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물에 대한 저작권 침해 논란[김우균의 지식재산권 산책]
[지식재산권 산책]
얼마 전 국내 유명 게임회사(이하 ‘A회사’)의 게임물 관련 사건 1심 판결이 선고됐다. A회사는 소송에서 자사의 유명 게임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게임물을 B회사가 출시 및 제공한 행위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B회사의 행위는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판단했다. A회사의 게임물과 실질적으로 유사한 게임물을 만들었다면 우선적으로 저작권 침해를 상정해 볼 수 있을 것인데, 법원은 왜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한 것일까.
게임물은 실제로 어문저작물·음악저작물·미술저작물·영상저작물·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 등이 결합돼 있는 복합적 성격의 저작물이다. 따라서 창작성 있는 스토리나 시나리오, 대사, 배경음악, 화면 UI나 영상, 소스코드 등을 허락 없이 복제해 실질적으로 유사한 게임물을 만들어냈다면, 이는 말할 나위도 없이 저작권 침해가 될 것이다.
위와 같은 사항들은 전부 다른 것으로 바꿨는데 게임 규칙만 그대로 따라한 경우에는 어떨까. 이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저작권 침해가 인정될 수 없다. 게임 규칙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인 ‘창작적 표현’이 아니라 ‘아이디어’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말·문자·음색 등에 의해 구체적으로 외부에 표현한 창작적인 표현 형식이고 아이디어나 이론 등의 사상 및 감정 그 자체는 설사 독창성·신규성이 있다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저작권법의 보호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만약 게임 규칙이 단순하지 않고, 다수의 규칙들이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캐릭터의 성장이나 게임의 진행양상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서, 선택·배열 및 조합돼 유기적으로 결합해 있다면 어떨까.
이와 같은 게임 규칙들의 선택·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따라한 경우에도 단지 ‘게임 규칙’이 ‘아이디어’라는 이유만으로 저작권 침해는 인정되지 않는 것일까.
저작권법은 ‘편집저작물’을 저작물로 보호하고 있다. ‘편집저작물’이란 그 소재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에 창작성이 있는 것을 말한다. 편집물의 각 소재 자체는 저작물이 아니더라도 이와 같은 소재들의 선택·배열 또는 구성에 있어 창작성이 있다면, 그와 같은 선택·배열 또는 구성은 저작권으로 보호되고, 다른 사람이 따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대법원은 게임물 저작권 사건에서 위와 유사한 취지로 판시한 바 있다. 해당 사건의 게임물들은 그래픽이나 캐릭터 등 시각적 요소들은 서로 달랐지만, 게임 진행에 있어 적용되는 규칙 및 해당 규칙이 적용됐을 때의 효과, 전체적인 규칙들의 선택과 배열이 상당 부분 동일했다.
이에 대해 1심과 항소심 법원은 ‘게임 규칙’은 저작권의 보호대상이 아니라고 보아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피고 게임물은 원고 게임물과 동일한 순서로 규칙들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원고 게임물의 제작 의도와 시나리오에 따라 기술적으로 구현된 주요한 구성요소들의 선택과 배열 및 조합을 그대로 사용했으므로, 피고 게임물이 원고 게임물의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취지로 판시했다.
A회사의 게임물에 관한 1심 법원의 판결 역시 위 대법원 판결의 법리를 적용해 사건을 심리했는데, 결론적으로는 저작권 침해를 부정했다.
A회사 게임물에서 게임규칙들의 선택·배열 및 조합으로 나타나는 구체적인 표현형식이 아이디어를 게임화하는 데 있어 필수불가결하거나 공통적, 전형적으로 수반되는 표현 등에 불과해 다른 게임들과 구별되는 창작적 개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물론 A회사 게임물과 위 대법원 판결의 게임물이 서로 전혀 다르고, 사실관계도 전혀 다르기 때문에 적용 법리는 같더라도 결론은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그러나 ‘게임 규칙’의 선택·배열·조합의 창작성을 인정함으로써 게임물의 저작권 보호범위를 확장하고자 했던 것이 대법원의 입장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A회사 게임물에 대한 1심 판결의 위와 같은 결론이 상급심 판결에서도 그대로 유지될지, 아니면 상급심은 달리 판단할지 관심 있게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김우균 법무법인(유) 세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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