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파도와 수천년의 시간이 빚어낸…경이롭고 장엄한 풍광과 마주하다 [박윤정의 알로 프랑스]

2023. 10. 21.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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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보니파시오
석회암 절벽서 바라보는 풍경 탄성 가득
해양스포츠부터 도시 관광까지 매력 넘쳐
열명 남짓한 관광객을 태운 보트 오르니
미끄러지 듯 호화 요트들 사이로 내달려
파란색·흰색 드레스 입은 마돈나 동상 눈길
아라곤 왕의 계단 놓쳐서는 안 될 코스

알람이 울려도 일어날 수 없는 힘겨운 일상의 아침, 원치 않는 소음은 항상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이다. 지난 밤, 항구에서 휴가를 만끽하고 늦은 잠자리에 들었지만, 아침 기적은 시작되었다. 시끄러운 알람 소리가 아닌 새 지저귐이 귓가에 닿는다. 휴가 중에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늦잠은 기대 저편으로 떨어졌다.

게으름이 보니파시오 절벽 위에서 조금 더 가까이 태양을 맞이하며 사라진다. 독특하고 매력적인 이 장소! 장엄한 파노라마를 즐기며 아침을 맞이한다. 수천년 동안 바람과 바다가 만들어낸 자연은 온전한 묵상의 시간으로 안내한다. 고요함으로의 초대! 이른 아침, 석회암 절벽 풍경이 오롯이 내 품에 안긴다. 조용히 커피를 내리며 하루를 시작한다.
① 보니파시오 거리. 지중해에 위치한 프랑스령 섬으로 프랑스와 이탈리아의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
보니파시오에는 볼거리와 즐길 거리가 많다. 절벽 아래, 섬으로 향하는 보트 여행, 중세 도시와 역사적 기념물을 둘러보는 시간, 주변 25개 해변 중 한 곳에서 즐기는 해양스포츠, 그리고 레스토랑과 상점들. 작은 도시이지만 역사적 장소인 보니파시오는 풍부하고 매력적인 유럽 최고 여행지로 꼽힌다.
충분히 여유로운 아침식사를 즐기고 게으름을 만끽했지만 이른 시각이다. 햇살이 뜨거워지기 전, 바다로 향하려 한다. 오염되지 않은 생물의 보고, 독특한 생물들이 다양하게 생태계를 이룬 바다는 또 다른 세상을 경험하게 해줄 테지. 다이빙을 하거나 스노클링을 하며 가까이 가 볼까? 여러 생각이 든다. 먼저 선크림과 선글라스, 모자 등을 챙겨 호텔을 나선다.
② 섬으로 향하는 보트 여행. 선장 아들인 듯 보이는 젊은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한다.
항구 입구 바로 옆, 아름다운 목조 정자 옆에 출항을 기다리는 배들이 서 있다. 부둣가에서 승선할 수 있는 보트와 노선을 살펴본다. 요트와 배들은 각각의 개성을 드러내며 마치 퍼레이드하듯 줄지어 서 있다. 이곳 항구를 출발하여 보니파시오 절벽까지,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마달레나 제도에서 코르시카 남단까지 다양한 노선들을 항해한다. 뱃멀미가 걱정스럽지만 욕심껏 시간을 즐기기를 상상하며 티켓을 구입한다.
티켓을 건네주고 내민 손의 도움을 받아 승선한다. 열 명 남짓한 사람을 태운 보트는 천천히 항구를 벗어나며 쇼를 시작한다. 호화 요트들 옆으로 미끄러지듯 나아간다. 몇 미터 간격이 벌어지니 옆에 서 있는 누군가가 친구에게 눈앞에 스쳤던 화려한 요트 가격을 묻는다. 궁금한 마음에 귀를 기울였지만 금액이 아닌, 복권을 사라는 권유가 들린다. ‘하하!’ 머쓱한 웃음이다. 선장 아들인 듯 보이는 젊은 친구가 마이크를 잡고 안내한다. 어깨에 뜨거운 태양을 얹고 열정어린 목소리로 바닷속, 거대한 수족관으로 입장하듯 보트를 이끈다. 짠맛, 태양, 그리고 남쪽의 열정이 끈적끈적 몸을 감싼다.
③ 보트 여행. ‘작은 용’ 동굴 입구부터 작은 만(Fazio) 입구까지 이르며 보니파시오를 탐험한다.
빨간색과 흰색 작은 등대가 보인다. 등대를 향해 우회전하면 중앙에 파란색과 흰색 드레스를 입은 마돈나의 작은 동상이 서 있다. 성모님께서 배를 타고 여행하는 모든 이를 지켜 주신다는 가이드 설명이 들린다. 선원과 어부, 그리고 모든 이들이 바다의 잔잔함을 기원하며 앞으로 나아가겠지! 성모기도 덕분인지 오늘의 바다는 잔잔하다. 다행스레 뱃멀미를 걱정하지 않아도 될 듯싶다.
수백 미터를 지나, 보트는 절벽을 향해 우회전한다. 작고 어두운 구멍이다. ‘작은 용’ 동굴 입구이다. 보트 앞으로 다가가 멋진 풍경을 담아본다. 잠시 멈췄던 보트는 곧 이어 속도를 내기 시작한다. 암벽 양쪽으로 몇 센티미터만 남기고 바위 통로를 통과한다. 동굴 안의 하늘! 또 다른 세상이다. 하늘과 지나가는 구름이 한 편의 시를 읊는 듯하다.
항구를 출발하여 보니파시오 절벽까지, 이탈리아 사르데냐의 마달레나 제도에서 코르시카 남단까지 다양한 노선들을 항해하는 요트와 보트들. 거대한 수족관으로 입장하듯 보트를 이끈다.
조금 지나니, 작은 만(Fazio) 입구이다. 청록색 바닷물이 투명하고 아늑한 장소이다. 수족관인 듯 보이는 이곳에는 물고기들이 훤히 내려다보인다. 보트는 항해를 이어가고 마도네타 앞을 지나 가장 높은 절벽 방향으로 향한다. 석회암 층은 선명하게 보이고 마치 밀푀유처럼 겹겹이 쌓여 있는 지층이 신비롭다. 수평으로 숨겨져 있는 암벽 위, 바닐라 크림이 있을 장소에 사람들이 보인다. 줄지어 늘어선 사람들은 아라곤 왕의 계단을 오른다고 한다. 절벽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집들이 있다. 45도 기울어진 어두운 흉터 같다. 놓쳐서는 안 될 코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 하는 187개의 계단이다.

한 나절, 가이드 설명을 들으며 바다에서 보니파시오를 둘러본다. 파도에 몸을 맡긴 순수하고 행복한 시간이다.

박윤정 민트투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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