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자율 전공 뒤 의대 진학” 발언…무엇이 문제였나?

김민제 2023. 10. 21.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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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급박한 대통령실 질책→이 장관 사과로 6시간 만에 철회
전문가들 “의대 쏠림 분산 아닌 우회로…눈가리고 아웅”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자율전공으로 입학한 대학생의 의대 진학 허용을 검토한다’고 밝힌 데 대해 20일 “신중하지 못했다”고 사과했다. 전날 대통령실이 이 부총리 발언이 공개 되고 6시간만에 “그럴 계획이 없다”며 교육부를 질책한 데 따른 것이다. 급박한 질책과 사과의 배경에 해당 발언이 학생·학부모에 미칠 혼란과 그로 인한 정책 좌초에 대한 우려가 자리잡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부총리는 20일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대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대안으로 몇몇 대학 총장님들이 제안한 아이디어를 이야기했으나, 대입의 공정과 안정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교육부 정책으로 추진하지는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신중하지 못한 발언에 대해 국민들께 송구스럽게 생각한다”고 했다.

이 부총리는 전날 공개된 뉴시스 인터뷰에서 “적어도 대학 신입생 30%에게는 최대한 전공 선택의 자유를 주고 의대 정원이 생기면 그것도 여기(자율전공)에 포함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대학 정원의 30%가량을 자율 전공으로 뽑고 이들에게 의대 진학 기회를 열어주자는 의미다. 대통령실은 같은 날 오후 “전혀 검토되지 않았고 계획조차 없다. 윤석열 대통령은 불필요한 언급으로 혼란을 야기한 교육부를 질책했다”고 밝혔다. 자율전공은 학생들이 1~2학년 때 다양한 학과를 탐색하고 3학년 때 전공을 정하는 데 의대 등 일부 전공으로의 진로는 막혀있다.

이 부총리의 전날 발언은 ‘자율 전공 30%’와 ‘학과 간 벽 허물기’를 지속해서 강조해 온 앞선 행보와 무관하지 않다. 이 부총리는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도 “대학 정원이 1000명이라면 300명은 전공의 벽을 허물고 입학한 뒤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주려고 한다”고 밝혔다. 교육부는 실제 지난 6월 고등교육법 시행령을 고쳐 ‘대학에는 학과 또는 학부를 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필요한 경우에는 학칙으로 달리 정할 수 있다’는 조항을 폐지했다.

여기에 지역 대학들의 위기의식이 겹친 것으로 풀이된다. 비수도권 대학의 결원이 문제 되는 상황에서, 의대가 있는 학교들은 ‘의대를 갈 수 있다’는 유인으로 학생을 모집할 여력이 생기기 때문이다. 교육부는 전날 해명자료에서 “(이 부총리 발언이)몇몇 대학에서 제안된 아이디어”라고 밝힌 바 있다. 실제 지난 3월 고신대에서 2024학년도에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의 의대 진학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가 의과대 교수와 재학생 등의 반발로 철회한 바 있다.

학과의 벽을 허물어 ‘융합 학문’을 꾀할 수 있는 데다 지역 대학의 결원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 같았던 이 부총리의 묘안은 왜 급박한 질책에 이른 것일까? 입시 업계는 이 방안이 실제 현장에서 낳을 큰 혼란 때문으로 봤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한겨레에 “의대 진학을 목표하지만 바로 들어가기 어려운 학생들이 자율전공학부로 일단 입학한 뒤 의대 전공을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며 “의대 쏠림의 분산 효과를 내기보다는 우회로를 만드는 눈가리고 아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만약 의대 진학을 노리고 자율전공학부로 입학한 학생들이 의대 배정을 못 받는다면, 다른 학과를 선택하기 보단 (재수해서 상위권 대학에 진학할 생각으로) 물밀 듯이 빠져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유성룡 에스티유니타스 교육연구소장은 “자율전공학부의 인기가 의대 다음으로 높아지는 반면, 그만큼 다른 과의 결원은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의대와 자율전공학부의 문제를 넘어 다른 학과들의 결원으로 이어지는 연쇄적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대입과 관련한 아이디어가 정교한 설계 없이 갑작스럽게 제시될 경우, 지난해 8월 ‘만 5살 조기 입학’이나 지난 6월 ‘킬러문항’ 논란처럼 학생·학부모의 혼란과 반발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정부가 다급히 진화에 나선 배경으로 보인다. 임 대표는 “현재도 의대 정원 증가에 자율전공학부 확대 계획까지 입시 변수가 한꺼번에 많아져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여기에 자율전공 학생의 의대 진학을 허용하는 정책까지 추가되면 입시 현장은 카오스에 빠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제 기자 summ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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