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로 보는 세상] 아침의 여인, 우수 혹은 고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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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린 다니엘손 감보기(1861~1919). 발음부터 쉽지 않은 핀란드 출신 화가다.
한 여인이 흐트러진 식탁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귀국한 뒤 개인 작업실을 열어 몇몇 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다니엘손 청소년 시절, 파산한 아버지 자살과 결혼 후 남편 외도 등 그녀 생애를 살피다 보니 그녀 작품들로부터 '우울'을 쉽게 떨치기 어렵지만, 1910년 그린 자화상을 보는 순간, 감상자로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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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도광환 기자 = 엘린 다니엘손 감보기(1861~1919). 발음부터 쉽지 않은 핀란드 출신 화가다.
한 여인이 흐트러진 식탁 앞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입에서 내뱉는 연기에 여인의 고민이 함축된 듯하고, 벽에 붙은 그림들은 그녀 감성을 확장하는 듯하다.
'우울'의 감성이 먼저 떠오르지만, 한편으론 후련해 보이기도 한다. 1890년의 작품, '아침 식사 후'다.
분주했던 아침 시간, 가족들을 보낸 뒤 얻은 휴식의 시간일까? 독신 여성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일까?
다니엘손은 헬싱키에서 미술 공부를 시작해 파리에서 유학했다. 귀국한 뒤 개인 작업실을 열어 몇몇 미술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미술 교육을 제대로 받은 핀란드 첫 세대 여성 화가로서, 그녀가 활동하던 시기는 '핀란드 미술 황금기'(1880~1910)로 불린다.
다니엘손은 이 작품처럼 여성 실내 일상을 주로 그렸다. 프랑스 등 서유럽 여성 화가들도 가정 내 모습만 그릴 수 있던 시기였다.
자화상도 여러 점 남겼는데, 1899년 그린 자화상을 보면 '아침 식사 후' 여성과 닮은 얼굴이다.
두 작품 모두 밝은 모습이 아니다. 상처 입은 느낌이 앞선다. 이후 그린 자화상에서도 비슷한 표정을 띠고 있다. (1903)
다니엘손 작품 중 이런 감성과 달리 퍽 눈에 띄는 작품이 있다. '아침 식사 후' 조금 뒤에 그린 '모성'(1893)이라는 작품이다.
그녀가 결혼하기 전에 그린 작품이므로 자신의 모습은 아니다. 아기에게 수유하는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아름다운 여성 혹은 엄마 모습이다.
하지만 여성이 실내를 넘어 작업할 수 없었던 당시 한계를 생각하면, '아름답다'라고만 할 수는 없다. 외부 활동도 빨래를 널거나, 가벼운 산책을 하거나, 아이들 전원생활을 그릴 뿐이었다. 더 멀리, 더 넓게 나가지 못했다.
다니엘손 청소년 시절, 파산한 아버지 자살과 결혼 후 남편 외도 등 그녀 생애를 살피다 보니 그녀 작품들로부터 '우울'을 쉽게 떨치기 어렵지만, 1910년 그린 자화상을 보는 순간, 감상자로서 한결 마음이 놓인다. 엷은 미소를 띤, 초연한 모습으로 그렸다.
사망 후 사실상 잊힌 화가였지만, 최근 활발히 소개되는 여성 화가다. 뚜렷한 윤곽은 아니지만, 스케치하듯 한 여성 생애를 볼 수 있어 반갑다.
다시 '아침 식사 후'를 보자.
흡연하는 모습이 달갑지 않을 수 있으나, 온전히 자신의 시간과 자신의 사유 속에 빠진 그녀를 '우울'이나 '우수'로만 보고 싶지 않다. '고독'이다.
어떤 사람이든 '나'에 몰입한 모습은 아름답다. 위 작품 '모성'이 아름다운 것도 그런 이유다.
고독의 다른 해석은 '자신에게 흠뻑 빠지는 일'이다. 고독은 외로움과는 다르다. 자신을 깊이 들여다봄으로써 외부에 맞서 견디는 힘이 될 수 있다.
doh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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