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북경제] "경제성장 한국보다 높은 나라 거의 없다"···추경호, 이유있는 자신감
올 1.4%와 비교하면 0.8%P 수직상승
일본·중국은 내년 성장률 올해보다 못해
"객관적 숫자 봐야"···정책 비판에 반박
"하반기 우상향···경제 회복 국면 진입"
“한국은 경제성장률이 올해 1.4%(국제통화기금(IMF) 기준)에서 내년 2.2%로 0.8%포인트 더 오르는 것 아닙니까? 왜 이 숫자는 안 보려고 합니까?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연일 “주요국 성장률 숫자를 보면 우리보다 잘나가는 국가는 없다”고 강조하고 나섰습니다. 추 부총리는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와 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 참석한 지난 13일(현지 시간) 모로코 마라케시에서 진행한 한국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IMF가 내년 한국 경제성장률을 하향조정했다고 질문하자 반론을 폈습니다. 앞서 4월 IMF는 올해 한국 성장률 전망치를 1.5%에서 1.4%로 내려잡았고, 그러다 지난 10일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내년 전망치까지 하향조정하자 한국의 저성장이 고착된다는 지적들이 나오자 작심한 듯 “객관적인 숫자를 봐달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는 "알만한 국가들 대부분 1%초반, 0%대 초반 성장률”이라며 2.2%성장률을 기록하는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는 점을 여러번 강조했습니다.
실제 IMF에 따르면 한국은 내년 주요 7개국(G7)을 포함해 멕시코(2.1%), 남아프리카공화국(1.8%), 브라질(1.5%)등 일부 신흥국과 개발도상국 보다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입니다. 주요국 가운데 내년 경제성장률이 기존 보다 상향된 미국(0.5%포인트)과 캐나다(0.2%포인트)도 각각 전망치는 1.5%, 1.6%로 한국보다 낮았습니다. 추 부총리는 “2%대 초반 성장률은 규모있는 국가들 중에서 한국이 유일하다”며 “(한국 올해 전망치인)1.4%를 기록하려면 0.9%를 기록한 상반기보다 하반기는 훨씬 좋아야한다”고도 했습니다. 이어 “내년에 2.2% 성장률이 나오려면 계속(경제가)우상향으로 가야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존 ‘상저하고’ 전망 입장에서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모습입니다.
이 같은 모습은 19일 정부 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 국정감사에서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제성장률’이라는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서도 나타났습니다. 이 자리에서 추 부총리는 “선진국 대부분의 국가들이 9~10%대로 물가가 상승하고 성장은 대개 1% 안팎”이라고 적극 반박했습니다. IMF의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올해와 내년 각각 1.4%와 2.2%로 정부(3.3%)물가 목표치를 하회하지만 주요 국가와 비교해 사정이 나은 편이라는 점을 역시 재강조한 것입니다.
김 의원이 앞서 기자간담회에서 “주요국 성장률 숫자를 보면 우리보다 잘나가는 국가는 없다”고 발언한 것도 문제삼자 추 부총리는 경제환경이 겨울이라는 점을 언급 한 뒤 “지금도 코로나19 상황에 거의 준할 정도로 세계경제가 좋지 않은 상황으로 그때 그때의 상호 비교를 해야한다”고 받아쳤습니다.
추 부총리의 입장은 실제로 일리가 있습니다. ‘캐나다 1.6%, 미국 1.5%, 프랑스 1.3%, 일본 1.0%, 독일 0.9%, 영국 0.6%. IMF가 전망한 내년 주요 국가의 경제성장률을 보면 한국의 2.2%는 ‘제일 잘나가는 국가’인 게 사실입니다. 그런데도 경제를 보는 시각이 불안한 것도 사실입니다. 주요국 보다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지만 IMF는 꾸준히 한국 성장세를 낮춰잡고 있습니다. 반면 일본의 올해 성장률은 7월 전망치 대비 0.6%포인트 높은 2.0%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자 25년 만에 일본에 역전당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는 언론의 보도가 이어졌습니다.
이 같은 점에서 추 부총리는 주변국인 일본과 중국 성장률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일본이 지난해 1%성장하다가 올해 2%성장을 한다”며 “20여년 만에 한국이 역전을 당했다는 것도 받아들인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추 부총리는 “지난해 일본(1.0%)은 한국(2.6%)보다 한참 낮은 성장을 했고, 올해 조금 높은 성장(2.0%)을 했는데 내년엔 다시 1.0%”라고 일시적 상황으로 진단했습니다. 역시 코로나19 방역을 지난해 해제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올해 해제해 일종의 기저효과로 해석됩니다. 일본과 마찬가지로 올해 방역조치를 해제한 중국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는 4.2%로 올해(5.0%)보다 낮습니다. 추 부총리는 “중국도 (내년 전망치가)4.5%에서 4.2%로 조정됐다”고 말해 하향조정이 세계 경제 전반의 문제점이라는 점도 부각하기도 했습니다.
국감장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정부의 경제전망인 ‘상저하고’를 부정하며 ‘상저하저’라고 입을 모았지만 적극적으로 반박했습니다. 야당의 공세에 추 부총리는 “현재 상태로는 올 하반기가 상반기보다 2배 정도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수출 증가율이) 벌써 10월 초순에 플러스(+)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불안요인은 곳곳에 쌓여 있습니다. 품목별로 보면 반도체 수출은 1년 전보다 5.4% 줄었습니다. 감소폭이 점차 축소되고 있지만 반도체 수출 회복세가 확연해지기 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습니다. 겨우 진정세를 찾았던 물가 역시 중동정세의 불안요인으로 안심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물가와 관련해서도 추 부총리는 국감장에서 “9월에 3.7% 물가가 나왔는데 이제는 특별한 충격이 없으면 그것보다는 조금씩 낮아질 것”이라면서도 “지금 이스라엘 변수가 생겼는데 세계 어느 국가도 이런 변수에 자유롭지 않고 우리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부분”이라고 전했습니다.
경제의 회복 조짐이 엿보이지만 불안요소가 있다는 점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게 현실입니다. 추 부총리도 기자들에게 “터널 끝이 보인다고 말씀드렸지만 거기에 싱크홀들이 여전히 남아있다”고 했습니다. 그는 “국제 금융불안, 국제 유가, 러우전쟁, 중국 경제, 반도체 경기 이런 것들이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에 따라 조금 더 빨리 터널을 빠져나가느냐 조금 더 시간이 걸리느냐, 잘못하면 구덩이에 빠지느냐 등 불확실 변수가 남아 있다”며 “잘 피해가면서 이 속도로 가면 3분기 바닥에서 4분기 여러 지표들이 좀 더 긍정적으로 나오지 않겠냐”고 강조했습니다.
결국 일각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에 “우리보다 잘나가는 국가는 없다”는 추 부총리의 응수는 자신감을 보여준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남아 있는 싱크홀에 빠지지 않는 실력 역시 필요합니다. ‘경제가 심리’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보인 것은 긍정적입니다. 남은 것은 실력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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