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이슈] 팝업스토어 전성시대…끝난 자리엔 폐기물 '한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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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브러진 각목과 나뒹구는 플라스틱 조형물, 찢어진 현수막.
2층 카페 건물을 통째로 빌린 팝업스토어 철거 현장에는 트럭 여러 대가 줄지어 폐기물을 실어 날랐습니다.
팝업스토어를 목적으로 부산에서 서울을 찾은 이송희(32)씨는 팝업스토어 폐기물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젊은 세대도 아마 생각을 많이 안 해봤을 것 같다"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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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한지은 기자 = 널브러진 각목과 나뒹구는 플라스틱 조형물, 찢어진 현수막.
지난 16일 오전 서울 성수동은 귀를 때리는 요란한 철거 소음으로 들썩였습니다.
'힙의 성지' 성수동에 조성된 팝업스토어 거리에는 매주 새로운 매장이 지어지고 또 부서지는데요.
짧게는 며칠, 통상 몇 주 만에 팝업스토어 하나가 생겼다가 사라지는 겁니다.
차곡차곡 쌓이는 폐기물. 팝업스토어의 흔적입니다.
팝업스토어는 기존 건물에 목재, 플라스틱, 현수막 등을 덧대 꾸민 임시 매장입니다.
'기간 한정'으로 다양한 체험과 전시 등을 진행해 소비자의 이목을 끄는 게 특징인데요.
빅데이터 분석기업 RSN에 따르면 지난 5월 포털사이트 팝업스토어 검색량은 2021년 동기 대비 3.6배나 증가했습니다.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외부 활동을 분출하려는 욕구가 자연스럽게 팝업스토어 확산으로 이어진 거죠.
유동 인구가 많은 성수·홍대·여의도 일대에서 매주 100곳이 넘는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상황.
성수 일대 공인중개업을 하는 황인호 대표는 "팝업스토어를 구하는 수요가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면서 "팝업스토어가 인기를 끌면서 주말이나 공휴일에는 차가 진입할 수 없을 정도로 인파가 몰린다"고 설명했습니다.
문제는 인기가 높은 만큼 폐기물도 늘어난다는 겁니다.
철거 현장에 가보니 전날까지 매장을 꾸미는 데 활용된 폐기물이 쉴 새 없이 나왔는데요.
2층 카페 건물을 통째로 빌린 팝업스토어 철거 현장에는 트럭 여러 대가 줄지어 폐기물을 실어 날랐습니다.
이렇게 배출된 폐기물 대부분은 팝업스토어만을 위해 설계돼 재활용이 쉽지 않은데요.
재활용이 가능한 폐기물마저도 철거 과정에서 분해돼 소각 또는 매립되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팝업스토어 전문 인테리어설치업체에 따르면 국내 업체 대부분은 두께 10㎜ 미만 얇은 합판으로 구조물 뼈대를 만들고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고정해 마감합니다.
두께 15∼18㎜ 합판으로 뼈대를 만들고 목재 손상이 없도록 나사로 하나하나 고정하는 독일 등과는 상이한 방식이죠.
원희진 업체 담당자는 "독일 등 유럽은 사용한 목재의 일정 부분을 무조건 재활용해야 하는 규정이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규정이 없다"며 "싼 합판을 목공용 스테이플러로 찍으면 합판이 찢어지기 때문에 재활용 자체가 불가능하다"고 설명했습니다.
팝업스토어를 목적으로 부산에서 서울을 찾은 이송희(32)씨는 팝업스토어 폐기물에 대해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면서 "젊은 세대도 아마 생각을 많이 안 해봤을 것 같다"며 짐짓 놀란 표정을 지었습니다.
환경단체와 전문가들은 기업 등이 폐기물에 대해 문제의식을 느끼고, 설계 단계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박정음 서울환경연합 자원순환팀장은 "팝업스토어로 발생하는 폐기물에 대해서 문제의식을 느끼는 게 굉장히 필요하고, 무엇보다 폐기물에 대한 연구와 조사가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전관수 영남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팝업스토어를 설계하고 제작할 때부터 쉽게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해체 용의성 설계(친환경 설계)'를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제안했습니다.
이어 "재활용이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재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가연성 폐기물들은 에너지 회수가 가능할 수 있도록 처리하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습니다.
< 기획·구성: 한지은 | 촬영: 김창인 | 편집·그래픽: 이다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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