서 역시 '현장에서 송중기 선배가 맛있는 걸 정말 많이 사주셨다. 첫 작품인데 함께 하게 돼 럭키했다'고 밝혔다.
"홍사빈 배우는 첫 주인공이어서 잠도 못자고 부담도 됐을 텐데 의젓했어요. 저도 그 부담을 알기에 잘 도와주고 싶었죠. 홍 배우는 아무래도 관객들께 알려진 배우가 아니고 저는 상대적으로 많이 알려진 배우이기에 플롯이 연규 중심으로 흘러가야 하는데 주객이 전도될까봐 조심했어요. '무조건 홍사빈의 연규를 따라가자' 생각했죠. 극중 연규와 치건의 관계처럼 사빈 배우가 저를 잘 따라와줬어요. 오랜만에 상대 배우와 적나라하게 의견 교환을 하며 촬영했죠. 김형서 배우는 가수로 너무 유명한 친구인데 등장 장면도 짧은 하얀 역을 한다고 해서 놀랐어요. 하얀 역을 김형서 본인의 색을 덧입혀 잘 연기해줘서 오히려 저희가 도움을 받았죠. 제작비는 적은 현장이었지만 정말 다양한 많은 것을 얻었어요."
지난해 케이티와 열애중일 당시 수많은 루머와 소문들로 몸살을 앓았던 송중기는 이날 인터뷰에서만큼은 공개가 가능한 선에서 아내와 아들의 이야기를 털어 놓으며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이날 인터뷰 현장의 기자들에게 아들을 찍은 동영상을 보여주며 아들 바보 아빠의 진면모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니 감사한 마음만 가득합니다. 유명한 배우인 것을 떠나서 제 아이한테 떳떳한 모습을 보이는 사람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으로 가득해요. 앞으로 작품을 할 때 좀 더 진지해질 것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인간 송중기로서는 아이를 가지는 것이 최고의 꿈이었는데 그 꿈을 이뤘네요. '화란'을 찍으면서도 책임질 줄 아는 좋은 어른의 존재에 대해서도 생각했어요. 지난해 와이프와 관련해 소설 같은 글을 쓰는 분들이 계셨는데 사실 분노하기도 했고 상처도 많이 받았죠. 하지만 와이프가 '우리 그냥 대응하지 말자'고 하더군요. 본인 역시 속상했을 텐데 저를 다독여 줬어요. 이후 제 분노를 누그러뜨리는데 아내의 도움을 받았어요. '많이들 궁금해서 관심 가져주시는건데 그냥 말씀드릴 걸' 하는 생각도 했어요. 아내는 많이 성숙한 친구에요. 삶에서 제가 더 많이 성숙해져야겠다는 걸 깨달았어요."
스포츠한국 모신정 기자 msj@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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