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악몽’ 잊고… 다시, 흥행 덩크슛∼ [S 스토리-프로농구 21일 개막]

장한서 2023. 10. 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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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렁 딛고
2024년 3월까지 5개월간 대장정 돌입
비시즌 ‘빅 네임’ 선수들 연쇄 이적
SK 오세근·KCC 최준용 등 주목
‘슈퍼팀’ 이룬 KCC 공공의 적 부상
SK·KT도 강력 우승 후보로 떠올라
DB·삼성 등 하위권팀 “반등” 포부
재창단한 소노도 ‘감동 농구’ 예고
지난 5월 열린 2022∼2023시즌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은 모든 농구인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2년 연속 챔프전에서 만난 안양 정관장(전 KGC인삼공사)과 서울 SK는 7차전 연장 접전이라는 후대에 남을 ‘명승부’를 펼쳤고, 정관장이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일궜다.
뜨거운 열기 속에 농구붐도 새롭게 일어나는 듯했다. 당시 챔프전은 2∼7차전이 매진되며 모처럼 ‘봄 농구’의 진수를 팬들에게 선사했다. 시즌 전체로 따져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8∼2019시즌의 80%인 68만7303명이 농구장을 찾았고, 입장 수익은 사상 최고액을 경신했다.
2023∼2024시즌 개막을 앞두고 흥행의 기폭제로 기대감을 모은 건 또 있었다. 바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다. 추일승 감독이 이끄는 한국 남자 농구대표팀은 9년 만의 금메달을 목표로 출항했다. 하지만 막상 대회 뚜껑이 열리니 돌아오는 건 실망감이었다. 한국은 8강전에서 중국에 무릎을 꿇었고, 역대 최저인 7위로 대회를 마쳤다. 무려 19년 만의 ‘노메달’ 수모였다. 끓어 오르던 농구 열기에 대표팀이 찬물을 끼얹은 결과가 됐다.
지난 16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각 구단 감독과 대표 선수들이 시즌 출사표를 밝히고 있다. 뉴스1
◆AG 수렁 딛고… 21일 점프볼
그런데도 팬들의 믿음의 발길은 끊기지 않았다. 농구를 향한 애정만큼은 여전했다. 구단들의 연습 경기를 비롯해 최근 열린 2023 KBL 컵대회에도 많은 관중이 찾아 선수들을 지켜봤다. 아시안게임 결과에 대한 실망감을 감출 수는 없었지만, 선수들이 펼치는 뜨거운 열전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아시안게임 노메달 수렁에 빠진 남자 농구가 다시 힘찬 도약에 나선다. 10개 구단의 감독과 선수들은 믿음의 농구로 팬들에게 보답하기 위해 뛴다.

2023∼2024시즌 프로농구가 21일 안양체육관에서 열리는 ‘디펜딩 챔피언’ 정관장과 SK의 경기를 시작으로 대망의 개막을 알린다. 같은 날 창원 LG-수원 KT, 울산 현대모비스-대구 한국가스공사의 경기도 열린다. 22일엔 전날 일정을 치른 SK와 KT가 맞붙고, 고양 소노-원주 DB, 부산 KCC-서울 삼성은 시즌 첫 경기를 치른다. 정규리그는 팀당 54경기를 치르는 일정으로 내년 3월31일까지 펼쳐진다.

◆스타들 연쇄 이동… 활약 주목

이번 시즌을 앞두고 열린 자유계약선수(FA) 시장에서는 ‘빅 네임’들의 줄을 이은 연쇄 이적으로 농구 팬들은 경기장을 찾아야 할 이유가 생겼다.

무엇보다 리그를 대표하는 포워드들이 대거 유니폼을 바꿨다. 지난 시즌 챔프전 최우수선수(MVP)를 차지하며 왕좌에 오른 정관장의 ‘베테랑’ 오세근은 10년 넘게 몸담았던 팀을 떠나 SK로 이적했다. 이에 2021∼2022시즌 SK에서 리그 MVP로 뽑혔던 최준용은 SK를 떠나 KCC로 새롭게 둥지를 틀었다. 또 4회 연속 수비왕에 빛나는 정관장의 문성곤도 KT로 옮겼고, KT에 있던 양홍석은 LG로 향했다. 각 팀의 주축들이 모두 새로운 구단으로 나란히 옮기며 어떤 활약상을 펼칠지 주목된다.
◆달라진 판도, ‘슈퍼팀’ KCC와 SK·KT ‘3강’

대격변 속에 맞이할 새 시즌에 강력한 우승 후보로는 KCC가 꼽힌다. 최준용이 합류한 뒤 ‘슈퍼팀’이 결성됐기 때문이다. 최준용, 허웅, 이승현, 라건아에 더해 새롭게 합류한 외국인 선수 알리제 존슨의 기량도 만만치 않다. 거기에 11월엔 2020~2021시즌 정규리그 MVP를 거머쥔 송교창까지 제대해 돌아온다. 실제 KCC는 최근 KBL 컵대회 결승전에서 울산 현대모비스를 81-76으로 꺾고 우승하며 막강한 전력을 과시했다. 전희철 SK 감독은 “(KCC는) 설명이 필요 없이 그냥 멤버들이 세다”고 한마디로 평가했다. KCC를 제외한 9개 구단 감독 중 7명(복수 응답 포함)이 지난 16일 서울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KCC를 올 시즌 챔피언 후보로 예상할 정도였다.

그만큼 ‘공공의 적’이 된 KCC는 집중 견제를 받을 전망이다. KCC의 가장 큰 변수는 부상이다. 실제 최준용이 KBL 컵대회 결승 이후 허벅지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아 개막전에 나서지 못한다.
SK와 KT도 강력한 우승 후보다. SK는 정규시즌 MVP 김선형, 외국인 선수 MVP 자밀 워니 그리고 챔프전 MVP 오세근까지 한 팀에 모였다. 특히 오세근과 김선형은 과거 대학 시절 중앙대의 ‘52연승’ 전설을 이끈 조합이다. 수준급 포워드인 안영준도 군 문제를 해결하고 11월에 팀에 복귀한다. KT는 ‘국가대표 센터’ 하윤기, 다음 달 제대하는 ‘특급 가드’ 허훈, 새롭게 합류한 문성곤이 버티고 있어 멤버가 화려하다.
◆주목받지 못한 팀들의 반전도 기대

상대적으로 기대를 못 받는 팀들도 팬들에게 감동 농구를 실현하겠다는 각오는 남다르다. 전 시즌 하위권에 머물렀던 팀들은 플레이오프(PO) 진출 등 이번 시즌 반전을 노린다.

부실경영 논란을 딛고 재창단한 고양 소노는 이정현과 리그 최고의 슈터 전성현이 강력하다. 2명의 외국인 선수(제로드 존스, 디욘테 데이비스)도 소노 특유의 압박·3점슛 농구에 적합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관장은 오세근과 문성곤의 이적, 그리고 변준형이 입대하며 이탈했으나, 박지훈과 최성원이 강력한 백코트진을 형성하고 있다.
지난 시즌 정규리그 2위에 오른 LG는 아셈 마레이, 단테 커닝햄 등 외국인 듀오가 건재한 상황에서 양홍석을 데려오면서 전력이 강화됐다. 지난 시즌 7위에 그친 원주 DB는 디드릭 로슨을 영입했다. 아시아쿼터 선수 중 수준급으로 평가받는 이선 알바노와 강력한 조합을 선보일 전망이다. 김주성 DB 감독은 “몇 년 동안 PO에 못 올라가서 봄 농구를 하지 못했는데, 올 시즌엔 봄에 즐겁게 농구 경기를 할 수 있는 한 해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작년 최하위에 그친 은희석 삼성 감독도 “2년 연속 최하위에 머물렀다. 어린 선수들과 이정현 등 고참 선수들을 조합해서 PO에 진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한서 기자 jhs@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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